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 효과(White Bear Effect)
어릴 적 아쉬웠던 두 가지 일이 있다. 첫째는 초등학교 때에 급식 빵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여행 한번 가본 경험이 없다. 그때는 다 어려웠던 시절이다.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먹고 싶은 빵을 마음껏 먹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장발장처럼 빵을 훔치지는 않았다. 특히 단팥빵을 좋아한다. 캐나다 온 뒤로 원주민 사역을 하면서 도네이션 푸드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예를 들면, 콥스 브레드, 티엔티 빵, 스타벅스 빵 등. 소원 성취했다. 두 번째로는, 내가 결혼하면 가족 여행을 자주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만남과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글을 쓰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백곰 효과(White Bear Effect)’라고 심리학 용어가 있다. 1987년 하버드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다니엘 웨그너(Daniel Merton Wegner) 교수는 특별한 심리 실험을 했다.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라고 지시했고 B그룹에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5분 동안 학생들에게 백곰이 떠오를 때마다 종을 치라고 일러두었다. 종을 친 횟수가 어느 쪽 그룹이 더 많았을까? 의외로 백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은 B그룹이 훨씬 더 종을 친 횟수가 많았다.
특정한 생각이나 욕구를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그것이 자꾸만 떠오르는 심리 현상을 백곰 효과(white bear effect)라고 한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고도 하며 또는 아이러니 효과(ironic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기쁠 때와 슬플 때의 경험이 있다. 내가 어떠한 쪽에 더 마음을 쓰고 사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달라질 뿐이다. 행복할 때보다 슬픔과 고통의 순간을 더 떠올리고 곱씹는 사람은 점점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다시 실험으로 돌아가자. 실험자가 '백곰' 대신에 '빨간색 스포츠카'를 연상해 보라고 했더니, 종을 친 횟수가 훨씬 줄어 들었다. 생각의 전환이 그런 효과를 가져왔다.
남아프리카 만델라 전 대통령도 백인들의 폭정에 맞서다 감옥에서 27년간을 보냈다. 이후 석방되어 흑인 최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냈지만 복수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감옥에 보내고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백인들을 다 용서하고 사면했다. 모조리 숙청하거나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이것이 진정한 용서의 힘이다. 그는 이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기숙사학교"(Residential School) 관련 일백 년 동안 수많은 원주민 자녀가 방치되고 학대를 당하고 실종되었다. 캐나다 정부 외 카톨릭 교황도 직접 에드먼턴을 방문하여 원주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트라우마에 걸린 원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약속했다. 원주민 마을에 들어가면서 "기숙사 학교" 관련 여러 차례 원주민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중에는 기숙사 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아 탈출한 이도 있었다. 그들은 다 용서한다고 내게 말했다.
용서하면 내가 편해진다. 과거를 다 잊어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의 아픔 속에 머물면 미래가 없다. 내가 한발 나아가기 위해 용서하자는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해방이 되었지만, 광야에서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 망각해 버리고 원망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성육신(Incanation) 하여 친히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나와 그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죄를 다 잊으시고 용서하셨다. 주기도문에도 나와 있듯이, "내가 죄지은 자를 용서한 것 같이 나의 죄를 용서해 주옵시고" . 용서는 나를 위한 주님의 명령이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행복해진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고통도 다르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을 오래 안고 있으면 우울증의 원인이 되고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긍정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과거의 부정적인 정서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감사’, ‘용서’, 그리고 ‘망각’을 제시한다. 필자는 교회에서 큐티 반을 진행하면서, 나눔과 더불어 감사의 내용을 나누고 있다. 감사가 하는 문을 여는 열쇠다. "감사"는 전환 효과를 가져온다. 때로 가슴 속에서 울컥 올라올 때마다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과거를 곱씹지 말고, 생각의 전환을 하자. 바로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동시에 감사하는 것이다. 나를 살리는 힘이다. 복된 새해 되십시오.
이진종 <시인, 목사>
<디스타임> 2025년 1월에 게재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