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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참선 수행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붙들고 생각할 거리가 되는 말을 일컬어 화두(話頭)라고 한다. 그렇다면 <화두로 만나는 서양철학>이란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 대상이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화두라는 단어는 단지 특정 종교의 수행법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언급될 정도로 보편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추구해야할 중요한 목표를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기에, 서양철학을 단지 지식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끌어들여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이해된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서양철학은 무엇일까?’라는 부제를 통해서, 모두 8개의 화두를 제시하고 그에 관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서양철학의 지식만이 아닌, 다양한 철학사상을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탐구하는 학문이 ‘철학(哲學)’의 본질이라고 할 때, 단순한 지식이 아닌 철학자들이 제시한 사싱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각각의 ‘화두’를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철학사상을 적용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철학의 쓰임을 음미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하겠다.
가장 먼저 ‘행복에 대해 묻다’라는 제목의 화두를 두고,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들어 나름의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그러한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에서>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들을 소재로 각각 제시하면서, ‘행복’에 관한 두 사람의 사상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철학자들의 주요 사상과 개념들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즉 저자들이 제시한 서양철학의 중요한 ‘화두’를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항목의 ‘환상에 대해 묻다’라는 화두에서는 플라톤과 데카르트의 핵심 개념을 설명하면서, 각각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의 내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이지는 ‘운명에 대해 묻다’에서는 스토아 철학자들과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각각 드라마 <도깨비>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서 이끌어내고 있다. 나머지 5개의 화두는 ‘쾌락’과 ‘자기보존’, ‘감정’과 ‘실존적 삶’, 그리고 ‘일상 속 철학함’의 주제로 채워지고 있다. 각각의 주제들에는 벤담과 밀(쾌락), 스피노자와 홉스(자기보존), 흄과 칸트(감정) 등의 주요 사상들과 그에 적합한 사례들이 영화와 소설 등을 통해서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하겠다.
‘실존적 삶’이라는 주제에서는 니체와 사르트르의 사상이 제시되면서, 각각 헤세의 <황야의 이리>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내용을 토대로 서술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 화두인 ‘일상 속 철학함’에서는 3명의 철학자들의 사상이 다뤄지는데, 싱어와 롤스 그리고 하버마스가 그 대상들이다. 이 책에서는 서양철학의 화두들을 제시하면서 무엇보다 ‘지금 우리’라는 개념에 주목했음을 밝히고 있다. 즉 논하고 있는 주제가 무엇이든지 ‘지금 우리’와 관련이 없다면 단지 하나의 지식에 불과하다는 의미라고 이해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고민을 통해서 ‘서양철학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서양철학을 문학과 같은 다른 인문학과 연결시키면서 하는 공부로 확장‘하고자 한 시도가 충분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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