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연 연출가 진옥섭의 <노름마치>, <문학동네> 2013년 6월15일 초판 발행, 435쪽, 가격 15,000원.
'노름마치'는 '놀다'의 노름과 '마치다'의 마침이 결합된 말로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고 합니다.
ㅈ신문의 '북엔수다' 코너에 소개(2013.10.2)되기도 한 이 책은 진옥섭이 발품 팔아 우리시대의 예인(藝人) 18명의 인생과 예술 이력서를 쓴 책입니다. 웬만한 문인이라면 탄성을 연발할 펄펄 뛰는 문장이 넘실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 자신도 글쓸 때는 한 평도 안되는 쪽방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서 몰입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바깥출입을 안하기 위해 단벌옷을 빨래통에 담가 놓고 스스로 그 안에 갇혀서 집중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렇게 몰입해야 글이 되는 것을...
그런 근성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었으니 "그 분야만큼은 문학가들도 손을 떨게 하고 싶다"는 오만을 나타낼만큼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그러면서 "글 한 줄을 써도 표현과 분량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는 광고에 나오는 카피(홍보문구)) 한 줄을 보면서도 좋은 제품에 후진 카피를 보면 화가 난다고 합니다. "이 자식들아, 언어의 세계가 그리 허술해 보이냐. 그렇게 엉망으로 글 써 봐라. 너희 상품은 곧 단종될 것이야."라며 경멸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글이랍시고 써보는 저를 향한 채찍으로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의 문장 표현 한 토막, (장금도의 춤을 묘사하는 부분입니다)
"키가 줄어 길어진 치맛자락을 살짝 쥐어 들 때, 다가오던 시간이 외씨버선에 밟혔다. 정중히 찍힌 발자국은 하얗게 말라가고 일찍 디딘 발자국은 바람에 들려 분분했다..."
이책은 문장공부의 길잡이는 아닙니다. 진옥섭의 그 분야에 대한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리얼하게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깊게 꿰뚷고 들어가지 못하는 저로서는 저자의 글 쓰는 장인정신에 놀랄 뿐입니다.
이렇게 대상(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전문적 지식, 그리고 한 소재의 글을 쓸 때는 끝낼 때까지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고 몰입하는 그 치열함이 있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몰입의길 ,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도 수년 전 이 책을 매력에 홀딱 빠져 몇 차례 되 읽었습니다. 두었다가 다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꽂아 두었는데 다른 읽을 거리들에 밀려 차일피일 시간의 먼지만 쓰고 있군요.
미침 님의 소개 글을 접한 김에 선선한 밤 공기를 벗삼아 다시 꺼내어 읽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늦추었던 고삐를 당기게 됩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가을이 더 풍성합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구입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