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닙니다. 아무리해도 10점 만점에 6점이에요.
스토리는 전형적이고 진부함도 있고 유치함도 있고 신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좋았어요. 일부는 이 영화를 보는 제 상태에서 기인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미덕을 써봅니다.
남의 말 길게 들어주고 읽어주는 세상이 아닌데도 우린 늘 자기 말을 하고 싶어하잖아요.
영화 빅토리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1. 꽤 타율이 높은 유머들
배경도 1999년 이고 이혜리가 주인공 이다보니 응답하라 시리즈 랑 톤이 비슷합니다.
그 시리즈에서 유머가 잘 구사되었듯 여기서도 꽤 괜찮습니다.
여러번 웃었어요. 연기도 연출도 잘 살렸어요. 우리 골키퍼 너무 귀엽잖아요. 나라면 너다.
연기 구멍 없습니다. 조연들도 연기력 좋은 분들이고 해서요.
2.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노동영화 인 것 같아서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세 번 읽었고
그 소설집에서 한 번 언급된 작가 고바야시 타끼치의 게 가공선이라는 단편을 직전에 읽었습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 저소득층 소년 소녀가 이변 없이 지극히 그럴 듯하게
고단한 저소득층 청년 노동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봤는데요.
학교도 잘 다니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이렇게 힘든 건지 의구심을 갖고
밈처럼 이거는 기립이네 기립해야겠네 하며 웃는 것이 나옵니다.
게 가공선은 1929년에 발표된 홋가이도 북단 게 가공선에서 있던 노동 인권 유린을 그린 실화 바탕 소설이에요.
2008년 갑자기 프리터들로 살아가는 일본 청년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려지면서 다시 역주행을 했데요.
이 소설은 연대와 이상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1930년대에도 가졌던 이상이 이제는 다 사라지고 신자유주의가 공고한 가운데
연대는 너무나 어려워져서 기립도 힘들고 단 두사람의 인터내셔널도 참 오래 걸리는데 말이죠.
그런데 영화에서 웃음과 함께 노동 인권 문제를 슬쩍씩 건드려 줘서 좋았습니다.
제가 본 최고의 노동 영화는 인 디 아일인데요 아무리 좋아도 본 사람 얼마 없을 거에요.
그런데 특성화고 학생의 취업 문제도, 남녀 차별도, 노동자 파업도, 산업 재해도, 이렇게
웃음 사이사이에 1990년대라고 살짝 거리를 띄워서 다루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영화라고 누군가는 빨갱이 영화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하셨는데
진짜 우스갯소리 속에 노동인권 문제를 자꾸 접근성 있게 다뤄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무서울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세상에 희망을 찾으려면요.
고전적 방식으로 빨간 띠를 쓴 아재들을 그들의 자녀 혹은 이웃의 자녀가 치어리딩으로 응원하는 건 많이 뭉클했어요.
3. 지역 친화적 영화라서
최근에 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 국제고 이야기 너무 좋았어요.
우리나라 봉황기와는 다르게 일본은 지역 고등학교의 야구 대회를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 같아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보다 지역 중심의 삶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프로야구에서 지역 연고가 도움이 되는 것도 같지만 사실 많이 없죠.
이 영화에서 거제를 배경으로 지역적 특성을 잘 담아내서 좋았습니다.
한 다리 건너 다들 아는 서민들이 서로를 품어주는 이야기 같아서요.
4. 저에겐 약간 지나쳤지만
90년대 가수 음악이 많이 나오는데 고마운 분들 스크롤에 이름이 나온 것 봐서
저작권료를 크게 부르지 않았나봐요.
사실 저는 음악소리가 너무 크기도 하고 약간 손발 오그라 들 때도 있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어떻게 들릴려나 궁금합니다.
첫댓글 선배님을 언제나 빅토리!!!
선배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고편으로는 단순 치어리딩 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깊이 있는 주제를 가볍게 다뤘나보네요.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노동영화' 맘에 듭니다!
요즘 혜리가 그르케 열심히 홍보 다닌다 하든데
좋은 성과 있었음 응원하게 되네요~
책소개도 곁들인 격있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안경선배님 안녕하세요
흠...ㅠ
두 사람 인터내셔널에 다문화가정 청년도 나왔었지죠?
지금 조선업계도 이주노동자 없으면 한국인 일자리도 사라진다고 해요
전학온 아이들이 댄스부나 축구부을 살린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수도 있겠군요
덕분에 놓쳤던 부분 생각하게 되어 매우 감사드립니다
맞아요^^ 러시아동포 고려인이죠.
@안경 선배 다문화가정 아녔군요
챙피하지만 댓글을 수정 안할께요 ㅠ
ㅎㅎ 제 글이 더 챙피합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 맞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후기들은 다 좋은 이야기들만 보이는데 볼 영화가 없는데도 쉽게 손이 가지 않네요. 혜리 혼자 티켓 파워로는 아직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ㅠ
혜리는 나쁘지 않습니다. 할인쿠폰 있음 보실 만한.
리뷰 감사합니다. 청년들의 이야기 너무 좋네요.
6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영화라니 궁금해지네요. 할인쿠폰이 어딨더라..
빅토리를 아직 못봤네요..개봉전주에 영화관 예고편으로 수차례 보다가 어랏...영화가 괜찮은듯..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
보려고 킵해뒀어요
덕분에 무게를 좀더 실어봅니다
뻔함을 뛰어넘는 음악과 발랄함...
아마 이 영화의 장점일듯요...
인디아일은 저도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대형마트의 규격화된 상품들을 지게차로 위치를 선정해주는 주인공의 일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잘맞는
영화였다고 기억합니다
관심무 영화였는데 선배님이.좋았다니 관심유가.되었습니다. 저도.보고 싶어 졌어용.
👍 선배님 보셨군요!
전 이런 장르 좋아합니다.
단순하면서 뻔한장르♡ 이번 추석에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 영화 방구석에서 몰아보기 계획중입니다. 혹시 가볍게 볼수 있는 영화 추천해주실수 있음 해주세요.
바쁘시면 패쯔~^^
안바쁜데 ㅎㅎ 제가 감히 뭐라고 추천을 ㅎㅎ 빅토리 OTT 안나오시면 장항준 감독 리바운드요^^
@안경 선배 오호^^ 감사합니다.
선배님 즐 주말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