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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은 노자의 사상을 담고 있는 책으로, 전체 81장의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도(道)'에 대해 논한 '도경' 37장과 '덕(德)'에 대해 논한 '덕경' 44장이 결합되어 <도덕경>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나라들이 각기 권력과 세력을 다투고 전쟁이 끊이지 않던 춘추시대에 살았던 노자는 당대의 어지러운 현실이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자의 이익만을 탐하는 현실을 질타하면서, 인위적인 인간의 행동에 대항하는 '무위(無爲)'라는 개념을 내세운 것이다.
이러한 노자의 철학은 동양의 지식인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고, 조선시대 유학자들도 <장자>와 더불어 <노자>를 즐겨 읽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른바 '노장사상'을 유가의 이념에 반하는 이단으로 치부하기도 했지만, 정신 수양을 강조하던 그들의 지향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자가 주장하는 바의 '무위'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각종 제도와 이념을 중시하는 유가의 철학은 '무위'를 해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노자를 자본주의의 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일단 <도덕경>의 원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간략한 해제를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의 설명에 걸맞는 상황을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물들과 그들의 관점들을 접목시켜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에 대해서 폭넓게 공부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이러한 기획이 실행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의 설명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공감되는 바가 있었지만, 과연 그러한 사례들이 노자 혹은 <도덕경>의 관점으로 접맥될 수 있는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사업가들과 그들의 경영 전략은 노자의 '무위'가 아닌 철저히 인위적인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경영자들이 <도덕경>의 내용을 통해서 경영 전략을 접목시킬 수 있다면, 보다 건강한 기업 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저자 역시 '맺음말'에서 이 책의 독자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랑을 헤져나가기 위해 고심하고 분투하는 CEO들'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기획의 취지가 노자와 <도덕경>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어쨌든 노자의 철학이 삶의 철학이 아닌, 경영의 전략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는 '무위 자연'을 추구했던 노자의 사상을 자본주의의 첨단인 실리콘밸리의 상황과 결합시켜 해석하고 있다. 모든 인위적인 제도와 규범들을 해체하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흐름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무위자연'의 핵심적인 사상이라면, 실리콘밸리의 탄생과 그 이후의 성장은 '도전과 성공'으로 상징되는 '유위(有爲)'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저자가 제시하는 몇몇 사람들의 행위나 콘텐츠는 일부 <도덕경>의 구절에 걸맞은 면이 있을지라도, 그 핵심은 노자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물론 점점 고도화되어가는 21세기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자'처럼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노자의 철학 일부라도 받아들여 겨영자들이 경영철학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조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전략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는 있겠지만, 경영자들의 생각과 그들의 구체적인 사업콘텐츠를 통해서 '노자'를 접목한다는 의도에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노자 <도덕경>의 핵심은 결코 인위적인 노력에 의한 '성공 전략'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 노자 철학의 핵심일 것이다. 그래서 제목에 '노자'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자 사상'을 강조했다면 본래의 의도에 더 걸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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