월요일 조조로 괴물을 봤다. 상영관에는 나와 다른 여자분 하나만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비슷한지. 비슷한 명당을 잡아놨길래 뻘쭘해서 내 자리가 아닌 좀 떨어진 자리로 옮겼다. 기대감이 있는 영화를 볼 때는 배경지식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는 편이다. 영화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상상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가 있는 포스터. 영화를 보기도 전에 둘 중 하나가 괴물이겠군. 하고 생각을 했다. 큰 아이는 피지컬이 좋으니까 반전으로 작은 아이가 괴물이겠군. 하는 마음으로 갔다.
영화는 총 3장으로 이루어졌다. 첫 장을 보는데, 마음이 좀 무거웠다. 연우랑 얼마 차이 안나는 남자아이.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는거 같은데, 아이는 표정이 점점 어두워질 뿐, 말이 없다. 점점 수상해지는 정황. 답답한 마음에 돌아가신 아빠에게 학교에서의 일을 큰 소리로 말해주라는 계략을 썼지만, 초5의 아이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터진다.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거나, 자신의 뇌는 돼지의 뇌라는 뜬금없는 말. 이 사태를 해결하고 싶었던 엄마는 그런 말을 한게 누구냐고 추궁하고. 나오는 담임 선생님의 이름.
일을 해결하고 싶었던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지만, 학교는 해결보단 묻고 가고 싶어한다. 인간인지 AI상담사인지 알 수 없는 영혼없는 대응. 거기에 사건 용의자인 담임은 상담중에 갑자기 사탕을 까먹는다. 젊은 나이에 심각한 당뇨환자가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들 친구의 진술. 잡았다 이놈.
학부모로의 감정이입후에 드디어, 사회 정의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고 있는데, 사건은 해결되지 못하고 담임선생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어라. 약간 어수룩하지만, 착하고 아이들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괴물찾기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역시 내가 생각한 그 아이였군. 너무 해맑은 아들 친구. 저렇게 해맑다는건 그 만큼 어둠이 깊은거지. 후후. 저 아이가 아들을 가스라이팅해서 선생님을 모함한거군 이란 생각을 했고, 적절하게 아들 친구 아버지의 증언이 있었다. 그 놈은 돼지의 뇌를 가진 놈이야. 나의 완벽한 추리에 감탄하며, 뒤이어 나올 사이다를 감상하기로 했다.
그리고, 괴물은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나였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가지고, 영화관을 나오면, 진짜 나쁜건 이지매하던 그놈들이 아닐까? 하고 책임전가를 하다가. 조금 더 부끄러워졌다.
첫댓글 고레에다 감독께서 아주 좋아하실듯 합니다. 그의 의도대로 괴물은 타인이 아닌 타인을 괴물로 만들려고 하는 내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셨으니 말이죠. 그건 아직 사회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네요.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고레이다는 미끼를 던져버렸구, 저는 콱 물어버렸네요.
전에 승훈 피디님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라고 하셨는데
많이 바뀌진 않았더라도, 많이 깨닳은건 있는 영화였네요.
재원님 리뷰 비온 뒤 낙엽처럼 착 감기네요.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리뷰도 반갑습니다. 이렇게 생각 비우고 가는 것 좋은 것 같습니다.
비온 뒤 낙엽처럼 착 달라 붙어야 할 시기라서요 ㅎㅎ
제목이 주는 함정에 당하셨군요. 저 역시..
괴물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가 그 괴물이 되지않기 위해 오늘도 따땃한 마음 장착하고 하루를 보내보려합니다.ㅎㅎ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네. 감독은 여러가지로 우리를 함정으로 밀어 넣더라구요.
밀어 넣고나서 함정에 걸린 나를 탓하게 하는건 좀 그렇긴 하지만, 그걸 탓하지 않은 만큼 좋은 영화였습니다.
재원님 리뷰 읽으며 온전히 영화를 다시 감상한 기분이 들었네요. ^^ 오래되었지만 다시 감상하고 싶어지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괴물>은 참 좋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네. 첨엔 집에서 가족들이랑 볼까 하다가, 아무도 안 볼꺼 같아서 영화관으로 갔는데.
보고나니, 가족들(특히 아들)하고 같이 보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원님 리뷰 팬입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괴물은 생각할수록 생각할게 많은 잔상에 오래 남은 영화네요.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앗.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에 카페에서 괴물얘기 많이 나올때는 왜 그런가 했는데,
보고나니 딱 알겠더라구요.
괴물 저도 작년에 아주 인상깊게 봤어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네 족구왕님 덕분에 괴물 알게된 기억이 있네요.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본지 너무 오래된 영화라
읽으면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ㅋㅋ
아마 많은 관객이 재원님과 비슷한 느낌이셨을듯 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괴물이 누군인가
모두 알고 싶어하는 명확한 무엇이죠
그 명확한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 어른들의 갖힌 시점이 '봐야될것들'을 '보지 못한것'겠죠?
세상은 흑과 백의 이분법이 아니라, 회색인데,
그래서인가? 우리는 흑,백을 가리고 싶어하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