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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완전히 그러한 경향이 불식되지 않았지만, 과거에는 ‘남자답다’ 혹은 ‘여자답다’라는 것을 당연시여기는 고루한 문화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답지 못한 남자’ 혹은 ‘여자답지 못한 여자’는 비판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놀림거리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상 각 개인이 지닌 풍부한 성격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성향과 행동거지를 단순히 ‘남자’ 혹은 ‘여자’라는 단순한 비교로 평가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성소수자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이제 50대에 접어들었을 저자가 성소수자로 살아왔던 자신의 40여 년의 삶을 토로하는, 10년 전에 출간된 자전적 에세이이다. 저자인 김비는 자신을 트랜스젠더 소설가로 밝히고 있다.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가정 형편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성소수자인 자신의 현실을 감추기 위해 ‘남자답게’ 살려고 노력했던 저자의 과거는 너무도 힘들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저자는 이미 10년 전에 <못생긴 트랜스젠더 김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정리해서 출간한 바 있지만, 그 책이 절판되면서 10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이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삶을 10년 단위로 구분해서, 40대에 이른 현재까지의 삶의 궤적을 정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힘겹게 살아왔을 자신의 삶을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이제는 과거를 돌아볼 여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신체적으로는 분명 남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이라고 살아왔던 힘들었던 시기의 삶도 그래서 조금은 담담하게 진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의 힘이었다고 토로하면서, 그러한 노력이 저자가 소설가로 등단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음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우연한 방송 출연을 계기로 ‘성전환 수술이 아니라, 성확정 수술’을 통해서 비로소 성정체성에 맞는 신체를 지니게 되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으로 성별을 구분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해서,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여권에 기재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과거에는 관습적으로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다면, 이제는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의 실체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조처라고 이해된다. 여전히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저자와 같은 이들이 점점 늘어나 사회에서 그것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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