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3 하이브리드 시승기... 충격은 없었다윤지수입력 2022. 12. 28. 07:30
르노코리아는 말한다.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F1 기술로 만들었어요!”라고. F1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나는 3년 전 포뮬러4(F4) 경주차를 직접 타봤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코너링 성능은 둘째 치고, 어마어마했던 변속 충격이 지금까지 또렷이 기억난다. 변속할 때 엔진을 완충장치 없이 그대로 동력 축에 이어 버리는 ‘도그클러치’라는 장치 때문이었는데…. XM3 하이브리드에 그 기술이 들어갔다. 세상에, 얼마나 차가 덜컹거릴까?
18인치 시승차 연비는 17.0km/L다. 17인치 모델은 17.4km/L다 멋진 LED 헤드램프 / XM3의 가장 매력적인 뒤쪽 볼륨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본디 유럽 시장은 기계적인 특성에 관대한 편이니까. 변속할 때마다 운전자 고개를 흔드는 푸조 MCP(클러치가 하나인 자동화 수동변속기)가 대표적이고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도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르노 하이브리드 역시 효율만 뛰어나다면 변속 충격쯤은 그들에게 별문제가 아니겠거니 싶었다. 일단 국내 공인 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1L에 17.0km로 꽤나 준수하다.
전반적으로 단정하지만, 은색 장식이 다소 많은 편이다시승차를 받자마자 잔뜩 긴장한 채 출발한 이유다. 시작은 안심이다. 저속에서는 하이브리드답게 전기모터로만 움직여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다. 이후 엔진이 깨어날 때를 대비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건만 XM3은 계속 미끄러지듯 속도를 높였다. 구동 전기모터 최대토크가 20.9kg·m로 넉넉해 보통 하이브리드보다 엔진을 오래 잠재운다. 르노코리아 설명에 따르면 도심 주행의 75%를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고.
전자식 변속 레버 / 피아노 건반처럼 위에서 누르는 센터페시아 버튼물론 그래봐야 하이브리드다. 시속 60~70km를 넘거나 오르막을 만나는 등 힘이 부치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즉각 엔진이 깨어난다. ‘그럼 그렇지.’ 최고출력 49마력 전기모터의 한계를 보며 승리감에 취해있을 찰나, ‘어라, 그러고 보니 이 차 도그클러치라고 그랬는데?’ 엔진이 깨어날 때 충격이 없어 깜빡 잊어버렸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동안 분명히 여러 차례 변속이 이어졌지만, 보통 차와 다른 변속 충격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도리어 언제 변속하는지 모를 정도로 매끄러웠다.
XM3 하이브리드는 토요타처럼 전기모터 두 개를 엮는다비결은 두 번째 전기모터다. 그렇다. 르노 하이브리드는 이 동네 터줏대감 토요타처럼 전기모터를 두 개 얹는다. 토요타가 그렇듯 두 번째 전기모터는 엔진 시동과 회생제동 역할을 맡는다. 르노는 기능을 하나 더했다. 도그클러치가 기어를 ‘철컥’ 물기 전, 전기모터가 엔진 축을 굴려 변속기와 회전 속도를 맞춘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탐사선을 인위적으로 회전시켜 추락하던 우주선에 도킹하듯이. 충격이 없을 수밖에 없다. 전기모터만의 빠르고 정확한 출력 조절 강점을 멋지게 활용했다.
그 부드러운 변속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XM3은 편했다. QM6보다 기다란 휠베이스로 느긋하게 흔들리고 적당히 힘을 뺀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둥글린다. MPi(흡기 포트 연료 분사) 자연흡기 1.6L 가솔린 엔진은 숨죽이고 회전한다. 엔진 진동과 소음만큼은 토요타 하이브리드보다 확실히 낫다. 전반적으로 주행감이 쾌적하다. 처음 예상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래도 힘은 예상대로다. 마치 우리네 자동차 시장 정석과도 같은 1.6L 준중형 세단이나 2.0L 중형 세단만큼 평범하달까. 저속에서는 최고출력 49마력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부족함 없이 달리지만, 고속에서는 최고출력 86마력 엔진이 한계를 드러낸다. 전기모터와 엔진 힘을 합한 시스템출력 역시 1445kg 덩치에 그저 딱 알맞은 144마력.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 rpm을 끌어올려 달릴 땐 평소엔 없던 변속 충격도 슬쩍 내비친다(그래서 더 좋다).
모두 좋았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힘은 적당하며 공간은 넉넉하다. 다만 딱 하나, 제동 감각이 아쉽다. 차를 멈춰 세울 때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어 집중해서 살펴보니, 전기모터 회생제동에서 브레이크 디스크 제동으로 넘어가는 찰나에 살짝 울컥인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온 노력을 쏟아붓느라 제동 시스템을 꾸릴 땐 힘이 빠진 모양이다.
시승 기간 동안 모두 119.2km를 달렸다. 고속주행이 많았고, 꼬불꼬불 굽잇길도 달렸다. 하이브리드에 불리한 조건이 많았건만 웬걸, 트립컴퓨터 누적 연비는 1L에 20.6km를 가리켰다. 1L에 17km 공인 연비를 훌쩍 웃도는 결과다. 남다른 변속기가 주효했다고 본다. 엔진에 붙은 4단 변속기와 더불어 전기모터에 붙은 2단 변속기(도합 6단 변속기다)가 저속과 고속에서 전기모터 힘을 꾸준히 끌어내 효율을 높인다. 더욱이 도그클러치를 쓴 변속기는 가벼울 뿐 아니라 동력 전달 효율은 어떤 장치보다도 우월하다.
오만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도그클러치를 쓰고도 울컥거리지 않았다. 되려 더 부드럽고 조용했으며 효율까지 뛰어났다. 내연기관의 오랜 기술을 전기모터와 함께 엮으면서 치밀한 계산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단점은 덜고 오로지 장점만을 취했다. 하이브리드 시장에 느지막이 뛰어든 르노가 그만큼 매력적인 결과물을 들고 왔다.
글 윤지수 사진 윤지수, 르노코리아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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