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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TS와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한국문화를 새롭게 보는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이를 일컬어 'K-'라는 수식어를 붙여 'K pop'이나 'K 뮤비' 등으로 일컫고, 이러한 현상을 포괄하여 아예 'K 컬처'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편승하여, 지금 한국의 사회를 진단한다는 의미로 <K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을 내세우고 있다. 스스로 1994년생임을 밝히면서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부제를 붙이고,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한 작금의 한국 사회의 현상에 대해 나름의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일단 다양한 전거들을 제시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문제들을 고려하면서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세대론을 표방했던 글들이 조금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주관적인 논의를 펼쳤던 것에 비해 조금은 객관적인 시야를 확보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이해된다. 모든 사회현상이 그렇듯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세상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객관적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1994년생으로서 지방 출신의 서울대생'이라는 저자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일단 저자는 '서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도래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시각에서 현재 한국이 처한 문제를 '90년대생, 방역과 국가, 민족과 다문화, 386세대, 입시와 교육' 등의 주제로 나누어 살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이 현재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데 있어 주요한 범주라는 것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지만, 21세기의 변화를 이끈 디지털문화와 언론의 문제가 왜 배제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책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나,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의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 생각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최근의 경향만 보더라도 90년대생의 인식을 형성하는데 디지털에 기반한 언론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처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그러한 여론에 기반하여 자신들에게 민감한 주제들과 관련한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고 신속하게 제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론에 민감하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는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현재의 한국사회를 진단하기 위해서 현대사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립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성 언론이나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반응하는 20대들의 모습도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성세대와의 생각의 차이는 좁힐 수는 없겠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통로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20대의 눈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는 기획으로 마련된 이 책의 원고는 그동안 다양한 지면을 통해서 공개되며,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분석하고, 그에 따라 저자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특정 사안을 두고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그 진단과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자신의 시각 안에 포획된 사회문제와 그 해결책이기에, 대부분 이미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다루어졌던 익숙한 소재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저자 자신의 일관된 시각으로 엮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저자는 '90년대 생은 누구인가'라는 1장과 '대한민국 386의 일대기'라는 4장을 통해서, 자신이 바라보는 20대와 이른바 '386 세대'의 특징을 논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제시하는 저자의 세대론은 어느 정도 객관적이라고 여길 소지가 있다고 인정되지만,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또한 안고 있는 결론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명백하다. 현재 쏟아지고 있는 이른바 'MZ 세대'의 특징을 '정보화'와 '가치 혹은 가치의 부재'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386세대'를 당시 대학에 다니던 35%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65%로 대별하여 그들 각자를 단일한 시각 안에 가두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35%의 80년대 대학생들은 저자의 시각에 의하면 오로지 특정 이념(예컨대 NL과 PD)에 사로잡혀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는 '미숙한 정신'을 지닌 존재들로 상정하고 있다. 당시 대학의 '학생운동' 주류들이 그러한 이념논쟁을 벌이기는 했으나, 과연 그것이 1980년대의 대학생들을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실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럽지만, 당시 대학생이던 이들을 '385세대'로 묶어두고, '386주의는 애초부터 틀렸다'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에는 공감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입시, 그리고 교육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5장 역시 교육의 이론과 교육으로 인해 벌어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교육 문제가 교육 전문가들이나 교육 관료들이 교육의 본질에 어떻게 접근하는가를 몰라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제도에 있으며,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어떤 입시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암울한 현실을 인정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즉 'SKY'라고 지칭되는 대학의 입학과 졸업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만한 영향력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한, 어떤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도 결국 특정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고하게 서열화된 대학의 권위 즉 '학벌체제'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교육의 개혁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9면에 걸쳐 게재된 후반부에 수록된 '감사의 말'이었는데, 혹시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에게 장학금을 제공했던 장학재단을 관계자를 비롯하여 특정 대학에서 들었던 강의와 교수들, 그리고 SNS를 통해 교류했던 수많은 이들과 원고를 기고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에게 세세하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기에 기록된 이들이 저자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하게 할 수 있는 자신의 '상징자본'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분명 20대로서의 저자의 시각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었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20대의 생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지점이었다. 상당 부분 귀 기울여 들어야할 내용들이 적지 않았지만, 때로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와 저자 자신의 '확증편향'에 의한 단정적인 결론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을 굳이 밝혀두고자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는 더 많은 분석들이 나와서 활발한 토론을 이끌게 되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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