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十步百步(오십보 백보)(1004yun)
오 십보 백 보(五十步 百步 )
오십보나 백보나 그게 그거다. 전투에서 50보 도망친 병사가 백보를 도망친 병사를 비겁하다고 한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그것이 그것이라는 뜻이다.
맹자 (孟자) 양혜왕편(梁惠王篇)
[일화]
"내 뜻을 어느 왕이 실현해 줄 것인가?"
맹자는 때때로 하늘을 쳐다보며 이렇게 물어보았을지도 모른다.
인의(仁義)의 왕도 정치를 펼치는 그의 뜻에 대해 왕들은 패도정치를 일삼았던 것이다. 무력과 강압의 정치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한 맹자였다.
그런 뜻을 굽히지 않고제후국을 다니던 맹자가 양나라에 들어가 혜왕을 만났을 때, "방금 질문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오십보 백보라는 것이지요." 하고 맹자는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전 혜왕은 그에게 만만찮은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나는 나랏일을 제법 잘 해왔다고 생각해 왔소. 그런대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소이다. 이를테면 하내 (河內) 지역에 흉년이 들면 그백성을 하동(河東)으로 옮기고, 하동의 남은 양식을 하내로 보내었지요. 물론 하동에 흉년이 들 때에도 역시 그렇게 하였습니다. 이웃 나라를 살펴보면 나처럼 마음을 쓰는 왕들은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이웃나라의 국민이 줄어들지도 않고, 우리나라의 백성은 늘지도 않는것이 무슨 까닭입니까?"
"왕이시여,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을 비유로 말씀드리지요. 양군의 북이 울리고 병사들이 이제 막 칼을 맞대고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망병이 생겼습니다 도망치다보니 다른 도망자도 있었습니다. 오십보를 도망친 자가 백보를 도망친 자를 향해 비웃었다면, 이것을 어떻게 여기시겠습니까?"
"우습군, 백보를 도망가지 않았을 뿐이지, 도망친 거나 마찬가지라 해야겠소."
"왕께서 이 이치를 아셨다면 백성이 이웃 나라 보다 많아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요."
맹자는 백성을 위한 덕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혜왕이 정치를 잘한다고 스스로 자평했지만 실제로는 이웃나라 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었다.
"왕이시어, 사람이 굶어 죽어 그 시체가 길에 딩굴어도 흉년 탓이라 한다면, 그것은 마치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나서 내 탓이 아니라 칼 때문이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흉년의 책임을 전가만 하지 않으신다면, 천하의 백성들의 자진해 모여들 것입니다."
왕도 정치의 요체는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임을맹자는 양나라에 와서도 역설했던 것이다. (강헌 선집 17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