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은 육지에 있다 박 갑 순 걸어서도 가는 섬 활어를 잡던 기억만 싱싱한 그가 평생 살았던 고둥 같은 집을 떠나 항구 없는 섬으로 이사했다 사랑이 빠져나간 쓸쓸한 요양원 짠내만 맡고 살았던 노인을 두고 자식들은 눈물을 감추고 돌아 나갔다 바닷바람에 마른 건어물 같은 노인은 뻘밭을 헤짚고 다니는 게처럼 보행 보조기에 의지한 채 퀴퀴한 냄새 사이를 기어다닌다 개흙만 물고 조개처럼 입을 다문 노인은 종일 한마디 말이 없고 한때 오징어처럼 미끈했을 노인은 날마다 손주들 이름을 외운다 어쩌다 찾아온 자식들 앞에서 밤새 앓고도 시치미를 떼는 노인은 요양원에서도 자식들 걱정뿐이다 날이 가도 닻을 내리지 못하고 옛집 그리워 모래알 같은 입맛을 삼킨다 꿈결에도 돌아가고파 낙상도 하면서 섬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히지만 오래 머무는 노인들은 없다 파도 따라 흘러든 사람들과 파도 따라 흘러갈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에 사람들은 많아도 점점 무인도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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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섬에 사나 육지에 사나 나중에 머무는 곳은 요양원뿐
그렇게 인생은 살다가 가지만
사는 동안은 그래도 육신이 편했으면 좋으련만
노구들의 뼈는 삭아지고 외로움만 깊어지니
차라리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치매가 아름다울수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