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필리핀은 우기철이라 비오다 개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날은 유달리 부침개(지짐이)가 생각난다.
지글 지글 기름에 지지거나 부쳐댄다고하여
부침개 또는 지짐이라 한다.

부침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하여 후라이팬으로
지지거나 부쳐낸다.
그 많은 종류중에 나는 유달리 해물 파전을 좋아한다.
이곳은 각종 해물을 쉽게 구할수가 있어
오늘도 시장에 나가 생새우를 사다가 껍질을 벗겨내고 송송썰고
홍합을 사고 오징어(한치) 썰어 넣고 해물 파전을 만들어 먹는다.
파전 지져내는 소리가 빗소리를 닮아서 일까?
비오는 날이면 유독 해물 파전이 먹고 싶어진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해물 파전에 막걸리 한잔이 생각 나지만
나는 술을 못마시기에 파전은 입에 땅겨 노릇 노릇 부쳐 먹는다.
파의 달착함과 해물의 고소함은
여느 인스탄트 간식거리로는 그 맛이 안난다.
해물 파전은 비오는 날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맛나다.
그래서 우리의 옛 어른들은 막걸리 한잔과 즐겨먹는 음식중 하나다.
특히 농부들 한테는 날씨가 꾸물꾸물하거나 비오는 날에는
막걸리 한잔과 파전은 우리네 전통 풍습처럼 내려와
지금도 즐겨 찾는 음식중 하나다.
막걸리 한잔과 파전 한조각은 든든하여 식사 대용도 되고
간장 하나면 다른 반찬도 필요없는 아주 간단한 음식 이다.
한마디로 농부가 아니더라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막걸리 한잔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삶의 고단함을 달래고
사람을 살맛나게 하는 음식이다.
나는 옛사람은 아니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꾸물꾸물하면 의례 생각나는 음식이 파전이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식구들끼리 평상에 모여앉아
파전을 먹으며 하루의 따뜻함을 나누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부침개?
만들기 어렵거나 먹기 힘든 귀한 음식이 아니건만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단 돈 주고 사다먹는다.
같은 음식이라도 사다 먹는것과 만들어 먹는것은 맛도 틀리고
마음으로 느끼는것도 틀리다.
막 구어낸 파전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요즘 애들 좋아하는
"피자"와는 견줄바가 아니다.
이런 흔한 음식이 먹기 귀한 음식이 되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비 오는 날 괜시리 입맛이 땅기고
무진장 마음이 편하고 마음이 푸짐한 음식이며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정감을 나누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 아무 느낌도 모른체 엄마가 만들어 주던 부침개가
시간이 흘러 비 오는 날에는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나도 나이를 먹어감에 추억의 옛맛이 그리워서 일까?
유달리 음식 투정을 하거나 음식을 가리지 않고 아무 음식이나 잘먹는 나다.
필리핀 생활 14년, 분명히 음식생활도 변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것이 몇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김치요, 또 하나는 추억의 옛 음식이다.
몇일 있으면 추석이다.
추석이 돌아오면 조상님들의 차례상에 몇가지 전들이 올라오지만
분명히 잘먹는것은 노릇노릇하게 구어낸 녹두전이지
파전은 아니건만...
이렇게 비오는 날에는 해물 파전이 생각나곤 한다.
만들기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기에
생각 날때면 후다닥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장을 찾아
파전에 필요한 몇가지 재료를 사와서 만들어 먹는다.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어 옛 음식들이 생각나는
나이먹은 어른이 되여 가는것 같아 나도 모르게 쓸쓸함을 느끼곤 한다.
비가 내리는 오늘 비 오는 모습을 바라보다
무심코 해물 파전이 생각나 만들어 먹으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2020.09.13.
필리핀 미농이 김봉길.
첫댓글 이제 조석으로 찬바람이 불어 창문을 닫고 지냅니다. 계절은 어쩔 수가 없네요. 하루하루를 하고싶은 일들을 하며 보내는게 행복인 것 같아요.
저도 김치전 구워 먹었어요.
살아가면서 보니 행복이 별거 아니더군요.
남들처럼 가진것 많아 부자로 살아가는것은 아니오나
없어도 걱정없고 마음 편히 살아가니 그것이 부자의 삶이요.
행복한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걱정없이 마음 편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ㅎㅎ
형님 형수님 하이메랑 같이 앉아 해물파전에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3년뒤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
별고없으신지요?
지난번 태풍으로는 피해가 없으셨는지요.
이곳은 별탈없이 무난하게 잘지내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서 용선생님과 평상에 앉아 파전을 먹으며
오손 도손 옛 이야기 나누길 바래봅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비오는날에는 파전에 막걸리 생각이
납니다.필핀에서도 지짐이를 부쳐
드십니까?
만들기 어려운 음식도 아니고
저는 유달리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에 필리핀 생활 14년동안
지금도 떨어지지 않고 쟁여놓고 먹는것이 국수입니다.
이런 식성때문에 집사람이 힘들겠지만 비올때는 가끔 국수라던지
부침개를 만들어 먹곤 합니다.
먹는것도 삶의 낙중에 하나이니 먹고 싶으면 먹고 살아야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