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이제는 백信(믿을 신)아닌 不信(아닐불.믿을신)
지난 11월 ‘BCG 백신 회수’ 건으로 커진 백신에 대한 불신이 최근 예방 접종을 했음에도 독감에 걸리는 환자가 생겨나면서 더욱 고조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 수가 11월 11~17일에 10.1명에 달했으며 유행 기준(6.3명)을 넘어선 건 그보다 한 주 앞선 11월 4~10일(7.8명)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치를 넘어선 현재 독감(인플루엔자)가 유행 중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건강한 성인은 예방률이 70~90%, 5세 미만 유아는 60% 정도”라고 말했다. “만약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변형되면 백신 예방 효과는 떨어질 수도 있다”, “백신을 맞아서 아무리 몸속에 항체가 생겼다 하더라도,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내부 구조가 바뀌면 몸속에 침입했을 때 이를 막아내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질병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헬스 조선 한희준 기자는 독감 예방 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감 검사에서 A형 독감 양성 반응이 나온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쓰며 100% 완벽하지 않은 예방접종의 심각성을 이슈화 시킨 바 있다. 한기자는 지난 25일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했으며 근육통, 두통, 기침 등 온갖 감기 증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는 현재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고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꾸준히 예방접종을 해온 성인들 사이에서 “예방접종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 같다”라는 목소리와 함께 접종을 하지 않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 체내 항체가 약해 예방접종이 필수적으로 권장되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다르다. 원주의 한 대학 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취재했다.
원주시의 한 병원 외래주사실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나오는 모. 녀의 모습이다.
이하영(42,가정주부)씨는 딸 양희정(11,초등학생)양의 심한 기침이 걱정돼 개인병원 내과 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종합 병원을 찾았다. “병원비가 부담되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 결핵, 독감 등이 걱정돼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큰 병원이 더 신뢰가 가며 온 김에 예방접종까지 접수했다”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본인은 예방접종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매년 했지만 2년 전부터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독감에 걸리지 않은 것이 예방접종 덕분인지 잘 모르겠다”, “접종을 해도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평소 건강관리를 통해 허약하지 않은 성인이라면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 병원 진료비에 보태고 싶다”라며 웃음을 내보였다.
최희진(37, 피아노 학원 강사)씨는 배우자와 함께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이 손을 잡고 병원 주사실을 찾았다. 아이가 4달 전 대학병원에서 편도선 수술을 한 이후로 웬만하면 개인병원보단 대학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요즈음 ‘BCG 백신 회수’ 건과 ‘독감예방접종’ 등의 뉴스를 보면서 “내 아이가 맞는 주사가 효과가 없을까봐 두렵다”라며 불안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개인병원보다 진료와 약물의 신뢰도가 높은 대학종합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솔직히 예방접종 후에 항체가 생겼는지 아닌지 확인할 방도가 없어서 답답하다”라며 “불안한 마음에 일단 무작정 접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현재 독감·두창·디프테리아·백일해·장티푸스·콜레라·파상풍·결핵 등의 질병에 관하여 정기 예방접종을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또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BCG·소아마비·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홍역·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풍진·일본뇌염 등에 예방접종을 정하고 있다.
원주 연세 세브란스 진단검사의학과 황규열(55) 차장은 30여년 넘게 근무하며 외관상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체내 바이러스 및 질병(질병 유발 세포) 때문에 병을 키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그 중에는 예방접종(백신)을 맞지 않아 병을 예방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라며 “국가에서 장려하는 예방접종들을 정기적으로 맞았다면 수술 등 없이 초기에 약물로 치료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요즈음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학 계열 종사자로써 백신에 대한 불신보단 혹시 모를 발병에 대비한 예방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권장 한다”고 말했다. “혈액이나 소변 검사를 통해 예방 접종 후 항체의 생성 유무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모든 이가 접종 후에 항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채혈을 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어렵다” 또 “병원에서는 혈액과 소변 검사를 통해 검사하는 질병 균 들이 따로 정해져 있으며 일반인들이 원하는 것만 골라서 검사하기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독감·감기 예방법으로 무작정 병원에만 의존하기보다 개인위생 관리 및 생활습관이 강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감기예방, 체내 수분 공급과 혈액 순환 및 체온 유지 효과를 주는 ‘차 마시기’가 가장 인기다.
사포닌 성분이 함유돼 부은 편도선을 가라앉혀 기관지염 증상에 도움이 되는 ‘도라지 청’이 가장 효과가 좋은 차로 손꼽힌다. 이 이외에도 유자차, 생강차, 오죽잎차 등이 있다.
강원 원주 명륜동 하나로마트 ‘강원도 6차 산업 안테나숍’ 코너에서 판매중인 차들이다(왼쪽부터 유자차, 생강차, 도라지청,오죽잎차)
이제 건강한 성인들과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예방접종’은 100% 신뢰받지 못한다. 불신이 커져 독감 예방 접종을 하는 성인들이 줄어들어 대한민국 헬스의 퇴보가 우려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보건당국은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