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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의 약자인 ‘일베’는 흔히 극우 성향의 글들과 함께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들이 만연한 곳으로 인식되어, 많은 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어느 틈엔가 그러한 ‘일베 현상’이 사회 곳곳에 전파되면서, 특정 지역과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퍼뜨리고 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일베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그 의미를 점검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2014년에 저자의 학위논문이 바탕이 되어, 그 이후 ‘일베 현상’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파급되었는지를 실증적인 접근을 통해서 보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베 현상’의 문제점을 저자는 ‘혐오의 자유’라는 표현으로 압축하고 있는데, 부제로 덧붙인 ‘혐오의 자유는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문장을 통해서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혐오’가 단순히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고 본질을 왜곡시킬 정도의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자유’가 아닌 ‘사회병리학’의 측면에서 다뤄져야만 하는 주제라고 할 것이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여 ‘혐오의 정치’에 편승하고, 그것이 일각에서나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이처럼 ‘일베 현상’이 ‘일베’라는 특정 사이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감으로써 <보통 일베들의 시대>라고 일컫게 되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최근 ‘일베’에 대한 주목도나 뉴스는 다소 줄어든 듯하지만, 저자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일베 현상’에 깊이 침투해있다는 징표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5.18 광주항쟁’에 대한 비하와 여성 혐오,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의 ‘폭식 만행’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일베’의 비정상적인 행태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혐오를 조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초창기부터 검토하고, 인터뷰를 수락한 ‘일베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일베 현상’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노력이 ‘일베적 혐오의 구조 또는 기원을 이해하고 현재 강고해 보이는 혐오 선동을 파헤치는 여러 불쏘시개 중 하나로서의 가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이미 ‘일베적 혐오’는 정치권에까지 깊이 침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일부 정치인들이 내뱉는 언사들 역시 ‘갈라치기’라고 표현될 정도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여과없이 노출시키고 있으며, 그것을 너무도 당당하게 표출한다는 점이 혐오에 기반한 ‘일베적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견을 갖게 한다. 1장에서는 먼저 ‘일베의 계보: 사이버공간의 간략한 문화사’를 개략하고, 일베 게시판을 분석한 결과로써 2장에서 ‘혐오의 수치화: 2011~2020 일베 데이터 분석’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 일베 게시판에서 언급되는 혐오의 실상을 3장의 ‘일베적 혐오: 내부의 타자들’이라는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4장의 ‘일베를 만나다: 각자도생의 평범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베 이용자’인 10명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게시판의 글들을 그들의 생각과 함께 비교하는 내용이다. 물론 저자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은 어쩌면 일베 이용자들 가운데 가장 ‘온건한’ 성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5장에서는 특히 문제가 되고 이후 우리 사회의 혐오문화의 중심에 놓여진 ‘여성 혐오와 능력주의: 일베만의 문제는 없다’를 통해서, 남성중심의 문화에서 자라난 남성들이 어떻게 여성혐오에 침윤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항목에서 숙박업소 직원으로 고객의 무시에 항의해서 ‘토막살인’이라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던 장 아무개라는 인물이 남긴 옥중 기록을 분석한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신의 행위에 너무도 당당한 그의 태도도 놀라웠지만, 그의 글은 분량은 많지만 자신의 생각이 아닌 ‘일베 의 말과 생각이 한 사람의 것으로 온전히 체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 성향으로 ‘일베’와 대척점에 있었던 ‘루리웹’이라는 사이트가 ‘여성혐오’라는 문제에서만큼은 거의 비슷한 양상을 표출하고 잇는 현실도 적절히 짚어내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결론: 차가운 열광의 확산과 일베적 정치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혐오’에 기반한 문화가 이미 정치권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른바 ‘특정 세대론’과 ‘성별 갈라치기’로 대표되는 ‘이준석 현상’으로, 일약 집권당의 대표로 선출되었던 정치인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혐오’의 감정은 누군가를 흥분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임에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기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견고한 남성중심의 문화가 누구에게나 바람직했던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 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성 혐오’는 결국 남성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나이나 성별, 그리고 국적이나 지역을 떠나 각자의 인권이 충분히 인정되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이 아닌, 정책이나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는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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