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절기상으로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는 '입하'에∼
단 하루지만 아이들의 세상인 '어린이 날'에∼
어떤 인생의 여든번째 생일이 겹치고
첫 주일이므로 초사산악회의 산행일까지 더해지는
그야말로 여러 의미가 모아진 뜻깊은 오월의 첫 주일이다
날씨는 찔레꽃 필 무렵의 봄가뭄이 극심할 때이건만
때 이른 장마가 시작이 되고
어린이 날이지만 집안에 초등생조차도 없으니 이제는 강궈야 될 어린애도 없어
조촐한 행사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데
자랑도 아닌 나이 덕에 케익 절단과 봉투에 든 금일봉까지 챙기는 노인은
모처럼 모인 가족들을 뿌리치고
초사 산악회 242차 정기 산행지인 산청 황매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우선 집 주변의 꽃들을 들여다 본다
수수꽃다리
클레마티스
샤스타 데이지
무늬둥굴레
부채붓꽃
금개구리
작약(芍藥)
땅두룹
해당화
자주 달개비
개양귀비(포피)
생일 케익에 촛불을 켜고~ ♪♬!
어둠속의 아산시청에서 5시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보는 대전의 식장산을 차창밖으로나마 만났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눈인사를 건넸다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 후 금산의 랜드마크인 진종삼을...!
구름에 덮인 덕유산
버스가 산청에 가까워질 수록 구름이 두터워지며 굵은 빗발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산청 차황면 장박 고개의 터널 직전 들머리에서
11명의 A그룹팀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용감하게 출발을 하고
터널과 떡갈재를 지나 합천호를 거치며 덕만 주차장까지 정체를 겪으며 버스로 이동하여
일부만 산행길로~ 또 다른 일부는 빗님을 핑계로 산행을 접는다
합천호
B팀이라고 해야 하나?
인원 점검을 해보니 열다섯명이
덕만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둔내리로 접근하여 산길로 꺽어 들기 전에
길가의 정자에서 인원점검을 하고 간단한 '입산의식'을 치른다
계곡의 계단식 폭포가 솰솰대는 다리를 건느면 펜션 신축중인 어수선한 공사현장이 나오고
캠핑장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잠깐 따르다 이내 산길로 오르는 숲으로 들어간다
나중에 안내판을 들여다 보니 오늘 걸은 길이 「황매산기적길 2코스(철쭉길)」을 다녀온 것 같다
맨 아래의 현 위치에서
오토캠핑장 - 황매평원의 철쭉군락지 1, 2를 거쳐 - 모산재 300m 직전에서 덕만 주차장(2.2km)으로 하산을 했다
작은 지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수백기의 돌탑 지대를 사부작거리며 올라간다
소강님
누구의 솜씨일까?
신공(神功)을 들여 쌓은 돌덩이들의 중력(重力) 분산이 그저 놀라웠다
비탈진 지지대와 모서리에 얄궂게 얹혀진 돌들이 아슬아슬하게 층을 이루며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견디면서 찾아오는 산객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있다
참꽃마리
졸방제비꽃
걸음을 빨리하여 일행들을 떨어뜨려 놓고 서둘러 제 1캠핑장을 지나간다
오토캠핑장에 도착하니 억수로 퍼붓는 빗줄기에도 꽃나들이 산객들이 성황(盛況)을 이루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산행을 망친 그들이나 나나 물에 빠진 생쥐꼴은 어쩔 수가 없었다
사방으로 꽉 들어찬 구름이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방향조차 분간하기 어려운데
이런 날 굳이 황매산 정상까지 걸음을 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가다듬는다
철쭉 군락지로 가는 길을 따라 오른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황매산의 철쭉을 보러 줄을 지어 걷지만
산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 부푼꿈들은 한낮 물거품이 돼버린다
그나마 이정도의 철쭉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지만
너나없이 벼르고 별러 철쭉 절정기를 맞춰 찾아 온 황매산일텐데
하필이면 봄장마가 끼어들어 이렇듯 여러 사람들을 실망시키며 거동을 불편스럽게 만들까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름에 점령당한 철쭉 군락지
철쭉 군락지 동영상
화려해야 할 철쭉들이 무참한 얼굴이 되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이런 모습의 철쭉이라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었다
모산재 가는 길
노린재 나무
절경의 모산재를 3~400m쯤 남겨놓고 발길을 덕만 주차장쪽으로 꺽고 말았다
구경도 좋지만 이런 날은 아무래도 안전이 제일이라 행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토캠핑장 전에서부터 일행들과 떨어져 홀로 걷고 있기 때문에 조심은 더욱 중요했다
미나리 냉이
계곡으로 1km쯤 내려 온 곳에 모산재와 연결되는 등로가 있었으나
별로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계곡의 물소리는 더욱 요란해지고 등로에도 물이 잠겨 길이 끊기는 곳도 생겨나고 있었다
이후 종주 산행을 한 선두 일행과 합류하여 덕만 주차장에 도착하므로써 황매산 산행은 끝이 났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 있었기에 종주 산행은 빗님을 보고 접었지만
황매평전의 철쭉이라도 만나기 위해 우비를 뒤집어 쓰고 감행한 우중 산행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로 날씨가 나빠 즐기는 산행을 할 수는 없었다
괴불주머니
근처 식당(보리채)에서 하산식을 하고 정체된 도로를 벗어나는 데에도 많은 애로가 있었지만
사고없이 모두 안전산행을 했고 그리 늦잖은 시간에 귀가를 마칠 수 있었던 오월의 첫 주일이었다
다음 6월 산행은 설악산 공룡능선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