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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입을 여는 대화
어느 모녀의 대화(아이가 5살)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와 아이의 극적이고 활발하며 유쾌한 상봉)
"우리 딸~ 엄마는 오늘 점심에 아주 맛있는 거 먹었다?” “맛있는 거? 뭐요?” “응~ 맛있는 거, 엄마는 오늘, 엄마가 좋아하는 잡채랑 콩나물이랑 계란말이랑 밥이랑 먹었어요. 근데, 잡채가 정말정말 맛있는 거 있지?” “어? 나도, 나도 잡채 먹었는데.” “어머, 우리 딸도 오늘 점심 반찬으로 잡채 먹었어? 맛있었겠네? 잡채랑 또 뭐 먹었을까?” “어, 잡채랑…어…멸치랑, 김이랑…”
아이의 입을 열려면, 엄마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는 것. 마주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아이와의 즐거운 핑퐁 대화를 위해 하나의 소재에 대해 적어도 2~3가지의 방향의 시나리오는 미리 짜놓는다. 핑퐁 대화이기 때문에, 아이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아이의 다양하고도 엉뚱하고도 발랄한 생각을 받아내려면 즉석에서 반응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 딸이 뭘 하고 놀았을까? 음..엄마가, 엄마가! 한 번 맞춰볼게. 음… 아! 생각났다. 역할놀이? 아니면… 종이 접기 놀이?”
대화의 유형도 다양하게 조절한다. 늘 똑같은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하다가는 아이가 지루해할 수도 있으니, 가끔은 퀴즈 형태로 맞추기 놀이를 해보는 것이다.
대화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행위 또는 그 이야기를 가리킨다. 아이와의 대화를 위하여 우선 엄마 또는 아빠가 이야기보따리를 활짝 풀어보는 것이다. 그럼, 어느 순간 우리 아이의 입에서 보물 같은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오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논쟁을 시도하고 때론 부모를 말로 이기려고도 한다. 신경이 거슬리기도 하겠지만 대화는 가정에서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생각 수업이다. 아이는 말을 안 해도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을 분위기로 또 몸으로 느낀다.
아이와 대화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라면 김영훈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조언과 신의진 박사의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할 대화법을 새겨듣도록 하자.
아이와 대화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들을 위한 대화의 기술
1. 몸을 아이에게 향하고 눈을 바라보라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아이가 말을 걸 때 책을 읽거나 TV를 보지 말고 일단 몸을 아이에게 향하고 눈을 바라보면서 듣자. 도저히 손을 뗄 수 없는 일이 있을 때 아이가 말을 건다면 “미안, 5분만 기다려줄래? 얼른 끝낼게.”라고 양해를 구하고 5분이 지나면 반드시 아이와 마주해야 한다.
2.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친다. 대화는 일종의 동조가 필요하다. 아이가 “있잖아”라고 말을 걸었을 때 “응, 무슨 일이야?”또는 “그렇지”같은 반응을 보이면 말하고 싶은 의욕이 솟아난다.
3. 에너지를 맞추라 아이의 에너지 수준에 맞춰보자. 아이가 활기차게 말하면 부모도 활기차게 말하고 아이가 차분하게 행동하면 부모도 차분하게 행동한다. 아이가 눈을 낮춘다면 같이 시선을 낮춰야 한다.
4. 아이의 아군으로서 대화하라 아이는 무의식중에 부모의 대응이나 반응을 관찰하고 부모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인한다. 이때 아군이면 아이는 쉬이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며 부모 또한 아이에게 의욕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적군이라면 아이는 ‘엄마 아빠가 들어주지 않는다.’, ‘말해도 소용없다.’고 판단한다.
5. 무승부법을 적절히 이용하라 아이가 값비싼 게임을 사달라고 해 갈등이 생겼다고 치자. 아이는 그것을 사고 싶어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부모는 사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둘 사이의 이견을 좁혀야 한다. 그런 후에 아이가 집안일을 도와 용돈을 벌어 물건 사는 데 보탠다든지, 좀 더 싼 모델로 고른다든지 등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6. 한마디로만 지적하라 단답형 대답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5분 이상 길어지는 말은 잔소리고 설교일 뿐이다. 예를 들어 “너의 성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구나. 근데 말이다. 어젯밤에 네가 동생하게 심하게 말하던데…”하는 식은 곤란하다. 대신 “너의 성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언제가 좋겠니?”라고 물어봐야 한다.
7. 메모를 적극 활용하라 아이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잔소리만 나오는 부모는 메모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만약 아이가 TV만 보기 좋아한다면 TV 모니터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붙여놓아 보자. ‘숙제부터 다 해놓고 마음 편하게 보면 어떨까?’
8. 적당히 말을 삼켜라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한다면 아이는 그것을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쉽다. 때문에 정작 중요한 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적당히 가려 해야 말에 힘이 실린다. 화가 날 때는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좋다. 중립적인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9. 자녀의 체면을 살려줘라 부모에게 잘못을 지적당하면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자꾸 잘못을 지적하고 추궁하면 아이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된다. 잘못을 지적할 때 아이와 함께 해결책을 의논하면 아이의 체면을 살리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10. 자녀의 말을 충분히 듣고 이야기하라 아이들의 대화는 단편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이 특징이다. 몇 마디 말을 듣고 자녀의 말을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말을 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 자녀의 말을 충분히 귀담아 듣고 이해한 다음 이야기할 것.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왜’나 ‘어떻게’와 같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열린 질문보다 상황에 대한 아이의 기분을 물으면 보다 많은 내용을 들을 수 있다.
11. ‘나’메시지로 감정을 표현하라 자녀에게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머리로 이해하며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감정을 전달할 때는 아이를 주어로 해서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지 말고, 부모 자신을 주어로 삼아 그 일로 인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자녀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부모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표현한다. 이를 위해 부모는 본인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그러면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이 역시 무엇이 정확하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를 알 수 있어 반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12. 잘못을 사과하라 자녀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빨리 사과한다. 부모의 사과를 받은 자녀는 상하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에서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부모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대화 도중에 받은 감정적 상처도 치유할 수 있다.
13. 대화 중 자녀의 신호를 살펴라 대화 도중 자녀의 심리 변화를 읽어내고 그에 따라 대화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녀가 딴청을 피운다면 이야기가 듣기 싫거나 부모와 생각이 다르다는 뜻이다. 자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몇 번을 얘기해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다른 일에 신경을 뺏겨 대화하기 좋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반면 아이가 자신의 고민이나 미묘한 감정을 이야기한다면 감정의 소통이 잘 이뤄지는 상황이므로 대화를 이어나가도 좋다.
<자녀와의 의사소통 기술 체크 리스트>
-아이의 말을 잘 경청한다. -아이가 큰 소리를 쳐도 잘 참는다.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지 않는다. -아이의 돌발적인 언행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대화가 격해져도 그 시점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다. -아이와 대화할 때 욕을 하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아이가 폭언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답보다는 질문으로 주도한다.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대화와 토론으로 참여한다. -비판하지 않고 실제로 검증을 한다. (예, 아니오. 예 8-10 최상, 6-7 우량, 5 이하 요주의)
(20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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