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아! 가슴을 칼로 저미는 恨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오는 뱁이여...!
보충학습시간에 영화 ‘서편제’를 감상했다. 책으로는 미처 읽어보지 못 한 작품이라 조금의 기대를 안고 감상을 시작했는데 무엇보다도 시청하는 내내 오정해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는 정말 일품이였다.
마을 대갓집에서 소리품을 팔던 유봉은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의 양딸 송화와 함께 새삶을 꾸리지만 금산댁이 곧 아이를 낳다 아이와 함께 죽어버리자 유봉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소리품을 판다. 동호에게는 북을, 송화에게는 소리를 가르치던 중 동호가 생활고와 유봉 때문에 어미가 죽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유봉을 떠나자 유봉은 송화마저 자신을 떠나버릴까 두려워 그리고 송화의 소리에 한을 심어주기 위해 그녀의 눈을 멀게한다.
영화중 유봉이 송화의 눈을 멀게하기 위해 약을 먹이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죄 없는 어린 송화를 한평생 아프게 하는 가혹한 양아비 유봉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다가올 외로움에 두려워하는 유봉이 가엽기도 했다.
몇 년 후, 유봉과 송화를 찾아 헤매던 동호는 이름 없는 주막에서 송화와 재회한다.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는 동호, 아버지와 똑같은 북장단을 치는 그가 동호임을 아는 송화. 그들을 한이 사무친 판소리를 주고받는다. 이제껏 가슴에 품어온 그들의 아픔과 한을 내가 알고 있기에 주막에서의 그들의 소리는 내가 들은 판소리 중 단연 최고가 아닐 수 없었다. 청산도에서 오솔길을 걸으며 세 사람이 나누었던 그 소리 또한 아직까지도 내 귓전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