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를 통해서 모처럼 뜻이 있는 영화 한편을 감상했다.
영화 제목은 '내 마음속의 풍금'이었고,
시대의 배경은 60년대 산골의 시골학교와 주변 마을이고,
주연은 이병헌과 전도연이다.
당시 교실에서 쓰던 각종 교구와 火木을 사용하여
난방을 하던 옛날의 난로하며,
그 위에 탑처럼 높이 놓여진 옛날의 도시락들,
오래된 풍금과 교실 창문 그리고 학교종,
골마루에 초칠을 하여 그것을 구구단을 외우면서
걸레로 광을 내는 장면 하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우리의 60년대의 산골학교 모습 그대로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시골학교에 부임한
스물한살짜리 총각선생(이병헌)과 스물다섯살짜리
노처녀 선생과 그 사이에 끼인 성숙한 초등학생
홍윤(전도연)과의 삼각관계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과 함께 산골학교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상의 작은 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과 함께 시골산골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총각선생은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애숭이이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며 아이들을 좋아하고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애를 쓰는
착하고 선량해 보이는 아직 때가 덜묻은 선생이다.
음악에 취미가 있고 특히 LP판(축음기레코드)을 수집하여
그것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같이 부임한 노처녀 선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
총각선생은 학교 가까이에 하숙을 하고 있다.
총각선생은 아이들이 맞춤법과 문장표현을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매일 일기쓰기를 통하여
아동들의 맞춤법과 작문실력을 키우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홍윤의 글이 단연 압권이며,
그것은 국민학생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솔직한 감정으로 표현을 잘하는 그의 기질에도 있다.
그녀에게는 어머니와 아직 젖먹이인 어린 동생과
철없는 남동생 두 명이 더 있다.
그녀의 집은 학교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으며 외진 곳이다.
그는 학교에 갔다오면 동생을 돌봐야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는 전형적인 시골산골의 학생이다.
총각선생은 아동들에게 수시로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이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아동들은 이제 공부하는
재미를 갖고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래서 마을전체에 조용한 학습의 바람이 불고
학생들은 신이 나서 학교생활을 즐긴다.
아이들이 담임선생을 연모하여 책상에
꽃다발(개나리와 진달래꽃)을 경쟁적으로 갖다 놓는 장면하며,
아이들이 총각선생과 젊은 노처녀 여선생과의 관계(?)를
학교 화장실에다 온통 분필로 낙서해 놓은 것등 하며,
또 교실에 부임해 오는 교사를 골탕먹이기 위해
출입문 위에다 분필가루와 칠판지우개로 덫을 만들어
문을 열면 그것들이 쏟아져 내려서 낭패를 당하게 한다거나
교실 골마루에 초칠을 많이 해서 교사들이
넘어지도록 하는 것 등은 다 옛날에 국민학생들이라면
한번씩은 해 보았음직한 일들로서
추억을 다시 살려주는 좋은 소재였다.
봄소풍을 가는데 김밥을 싸는 장면하며
홍윤은 담임선생에게 닭을 한 마리 가져가고
그것을 친구로 하여금 모닥불을 피워서 잡으려고 하다가
닭이 도망가서 시냇물에 빠지는 바람에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다가 깊은 곳에 이르러
허우적거리는 것을 담임선생이 건지는 장면,
그로 인해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양으로 웃는 모습 등,
가을 운동회때 손님찾기 달리기를 하는데
교장선생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담임선생을 잡고 뛴
홍윤이가 결승을 보고 있는 선생에게 꿀밤(?)을 먹는 장면
그리고 아동과 학생이 한데 어우러진 점심탄 터뜨리기와
줄다리기 장면등은 두고두고 가슴을 찡하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그러던 중에 LP판을 빌려간 노처녀 선생반 애들이 잘못하여
LP판을 망가뜨리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것을 못내 아쉬워한 총각선생은 그것을 집에다 두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려서 어느날 총각 선생이
자기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한 연서를 오랜 시간에 걸쳐서
궁리하고 생각한 것을 처녀선생에게 전해주려고 한 날
마침 그날 처녀선생은 사표를 제출하고
외국에 유학을 떠나가려고 한다.
손에 전해 주려던 편지를 구겨진 총각선생은
이 날밤에 대취하도록 한잔하고 집에 들어와서 그냥 누워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려서 학예회발표를 연습하고
마지막 발표를 하기 위해서 리허설을 하던 날
용왕역을 맡은 아이(미술시간에 크레용을 사러갔다가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다가 담임선생에게 빰을 몇대 맞은 아이)의
실수로 화재가 일어나고 낡은 구교사의 강당건물은
화염에 휩싸이게 된다.
이것을 보고 총각선생님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홍윤은 담임선생을 말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마침내 선생이 학생을 구해서 들쳐업고 나오자
그 자리에 쓰려저 버리는 홍윤.
- 장면은 그 보다 앞서 어느 미술시간 가난해서
크레용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그냥 온 아이들을 위해
담임이 학생 하나를 시켜서 크레용을 사러 보냈는데
그 아이는 오지 않고 만화방에 들러서 만화를 보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학생을 찾아나선 아이의 눈에
만화방에서 만화삼매경에 빠져있는 아이를 향해
손찌검이 두 번 날라가고, 이 사건으로 인해
학교를 찾은 아이의 엄마는 담임교사를 향해
막 삿대질과 함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을
반 애들이 뜯어말리고...
이것을 보고 바람같이 달려든 홍윤이가
그 아이 엄마의 손목을 힘껏 물어뜯어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총각선생님을 향한
애뜻한 연모의 정이 그러한 갑작스러운
동작을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
그리고 다시 장면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과 선생을 크로스업 시키며
사제지간의 정을 다시 회복하는 모습
그리고 그후에 총각선생은 사직을 하고
서울로 떠나가는 자리에 아이들은 길가까지 마중나와서
배웅을 하고 어느 학생이 건네주면서
'선생님 이것은 홍윤이가 선생님주라고 하던데요'하면서
내민 선물 보따리안에는 편지와 함께
LP판이 한 장 들어 있었고
그리고 장면은 현재로 돌아와서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다시 전축의 레코드를 듣는
장면이 나오면서 피아노 옆 사진틀에는
아! 총각선생이었던 담임 선생님과 홍윤이가
결혼식을 한 사진과 함께 아이를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은 홍윤과 담임선생님.
그리고 돌아서는 피아노 옆의 주인공은
아 ! 홍윤이가 아닌가?
영화는 이렇게 결말이 나면서 출연한 배우들과
수고한 스탭진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흘려나오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찡한
잔잔한 감동을 느꼈었다.
시간이 나면 다시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히 난다.
우리들의 국민학교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의 파편들..
그것들은 어쩌면 거친 세파에 찌들려서 바삐 생활하느라
망각하고 지내던 우리 유년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순수하고 풍부했던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哀想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참으로 모처럼 오랜만에 가슴이 찡한
영화를 한편 본 것 같다.
오늘날 대부분의 영화가 남녀간의 애정묘사라던가
아니면 폭력을 선동하고 이상하고 괴기스러운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을 많이 연출하고 있는데 반해
이 영화는 한폭의 수채화같은 정감어린 장면과 배경과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꾸밈이 없이 별로 假飾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나타냄으로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랫동안 여운을 남게하는 감동을
잔잔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臺詞중 白眉인 홍윤이의 독백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 선생님은 스물한살이고, 노처녀 선생님은
스물다섯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스물일곱이나
아니면 그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서른 살은 되었을 것이다.
나이가 서너살이 작으면 몰라도 우리선생님이
그런 나이가 많은 늙다리 처녀 선생님을 좋아할 리도 없고,
또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하면서 은근히 담임을 좋아하는
가슴이 부푼 시골산골 여학생
(아마도 나이가 열대여섯은 되었음직 하다)의 말은
戀敵을 卑下하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는
한 어린 소녀의 앳된 순수한 연정을 아름답고 품격있게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秀作으로서 빼어난 영상미와 함께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는 탁월한 영상미적 연출력이
어우러진 좋은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은 현시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꾸만 잊혀져 가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아련한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진작시키며
首邱初心에 대한 속담을 다시 한번 상기케하는
그런 작업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세상은 갈수록 바빠지고 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아름다운 人情佳話를 목마르게 고대하며
더운 광야같은 세상살이에서 한모금 시원한 냉수같은 이야기를
鶴首苦待하게 된다.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준 이러한 영화들은
아득하게 잊혀져 가던 옛날에 대한 향수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한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것에
대다수 시청자들의 일반적인 公論이다.
사실 한번씩 영화를 통하여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되곤 하는데 이번도 그렇다.
옛날 학창시절에 본 '젊은이의 양지'라는 영화가
새삼스레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영화도 부임한 한 흑인 젊은 선생이
부랑아라고 문제아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交感을 통해서 그들을 바르게 선도하고
결국에는 그들로 하여금 선생을 사랑하게 하는
魔術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그런 영화였다.
이런 영화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슴이 찡하게 와 닿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여러 군데에서 비치고 있다.
이번 영화 '내 마음속의 풍금'에서
作爲的인 장면이 있었다면 그것은 엄마가 금지한 닭을
산채로 소풍날 가져가서 반 친구로 하여금
그것을 잡아서 모닥불에 구워서 담임에게 주려다가
결국 닭을 놓치고 물에 빠지는 장면이 그렇고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인 것은
결국 해피엔드로 끝이 나면서
자기가 소원한 사랑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좋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