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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매핑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커뮤니티 매핑이란 기존에 있는 지도 위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는 작업을 일컫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시기에,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정보가 기록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이 일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인물로 이 책의 대담자인 임완수 박사를 꼽을 수 있으며, 출판인 한기호가 그와 더불어 커뮤니티 매핑의 의미와 그동안 행했던 다양한 사례들을 대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작년 2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의 착용이 중요한 일이 되었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마스크 판매처의 위치를 기록한 정보가 제공되기도 했었지만, 시차를 두고 어플로 제공되어 판매처마다 실시간으로 재고 상황을 알리는 '마스크 시민지도'로 인해서 그러한 불편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었다. 사람들과 더불어 마스크 판매처와 잔여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한 '마스크 시민 지도'는 바로 이 책의 대담자인 임완수와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티 매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대중들은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제공하는 '매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대담자인 임완수 박사는 커뮤니티 매핑이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며,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고, 서로 소통하게 하면서 간과했던 주변 문제를 다시 보게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전체를 바꾸고, 인류의 역사를 어느 정도 갱생하고 보완하지 않을까 하며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담을 제안했던 한기호는 저자의 이러한 말에 착안해서, 그가 그동안 수행했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커뮤니티 매핑이라는 작업을 '일깨움'이란 의미의 <어웨이크닝>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라 이해된다.
임완수 박사는 커뮤니티 매핑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장애를 지닌 이들이 겪는 세상은 비장애인들과는 전혀 다르기에 그 의미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우리가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했던 다양한 커뮤니티 매핑들이 누군가의 노력과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미국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커뮤니티 매핑을 시작한 임완수는 한국에서 그것을 활용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고, 그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사용자들은 편리하게 이미 만들어진 지도를 활용하지만, 그에 걸맞은 사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고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을 원하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함께 일하는 대담자의 열정에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대담자는 커무니티 매핑의 가장 중요한 면모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위험과 아름다움'을 지도 위에 그려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가장 첫 번째 항목은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매핑’이라는 제목으로 그 의미와 필요성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어지는 2장의 ‘위험을 매핑하다’라는 항목이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저자 역시 매우 상세하게 필요성과 그동안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학교 등 자신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직접 가서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무심히 보아 넘겼던 ‘지구 도처에 숨 쉬는 위험들’을 설명하고, 결국 커뮤니티 매핑 작업을 통해 ‘시민의 건강을 매핑한다’는 의미를 인지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대담자가 강조한 위험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매핑하다’라는 내용은 3장에서 그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환경을 알아가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금의 한국 사회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공간의 배치나 건축 등의 요소로 인해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로 인해서 같은 지역의 환경이 불과 10여 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역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던 사람들이 하나씩 줄어들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을 점점 기억하는 사람들도 감소할 수박에 없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해서 커뮤니티 매핑 작업을 하면서,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던 기성세대들과 만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삼 알게 되었다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을 매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범위를 점점 넓힌다면 ‘아름다움’의 의미와 사례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지도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담자가 왜 커뮤니티 매핑의 의미를 '위험과 아름다움을 매핑'한다고 설명했는지, 이 책에 소개된 내용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잘 알게 되었다. 책의 앞부분에 사진으로 제시된 '나에게 커뮤니티 매핑이란 나를 위한 관점이 아닌 다른 이의 시선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라는 참가자의 후기가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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