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특전(왜 이런 일본에서 주로 쓰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으로 포스터를 받았습니다. 손에 쥐고 원작 시그리느 누네즈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어요.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한 책. 신형철 평론가가 서평을 쓴 책, (그 분이 추천하면 일단 읽는 편입니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가 아닙니까. 저는 이 책을 정말정말정말 좋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어땠더라 생각하며 들어갔습니다.
영화는 아주 우아하고 느리게 뉴욕과 뉴욕 근교의 산 속의 집을 배경으로 작가와 종군 기자의 품위있는 대화를 그립니다.
저는 알모도바로 감독의 영화 중에 줄리에타를 본 적이 있는데 선명하고 강렬한 색감이 머리속에 남아 있어요. 이 영화에서도 그렇습니다. 두 배우와 사물과 배경에 비비드한 색과 톤 다운된 색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장센이라고 하던가요 아름다운 화면이 이어집니다. 뉴욕에 내리는 핑크빛 눈 죽은 사람과 산 사람 모두에게 내리는 눈. 저명한 건축가가 지었을 법한 아름다운 산장. 두 배우의 옷 양말 립스틱 색까지 선명하게 남습니다. 호퍼의 그림도 나오고 호퍼의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하는데 또 보는 맛이 있습니다. 외국 배우 연기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클로즈업에 담긴 얼굴에서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습니다. 대단한 배우들이니까요.
조금 아쉽다고 느낀 건 어디까지나 제가 원작 책을 좋아해서 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잠깐 언급하는 주제들, 즉 기후 위기, 극우 세력의 득세, 그 외에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등등 여러 사회 문제를 책에서 잘 다루었거든요. 차분하고 예리하게 제시되어 있던 것이 참 좋았어요. 책은 소설을 가장한 사회 르포? 같습니다. 음... 한국이 싫어서나 82년생 김지영(그 내용의 찬반은 차치하고요) 같은 책에서 나오는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느낌이에요.
음악이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던 것도 음악이 긴장을 유발하는 느낌이라 책에서 서술하는 톤과 달라서 그랬던 듯 합니다. 책은 냉소적인 비관주의가 가득한데 후반부에서 인류애로 보완을 하며 마무리해요.
마지막으로.
1. 나에게 시간이 얼마 안남았을 때 내가 원하는 장소와 세팅을 갖추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겠다. 근데 함께 해 줄 사람을 구해놔야 할텐데 그게 숙제다.
2. 틸다 스윈튼은 남자같이 꾸미면 잘생긴 여자 같이 멋있다. 중간에 검은 정장을 입고 자켓 위에 얇은 벨트를 했는데 마치 독일 장교 같은 멋이 나요. 마지막에 여자 같이 꾸민? 버전이 나오는데 오히려 어색하다 ㅎㅎ
3. 잠시 생각에 빠지고 귀가 길에 음악을 틀지 못했어요. 오랜만에 여운을 방해하지 않고 귀가했습니다.
4.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면 같은 실망을 하려나? 책을 참 좋게 읽었거든요.
첫댓글 음... 기승전 원작에 비해 실망이신가요?ㅎ
사실 저도 관심 갔던 영화인데
선배님이 그려주신 분위기를 읽으니 더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오호 전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네요.
82년생 김지영도 영화보단 책이 더 재밌었거든요!
이 책 먼저 읽고 🎥 감상 해야겠어요^^
늘 선배님 리뷰는 저를 자극하네요.
원작이 있는 영화였군여 몰랐어요 와 감사합니다 영화 먼저 보고 책은 나중에^^
주말 내내 머리가 뜨거워 보지말까 했는데 안경선배님 리뷰보니 나대는 심장이 진정될거 같아서 꼭 볼래여
리뷰 고마워요
영화속에서는 주인공들 대화속에서 잠시 스쳐 지나갔던 이야기들이 원작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어지나 보네요. 원작을 읽고 기대하셨던 부분도 있으셨을텐데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red 와 green 으로 대비되었던 미장센이 자꾸 잔상에 남더라구요. 호퍼의 그림, 제임스 조이스의 시, 두 배우의 열연은 물론이고 감독이 죽음이라는 화두를 참 우아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했어요. ^^
감독의 전작들과는 좀 다른 결로 느껴져서, 일신상에 영화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던 걸까 생각도 해보았어요.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저는 너무 너무 취향 저격이었고, 무엇보다 저의 최애 배우 줄리언 무어의 고운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
모든 걸 다 이해해줄 것 같이 다정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 구멍이 뚫려 있는 것만 같은 줄리언 무어의 눈빛과 우아하게 나이든 모습. 너무 사랑하고 또 닮고 싶네요.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알모도바르전작을 대충다본 팬으로는..
웰메이드 영어영화한편
감독의 특유의 연출스탈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잘만든 헐리우드영화들이 그렇듯 연기파 두여배우에 기댄측면이 큰 영화로 보였어요
저는 원작은 모르고요
캐링턴과 울프의 관계에 틸다와 줄리안의 대입은
캐릭터깊이감을 더해주는 설정이라 좋았어요
호퍼차용도요..
대사양 많은거 싫었어요
원래 대사빨로 후려치시는분은 아니신데ㅋㅋㅋ
조이스 시도 반복되니 식상하고..
어쨌거나 영화는 좋죠 인정!
다만 담영화는 하시던거 계속...ㅎㅎ
우헤헤 졸려님 정수진님 지터님 SOY님 왕자 여러분의 좋은 댓글을 볼 수 있으니 제 글이 소임을 다했네요 ㅎㅎ
영화에서 총쏘나요.....?
ㅎㅎㅎ 총은 안쏩니다, 色은 가득한데 어띃게 유인요소 될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