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접다 박 일 환
책을 읽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으면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위쪽 귀를 조금 접어둔다 삶은 읽으면서 동시에 쓰는 거라는 걸 앞서간 이들로부터 진작 배우긴 했으나 책을 읽다 귀를 접는 건 읽는 힘이 쓰는 힘을 불러오기 때문이겠다 돌아보면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은 비문투성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마침내 한 권의 책이 되고 표지를 덮듯 관 뚜껑을 덮고 사라졌을 때 누군가 나라는 책을 들추다 살짝 귀를 접는 페이지들이 있을까? 내 귀는 잘 접히지 않아 늘 소란이 들끓는 시간을 살며 우물쭈물 여기까지 왔다 접히지 않는 귀를 지그시 눌러본다 바깥 소리 대신 내 안의 소리를 담아 제대로 된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
첫댓글 책을 읽다가 책 귀를 접어둔적도 있었지만
언제부터 책 사이에 줄이 있어 끼어두곤 합니다
끈이 없는 책은 책 갈피 도 사용합니다
그렇게 읽으면서 세월이 흘러 흘러 지금도 그 짓은 여전합니다
내 귀를 접어 봅니다 건강에 아주 유용하다는 정보도 있어서
가끔 접어 봅니다 정말인지 아닌지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