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에 대한 사유/천상인
갓 스무 살 시절 강가에 내려앉은 햇살 보면
가슴에 촘촘한 구멍이 난 듯 따가웠다.
바람은 마치 질량을 가진 듯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시를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영혼이 질식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문학과 사랑에 대한 열병이었을까?
눈에 보이는 것들은 새롭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통하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통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형상화해야 했는데 그것이 시를 쓰는 행위였다.
그러나 나의 미숙함으로 인해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기에 밤마다 뒤척였다.
나는 타 죽을 것만 같았다.
내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너는 냉정하게 돌아섰다.
네 목소리 들을 수 없는 날은 광활한 우주 공간에
홀로 떨어져 태양 가까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실제로 나는 뜨거웠고 내 하루는 바짝 타들어갔다.
너무나 깊이 살아있어,
개미들의 발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현실감이 없어 보이고
마치 꿈 속에 있는 것만 같다.
내가 하는 생각도 내것이 아닌 것처럼 낯설고
거울을 보면 거기 처음 보는 놈이 서 있다.
곧 죽어도 아무렇치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