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를 대표하는 <도마뱀>입니다.
그가 1964년 10월 캐나다에서 강연하려 준비했던 강의록에 나와 있는 설명입니다.(응급수술로 결국 강의는 취소됨)
"자신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가장자리의 한마리 도마뱀이 스케치북에서 빠져나와 삶을 시작합니다. 처음 그것은 두꺼운 책 위로 기어올라가며, 다음에는 미끄러운 삼각자 표면으로 기어올라갑니다. 그리고 정십이면체 꼭대기에서 삶의 정점에 이르게 됩니다. 잠시 휴식하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피곤하지만 만족스런 표정으로 도마뱀은 평면의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는 대칭 형상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에는 교훈이나 상징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만, 몇년 후 박식한 고객 한 분께서 이 그림이 '윤회'를 설명하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모르고도 상징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가 봅니다."
저는 동굴의 비유에서 죄수의 삶을 도마뱀의 평면속에서의 삶 그리고 가출한 죄수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도마뱀의 콧바람에서 연상하였습니다. 다시 평면의 삶으로 돌아가는 도마뱀 예전의 도마뱀이 아닙니다. 가출했다 다시 동굴로 돌아가는 죄수도 역시 예전의 그가 아니듯이 말입니다. 간단한 인상을 가지고 동굴의 비유를 비교해보고자 했습니다.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밖으로 나간 죄수는 '교육'이라는 시선을 바꾸는 사건에 의해 나가게 됩니다. 처음에 똑바로 태양을 볼 수 없었으나 차츰 태양(선)을 보게된 그 죄수는 다시 동굴로 돌아가 다른 죄수의 시선을 바꾸는 엄청난 일을 합니다. 즉, 그림자에 고정된 시선을 동굴밖을 향하도록 돕게 되는 거지요. 예셔의 도마뱀은 알 수 없는 이유로 2차원에서 3차원의 세계로 향합니다. 그 도마뱀은 3차원의 세계를 누비다가 삶의 정점에서 다시 2차원의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예정되어 있는 생명의 순환과정으로 보입니다. 한 도마뱀의 생명의 순환이 끝나면 다른 도마뱀 차례가 됩니다. 도마뱀의 의지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생명의 순환과정을 묵묵히 수행할 뿐입니다. 그것은 도마뱀에게는 '지성'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도 '지성'이 결여된다면 이 에셔의 도마뱀처럼 예정된 생명의 순환과정을 따라 가겠지요. 이것이 바로 동굴의 비유에서의 되돌아감과 에셔의 도마뱀의 되돌아감의 크나큰 차이입니다.
첫댓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그대의 상징성에 일단 박수!!!!!
그리고 그대의 명료함에 또 한번 박수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당!! 방가방가.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그림이지요.^^
도마뱀의 콧김을 주목하라 우와!
제목 하나로 이 글의 존재 이유 충분!
역시 바람님은 이번에도 안타를 치시는군요. ^^
우주뱀 우로보로스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자기를 삼키려는 뱀
자기 동굴로 들어가는 뱀
안과밖이 뒤집어지는 뱀
시작과끝이 이어지는 뱀
동굴속이 동굴밖인 뱀
동굴밖이 동굴 속인 뱀
혼의 전환이 이어지는 뱀
몸의 전환이 이어지는 뱀
언제나 새로운 뱀
언제나 낡은 뱀
멈추면
쉬면
끝날까?
습에 의하여
이미 영구기관인 거 아닐까?
끊임없이
돌고 돌아야 한다
우로보로스는
상상을 하며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
동굴의 우화가
은유이듯이
상상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