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수고하는 사람 따로 있고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에는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예전에는 병원에 가면 보통 간호사가 의사 옆에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보조를 하면서 또 끝나면 치료비 정산까지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큰 병원에는 물론 원무과라는 곳이 있어서 병원의 일반적인 사무를 총괄하여 처리합니다. 작은 의원이라 해도 간호사가 있는가 하면 입구에서 병원의 일반적인 사무를 처리하는 직원이 있게 마련입니다. 조금 큰 치과의원이나 병원에 가도 사무장이 따로 있어서 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과정과 계획 그에 따른 비용을 산출하여 환자와 상의하고 결정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당했을 때 매우 생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병원에 ‘사무장’이라는 직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데보다 치과에서 경험하였습니다. 한 곳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런가보다 생각하였습니다. 다만 그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이 의사인가? 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치아 상태를 시작으로 치료과정과 그에 따른 경비를 산출해줍니다. 그리고 최종 합의를 이루어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의사도 아닌데,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의사는 그저 환자를 치료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사무장이 화자와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겠지요. 그러니 의사는 자기 생각이 아니라 사무장의 계획대로 치료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믿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게 분업인가?
온 동네를 다니며 사람들과 알고 지냅니다. 소위 붙임성이 있다고 말하지요. 마당발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다지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특별하게 해코지 하는 것도 없으니 알고 지낸다 한들 손해날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가 특별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있을까요? 직업이 있을까요?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일은 하지 않고 동네를 들쑤시고 다닙니까? 도대체 뭘 해먹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냥 얼굴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사람이 입으로 먹고산다는 것이지요. 걸어다니는 동네복덕방입니다. 깊지는 않아도 아는 것이 많기에 입담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반적인 세상이야기들이 많지만 때로는 들을만한 정보도 있습니다. 하기야 하도 들쑤시고 다니니 듣는 것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속으로는 자기 나름대로 살 길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누가 먹여살려주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유익한 사람을 물색할 것이고 그를 통해서 어떻게 일하면 자금이 생길 수 있을까 연구(?)합니다. 자기 것은 없이 남의 것을 이용하여 함께 잘살아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는 일만 해라, 그러면 그것이 돈을 만들어내도록 해주마, 하는 식입니다. 자기는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이고 그 마당이 마련되면 그곳에서 실력 있는 재주꾼이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자격증 시대 아니겠습니까. 자격증이 없으면 신뢰를 얻지 못하고 뭔가 한다 해도 사람들이 모이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오죽하면 자격증을 임대하는 사업(?)도 합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경험도 꽤 쌓았습니다. 그러니 실력은 있습니다. 그 실력이 있기에 자격증은 가지고 있으나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이 차라리 그 실력자를 고용하여 의술을 폅니다. 실력자와 자격증 소지자, 이 두 사람의 협력이 잘 이루어질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두 사람의 이익 배분에 이의가 생기면 갈라지게 되지요. 일단 뛰어난 마당발 ‘대국’이 실력자 ‘지우’를 만난 것이 시작입니다. 필요한 물주들을 동원하여 아시아 굴지의 성형외과를 차립니다.
잘 나갑니다. 그 실력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돈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대국이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그러나 잘 나가면 같은 부류의 사업이 덩달아 여기저기 생기게 마련입니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 경쟁자가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상대방보다 나은 점을 부각시키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드러내서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대국의 팀에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격증이라는 것이지요. 대국이 지우에게 마련해준 자격증은 위조된 가짜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고 실 자격증으로만 알고 있던 지우는 속았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형처럼 따랐던 대국을 잡아먹으려 덤벼듭니다. 더구나 대국이 그 동안 번 돈을 발견하고는 이용당했구나 싶은 생각에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래봤자 둘 다 범죄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겁 없이 성형수술을 감행하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싶습니다. 자기 얼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정말 겁도 없습니다. 꼭 성공하고 이전보다 나은 예쁜 모습으로 나오리라 어떻게 확신할까요? 행여 평생 얼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살 수도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가봅니다. 대단한 용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감옥생활 4년, 그 사이 압구정 거리는 그야말로 성형외과 천지가 되어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 지역에 가면 유난히 성형외과 병원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대단한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압꾸정’(Men of Plastic)을 보았습니다. 영문 제목이 더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