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를 함께한 동반자 SM5 보낸 아쉬움
2025년 9월 3일에 2005년에 구입한 SM5를 폐차했다. 그 차는 만 20년 동안 나의 발이었다. 그런 차를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아쉬움이 묵직했다. 그것에는 단순히 쇳덩어리를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한 시절을 접는 일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 차는 내가 교장으로 승진한 해에 구입한 차량이었다. 승진의 기쁨과 책임감을 안고 처음 핸들을 잡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나는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고, SM5는 그 시절 나의 이동 수단이 되어 주었다. 출퇴근길은 물론, 각종 출장, 연수회 참가 등 언제나 나의 동반자였다.
휴가철이면 가족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동해안 방면으로 만도 열 번은 넘게 다녀왔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바다 냄새를 함께 맡고, 명소마다 발길을 멈추며 견문도 같이 넓혔다.
놀랍게도,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큰 고장이 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소모품을 제때 교체했고, 또 정비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주된 요인도 되겠지만 원천적으로 차량이 견고했던 것 같다.
나의 첫 차는 프라이드 베타였고, 두 번째 차는 누비라 였는 데 두 차를 탄 시간보다 SM5가 길었다.
접촉 사고는 딱 한 번 있었다. 삼천포 수산시장의 복잡한 골목에서 길옆에 세워둔 차량의 범퍼를 스친 일이었다. 상대방 차량의 보험처리 견적이 45만 원이었지만, 내 차는 조금 흔적만 남았는데 광택제로 문지르니 그것마저 없어졌다.
이 차에는 나의 영욕이 깃들어 있었다. 승진의 기쁨, 가족과의 여행, 조용한 퇴근길의 사색, 그리고 삶의 굴곡을 함께 견뎌낸 시간들. 폐차를 결정하고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앉았을 때, 나는 한 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핸들 위에 손을 얹고, 창밖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나는 원래 보수적인 성격이다. 사적인 모임이나 친교로 맺어진 인연도, 다른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쉽게 떠나도 나는 좀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끝까지 남아주는 것이 나의 방식이고, 그것이 나에게는 신뢰와 책임의 표현이다. 그런 성향은 물건 하나를 버릴 때도 드러난다. 하물며 20년 가까이 함께한 차를 보내는 일이 어찌 가벼울 수 있을까. SM5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나의 삶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였다.
하지만 결국, 이별은 받아들여야 할 삶의 일부다. SM5는 이제 내 기억 속에서만 달릴 것이다. 그 차가 지나온 길 위에, 나의 인생도 함께 새겨져 있다. 나는 그 길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나의 성격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상상이 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순간을 맞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좋은 인연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고마워 하고보내줘야지...
제 명이 다할때까지 날 안전하게 보필해준
동반자에게 고마은 마음으로 이별 하는 수 밖에...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