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뿔인문학연구소 나무랑문학아카데미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 2020/12/3/목
12월 주제: 시창작과 시 -본질에 대한 물음 (3)
**여기 구부러진 선 하나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이 선을 연결해서 토끼를 그릴 거고, 또 어떤 사람은 오리를 그릴 수도 있어요. 그처럼 앞으로 무슨 그림이 나올지 모르는 게 시예요. 시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거예요.『무한화서 -시 250』/이성복/문학과지성
**시는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요. 시를 쓸 때는 일단 모르는 데서 시작하세요. 모르는 쪽으로 손을 벌리고, 모르는 쪽에 기대야 해요. 진정한 시는 한 번도 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에요. 『무한화서 -시 253』/이성복/문학과지성
**좋은 사람 좋아하는 게 무슨 사랑이겠어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게 사랑이지요. 그처럼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게 시가 아닐까 해요. 『무한화서 -시 260』/이성복/문학과지성
**모호한 게 제일 정확한 거예요. 왜? 인생이 본래 모호하기 때문이에요. 알 듯 모를 듯해야 말에 힘이 붙어요. 시가 철학이 아니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철학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개똥철학이에요. 시에서는 폼 나는 말 안 하는 게 폼 나는 거예요. 뭐 좀 안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본래 모르는 거예요. 『무한화서 -시 261』/이성복/문학과지성
**애들 야단칠 때, 먼저 노여움을 가라앉히라 하지요. 그러지 않으면 자기한테 화낸다고 생각해요. 또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야단치지 말라고 해요. 저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요. 시를 쓸 때도 그렇게 해야 해요. 시에 감정을 실을 게 아니라, 감정을 누그러뜨린 다음 시를 써야 해요.『무한화서 -시 266』/이성복/문학과지성
**칠판을 다 지워도 그 밑에 글자의 흔적이 남듯이, 우리의 기억이 사라져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어요. 시는 남아 있는 그 흔적을 옮겨 놓는 거예요. 『무한화서 -시 268』/이성복/문학과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