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대상화한다. 사진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소유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변형시켜 버린다.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中-
사진의 연금술에 대해 수잔 손택은 일찍이 경고한 바가 있다. 고정된 대상은 추후에 관점에 따라, 혹은 찍는 이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말을 만들 수 있다. 셔터를 누르는 것과 방아쇠를 당기는 말이 ‘샷(shot)’이라는 단어로 동일한 이유는 손을 떠나는 순간 그 결과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그 당위성을 잃을 때, 그 혼돈의 총구는 어디를 향하는 가?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묻고 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내전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저널리스트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잔뼈 굵은 베테랑(리와새미)과 신입(제시) 관록있는 노년(새미) 기자까지 화면 뒤에 숨어서 녹화된 장면만 송출하는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분열과 폭력, 길을 잃은 극단주의와 마주한다.
영화는 몇 가지 대략적 정보를 제공한다. 대령령이 3선에 연임 중이라는 사실과 그의 언어적 사고가 불통에 가깝다는 점, FBI의 해체와 시민을 향한 공습 허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서부 연합을 맺고 맞선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름, 소속 정당 정치적 성향은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 같은 성질을 유추할만한 단어들도 일부로 배제시킨다. 말하자면, 미국이 왜 갈라지고 주요 도시가 전장이 되었나를 끝까지 함구한다.
이는 특정 시대와 인물, 혹은 정치 성향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인간의 폭력성과 역사가 증명하듯 누구에게나 내면에 심긴 파시즘의 촉발을 경고하고 있다. 여정중 일행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는 순간이 있다. 시신이 가득한 구덩이를 뒤로 한채 빨간 선글라스 낀 군인이 총을 들고 위협하고 있다. 일행은 그에게 “같은 미국인이니 보내주세요.”라는 호소를 하지만 그는 콧방귀를 뀌고 질문한다. “어느 쪽 미국인?”
그는 사형 집행관일까? 판사일까? 심지어 군인인 건지도 의심스럽다. 그릇된 애국주의로 똘똘 뭉쳐진 이 남자는 현재의 미국을 대변한다. 어떤 정치적 혼란이 내전을 일으키는 가는 중요치 않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분열과 양극화를 낳는 극단주의라는 사실이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 종군 사진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목적은 참혹한 풍경을 담아내는 무감해진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은 권태가 아닌 회의에 가깝다. 진실을 알리고자 한 일은 수익성 사업으로 바뀌었고 목숨 걸고 사진을 찍었지만 리는 자신의 작업이 의미 없는 경고라는 걸 깨닫고 허무 해진다.
영화의 후반부, 백악관을 포위망을 좁혀가고 격렬하게 전투거 벌어지고 총알이 쏟아지는 긴박한 사운드와 움직임에 정신이 없다. 그렇게 보면 총이라는 무기는 애초에 말살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실감한다.
방아쇠에 감정이 없듯이 리와 제시의 셔터도 그런듯 보인다. 그것은 어떤 싸움의 기록인가, 어떤 기록의 싸움 인가?
영화속 이야기가 마냥 허구같지 않다. 하룻밤에 끝난 내란은 아직도 충격이다. 위선과 허위를 맹신하는 자가 권력을 가지면 얼마나 위험을 초래하는 가를 우리는 이미 현실로 경험했다. 이제 시야를 프레임 넘어로 돌릴 차례다. 당신의 셔터는 지금 어디를 향해 있나.
첫댓글 하룻밤의 계엄이였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 내란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거 같아요.
그만하자~!!!!!! 쫌~!! ㅜㅜ
영화상에서 감독이 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몰랐는데, 소대님 글을 보니 좀 알것도 같네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주제로, 잘 못 찍은 거 같아요.
빨간 선글라스 사나이 씬과 막판 전투씬은 아주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쳐서 좋았네요.
그 외엔 별로였습니다.
영화내내 그냥저냥 보다가 막판 전투씬은 좋았습니다. 역시 영화란 총도 좀 쏘고 해야된다는걸 다시한번 느꼈다고 할까요 ㅋㅋ
수잔손택의 인용구에 오래 눈길이 머무네요...
비슷한때보았던 9월5일이 저는 더 좋았는데
언론의 딜레마나 윤리적 책임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와닿았어요
상대적으로 시빌워는 그점이 알팍했어요
맥락은 부족하고
상황속으로만 던져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