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얼굴/ 안준철
학교 근처에
숯불갈비 식당이 하나 있지
그곳은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
돌들이 먼저 와 있었어
석공들은
사람을 얼싸안듯 돌을 껴안더니
웅크린 몸을 지렛대 삼아
한 우주를 번쩍 들어 올리곤 했지
돌 정원이 완성되자
가장 큰 돌 위에는 식당 간판이 세워졌어
마치 되새김질하는 동물의 몸통처럼
제법 품이 너른 돌에는
글자 한 자 새겨져 있지 않았지
나는 식당 주인에게 말했어
돌의 여백에 시를 쓰고 싶다고
식당 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군
그러면 사람들이 시만 보고 돌은 안 봐요
그 뒤론
식당 앞을 지날 때마다
돌을 찬찬히 들여다보곤 하지
하마터면 시에 가려
지나칠 뻔한 돌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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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얼굴/ 안준철
김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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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1 00: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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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간만에 집에 있는 시집을 넘기적 거리다 이 시를 발견했는데 깜짝 놀라며 무릎을 쳤습니다
왜 그때는 이렇게 깊이있는 시를 대충 넘겼을까요^^ 너무 좋습니다 제가 읽은 명작시 중 한 편으로 모십니다^^
짝깜이야.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