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기록 – 2022.4.8~12
4월 8일
짐을 싸고 숙소 아저씨와 인사를 한 후 버스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를 갈아타고 순천으로 갔다. 잠시 앉아있는 사이 버스는 순천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순천에 오니 기분이 들떴다. 아랫장에서 7, 8과 해어지고 순천 버스 터미널로 갔다. 그곳에서 보성으로, 보성에서 작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갔다. 그 전 인원이었다면 꽉 차고도 남을 정도의 작고, 아늑한 버스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바닷가 구경을 하고 장을 봤다. 4월생의 생일과 9학년 만의 시간을 기념하며 스파게티를 먹었다. 9학년만 있으니 우리들만의 작은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었다.
4월 9일
남파랑 길을 걸었다. 사람이 적어지니 뒷사람을 챙기기가 쉬웠다.
도롯가에 있는 벚나무가 무척 아름다웠다. 벚꽃잎을 잡으며 수다를 떨었다.
걷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갔다. 가던 중 모래사장을 걸었는데 발이 푹푹 빠졌다. 다시 올라갈 길을 찾아 도로로 걸어갔다. 갈 때보다 올 때가 더 짧게 느껴졌다.
4월 10일
다른 때에 비해 자유롭게 걸었다. 길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침묵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걸은 길이도 짧고, 별로 힘들지 않아서 상당히 여유로웠다.
걷고 들어와 1차 순례 마무리를 했다. 마무리 글을 적어야 한다는 말에 모두 머리가 하얘졌다.
4월 11일
일찍 오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첫 번째 버스가 우릴 지나쳐갔다. 아마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인 거 같다. 다행히 그다음 온 버스를 잡았다. 보성에서 광주로, 광주에서 경주로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동안 마을 인생과 어떻게 지낼지 생각해 보았다. 많이 어색한 관계가 가장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잘해보자.’라고 생각하며 기운을 냈다.
경주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우연이 마을 인생과 같은 버스를 탔다. 함께 숙소로 갔고, 함께 마무리를 했다.
4월 12일
아침 열기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도롯가를 따라 산으로 갔다. 산에 꽃들이 피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에 있는 꽃들도 힘없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툭툭 떨어지는 꽃받침, 축 늘어진 꽃잎, 하지만 그사이를 자세히 보니 이제 막 꽃을 피울, 작은 꽃봉오리들이 있었다.
봄이 벌써 지나간 건지 날이 많이 더웠다.
4월 13일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다. 날이 흐리니 무척 추웠다. 바닷가를 걸었는데 바닷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옷을 꽁꽁 싸매야 했다.
걷는 동안 질문을 생각하지 않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에 정신이 팔리기도 했지만, 역시 딴짓과 딴생각을 계속한 거 같다.
숙소에 돌아와 지영이의 생일을 미리 축하하며 걸을 때 사 온 케이크와 미역국, 생선으로 생일상을 차렸다.
4월 14일
일어나 지영이에게 생일 축하 한다는 말을 전했다.
버스를 타고 경주 국립 박물관에 갔다. 신라 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유물들 속에서 신라인들의 정성과 노력이 보였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금 세공품, 꽃, 도깨비 무늬가 있는 기와, 도자기, 불상, 그림 등등 아주 많았다.
관람이 끝나고 장로님 내외분이 오셔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장로님 내외분을 다시 만나니 상당히 반가웠다.
숙소에 돌아와 ‘카우스 피라시’라는 환경 다큐를 봤다. 축산업에 관한 이야기, 축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왜 환경 단체에서 축산업 얘기를 하지 않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기록담당 – 장서윤, 이준성, 최환히
1차 기록 올림 – 장서윤
2차 기록 올림 – 이준성
3차 기록 올림 – 최환히
세사람이 쓴 일지가 기록으로 올라가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사진은 일지가 다 올라간 후 올릴 예정이니다.
고마워요 ^^
잘 읽었어요.
생생한 순례의 현장이 느껴져 길에 서 있는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