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1
4. 소나기(황순원) 줄거리
소년은 서울서 왔다는 윤 초시의 손녀딸을 처음 만난다. 소녀는 모든 것이 낯설어 소년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지만, 매우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소년은 자기와 동떨어진 상대라 생각한 나머지 소녀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어느 날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수줍은 소녀와 마음을 모르고 둑에 앉아서 소녀가 비켜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때 소녀는 하얀 조약돌 집어 '이 바보'하며 소년 쪽으로 던지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막 달려간다. 소년은 그 조약돌을 간직하면서 소녀에게 관심을 갖고 소녀를 그리워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 개울가에서 소년과 소녀는 다시 만나다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이 있니?'하며 벌 끝을 가리키는 소녀와 함께 소년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들은 무도 뽑아 먹고 허수아비를 흔들어 보기도 하면서 논길을 달려 여러 가지 꽃들이 어울러진 산에 닿았다. 소년은 꽃묶음을 만들어 소녀에게 건넨다. 마냥 즐거워하던 소녀가 비탈진 곳에 핀 꽃을 꺾다가 무릎을 다치자 소년은 부끄러움도 잊은 채 생채기를 빨고 송진을 발라 주었다. 소년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양 소녀 앞에서 송아지를 타기도 하였다.
그때 소나기가 내렸다. 비안개 속에 보이는 원두막으로 소년과 소녀는 들어갔으나 비를 피할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은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는 소녀를 위하여 수수밭 쪽으로 달려가 수숫단을 날라 덧세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좁디좁은 수숫단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위해 주려는 마음이 생기고 서먹했던 거리감도 모두 해소된다. 돌아오는 길에 도랑의 물이 엄청나게 불어있어 소년이 등을 돌려 대자 소녀는 순순히 업히어 소년의 목을 끌어안고 건널 수 있었다.
그 후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소녀를 그리워하며 조약돌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다가 개울가에서 소년과 소녀는 다시 만난다. 그 소나기에 감기를 앓았다는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보면서 '그날 도랑 건널 때 내가 업힌 일 있지? 그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하는 말에 소년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날 헤어지면서 소년은, 이사 가게 되었다고 말하는 소녀의 눈동자에서 쓸쓸한 빛을 보았다.
소녀에게 줄 호도알을 만지작거리면, '이사하는 걸 가 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하다가 잠이 들락말락 하던 소년은 마을 갔다 온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소녀의 죽음을 알게 된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배경 : 시간(현대). 공간(어느 시골 마을)
문체 : 간결체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제재 : 소나기
주제 :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구성 :
발단 - 소년과 소녀의 만남
전개 - 소년과 소녀의 사귐
위기 - 소나기를 만남
절정 - 소년과 소녀의 깊은 사랑
결말 - 소녀의 죽음과 유언
등장인물
* 소년 : 순수한 시골 소년.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하지만 적극적으로 변함.
* 소녀 : 서울에서 온 윤 초시 손녀. 적극적이고 명랑하며 솔직하고 대담함.
이해와 감상
[소나기]는 1953년5월 [신문학] 4호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순정어린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표현하려는 이 작품은 관찰자 시점이면서도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 그들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소녀의 죽음을 서정시와 같은 보편적 정감의 세계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성적 성숙의 단계로 넘어 가는 사춘기 시절) 정서적 경험과 연결시키고 있다.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청순하고 깨끗한 사랑을 소재로 한 순수 소설의 백미로 일컬어진다. 개울가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는 소년과 소녀의 성격과 심리 변화를 통해 극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소극적인 소년의 모습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 가는 소년의 행동은 곧 소녀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심화되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만들어준다. 특히 황순원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는 이런 극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소녀의 죽음과 옷을 묻어달라는 간절한 유언은 많은 독자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결국 이 작품은 이성에 눈떠 가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아름답고 슬픈 첫사랑의 경험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황순원의 일련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 제의(通過祭儀)의 시련을 지니고 있다. 소녀와의 만남, 조약돌과 호두알로 은유되는 감정의 교류,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 소녀의 병세 더침, 그리고 소녀의 죽음 -- 이러한 스토리 속에서 사랑이 움트는 어떤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면서, 내면적으로는 소년이 소녀와의 만남과 이별의 관계를 통해 유년기를 벗어나는 통과 의례의 아픔을 보여 주고 있다. 즉, 소녀의 죽음은 소년에게 고통을 남기면서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는 성숙의 어려움을 깨닫게 한다.
이 소설은 1959년 영국의 '인카운터(Encounter)'지의 단편 콩쿠르에 유의상의 번역으로 입상되어 게재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