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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 위기 문제’라는 부제의 이 책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들이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가의 문제를 정밀하게 따지고 있다. 그동안 인류에게 익숙하게 유지되었던 육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와 그로 인한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 식용으로 키워지는 동물들의 먹이가 많이 든다는 것, 더욱이 대기업이 축산에 관여하면서 대규모 축산으로 발생하는 사료와 동물복지 등의 문제가 떠오르는 주제라고 할 것이다. 누군가는 ‘육식의 종말’을 내세우기도 하고, 우리의 식문화를 채식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식문화를 채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점점 악화되고 있는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들의 생산 과정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인 듯한 먹거리는 사실 기후 변화의 주요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검증하면서, 점차 근대화된 방식으로 변해가는 먹거리 산업으로 인해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되고 결국 ‘우리가 먹고살고자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숲을 파괴하는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관심은 현재 직면해 있는 지구의 기후위기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이른바 ‘먹거리 산업’의 전반에 걸쳐 식재료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어떻게 발생하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양인가를 검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적인 먹거리로 ‘탈육식과 유기농’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동안의 우리의 식문화의 관행으로 보아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식생활을 단지 ‘육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며, 우라의 식탁 위에 오르는 먹거리들이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알면서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먼저 1장에서 ‘탄소가 왜?’라는 제목을 통해,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탄소와 온실가스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펼치고 있다.
현재 식문화와 관련해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고려하여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쩌다 소 방귀까지 걱정하게 됐을까’라는 제목의 2장을 통해서 그 문제점을 상세히 짚어내고 있다. 아마존의 밀림까지 베어내면서 축산에 매달리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모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기에, 육식 위주의 식문화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지 축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농업 역시 먹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탄소가 차오른다, 논밭에’라는 제목의 3장을 통해서, 농업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수많은 비닐하우스를 통해 시설재배가 이뤄지고 있기에,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탄소배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4장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어업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역시 해양 환경이 변화하면서 고기를 잡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를 통해 어업에서도 적지 않은 탄소배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단 저자의 관심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현재의 시점이 더 중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모든 먹거리들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현재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5장의 ‘어떻게 기를 것인가’라는 제목 아래 소개하고 있다. 특히 5장의 마지막 항목에서 육식의 대체품으로 인공육을 권하는 문제에 대해, 저자는 과연 그것이 대안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식물성 재료를 대체육으로 만들기 위해서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결국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기 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인공육을 찾기보다 식물성 재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길들여온 개인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자세로 우리의 식문화를 돌아보는 것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부터라도 밥상을 대하면서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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