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득과 실
제 작년 가을에 건강관리증진 센터에서 주관하는 건강진단을 병원에서 받게 되었다. 위내시경, 유방암, 자궁암, 소변 검사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결과는 특별히 이상한 곳은 없었다. 다만 비만으로 고지혈증이 올 수 있으니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를 들었다. 고지혈증에 대한 걱정보다는 비만이라는 말에 더 충격을 받았으며 부끄러움에 쥐구녕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고지혈증은 혈중에 총콜레스테롤이 200mg/d1 이거나 중성지방이 180mg/d1 이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혈액 내에 지방 성분이 많아서 혈관 벽에 달라붙어 동맥 경화를 일으키거나 관상동맥,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 등을 발생하게 하는 시한폭탄 같은 질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무겁고 눈이 뻑뻑하니 시리고, 어깨에 곰 몇 마리를 올려 놓은 듯 무겁웠나보다. 단지 피곤해서 그런 거려니 여기고 있었는데 이것이 고지혈증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원래 뚱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냘프거나 S자 몸매였다고 뻔뻔스럽게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등산과 마라톤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함과 동시에 운동을 멈추게 되면서 시나브로로 불어난 살이 비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하는 일이 몸을 많이 움직이는 동적인 일보다는 머리나 굴리고 입만 나불대며 앉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먹는 거에 비해 열량 소비량이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반추해 보니, 가장 큰 원인은 불규칙한 식사 때문인 것 같다. 일 때문에 식사 때를 놓쳐 굶고 있다가 일이 끝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허기가 몰려와 폭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지금까지 말은 모두 핑계이고 자기 합리화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의사로부터 고지혈증이 올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독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전에도 시도했던 다이어트만 해도 꽤 많다. 덴마크 다이어트, 허벌라이프, 원푸드 다이어트 등 효과가 있다는 다이어트는 거의 경험했고, 감량과 요요를 반복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헬스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도착하면, 유산소 운동으로 간단히 몸을 풀고 강도 있는 근력 운동을 1시간 정도 하고, 마무리로 러닝머신을 1시간 동안 걷고 뛰었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탓인지 조금만 뛰어도 턱까지 숨이 차올라 죽을 것만 같았다. 설상가상 다음 날, 온몸에 전해지는 근육의 아우성은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가장 힘든 것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었다. 식탐이 많던 나에게 브로콜리, 파프리카, 고구마, 양상추, 달걀, 아몬드, 호두 등으로 짜여진 식단을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체계적이고 강도 있는 운동과 체식 위주의 식이요법 덕분에 한 달 만에 5kg 감량을 했다. 그것은 다이어트로 지친 나에게 힘이 되어 더 열심히 운동하여 두 달째 되는 날에는 4킬로를 더 감량하게 되었다. 그래서 총 9킬로를 감량한 것이다. 그런데 몸도 운동에 적응했는지 한동안 정체기가 와서 체중계 바늘이 고장 난 듯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고 싶은 유혹에 갈등했었다. 가족과 친구들의 격려로 그 고비를 넘길 수가 있었다. 3개월이 지나고 보식을 거친 후 일반식으로 식사하게 되었다. 그동안 소식한 덕분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지 않게 되었고, 운동도 꾸준히 한 결과 고지혈증 걱정에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눈에 띄게 몸무게의 변화는 없지만 조금씩 찌기와 빠지기를 반복하더니 1년 3개월이 된 지금은 총 15~17kg 감량하였으며 지금도 다이어트는 진행 중이다.
이제 1년을 넘겼으니, 큰 요요는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항상 긴장하며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숨 쉬고 물을 마시듯 운동도 생활 일부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어쩌다 바빠서 운동하지 못하는 날이나 활동량이 적은 날이면 먹는 양을 줄여 버린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이번 다이어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눔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매일 먹은 식사량을 기록하여 관리한다.
건강 때문에 다이어트를 일 년 넘게 하면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다이어트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 사고력 저하가 제일 큰 문제였다. 술술 생각났던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아 대화에 불편을 겪은 적이 있고, 자주 사용했던 통장 비밀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 난감한 적도 있었다. 책을 읽고 작가의 의도는커녕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다시 읽었는데, 처음 읽은 듯 생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한심한 모습에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잠시 우울한 적도 있었지만, 워낙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툴툴 털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하하 카페 우리들의 이야기 중에 칼럼을 프린트해 틈틈이 필사하는 것이었다.
반면 다이어트로 얻은 것은 우선 기초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일해도 덜 피곤하고 아침에도 가볍게 일어난다.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오를 때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가뿐이 올라가는 걸 보면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디자인보다는 나에게 맞는 치수가 있는지 먼저 확인했었는데, 지금은 마음껏 입어 볼 수 있으니 여자로서 그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생각 없이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게 되었다. 또한, 나로 인해 누군가가 먹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구에는 세계의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이 충분하다고 발표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많이 먹어서 누군가가 굶주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2가지 방법을 생각하여 실천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에 진정한 단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살을 빼기 위한 단식이 아닌 지구 어디선가 굶주리고 있는 자를 위한 단식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사랑의 좀 도리 운동이 있다. ‘좀 도리’는 ‘밥을 지을 때마다 한 줌씩 덜어 따로 모아둔 쌀’ 이라는 뜻이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쌀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작은 나눔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운동은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여 내가 활동하고 있는 작은 모임에서 의논하여 실천하고 있다. 건강 이상 신호로 시작된 다이어트를 통해 실보다 득이 더 컸으니 나의 다이어트는 성공적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첫댓글 다이어트의 득과실을 적나라하게 잘 기술했군요.개인적으로는 건강과 미모를 되찾았고 크게는 좀도리 운동까지......이쯤되면 1타 몇핀가요?기아에 허덕이는 난민을 돌아보는,거기다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작은 나눔까지.동화사랑님 다웁군요.앞으로도 요요없는 성공적인 다이어트,곁에서 응원할께요.홧팅!
옆에서 지켜 본 바로 동화사랑님의 다이어트는 대단 해요.그 바쁜와중에도 끊임없이 운동 하는걸 보면 알 수있죠.아무나 못하고 누구나 그렇게 되지 못 하거든요.득과 실을 보니 득이 더 많네요.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어디에선가 굶주리고 있을 난민까지 생각 하고 좀 도리 운동까지 실시하고있다니 무한 감동입니다.여하튼 다이어트 시작 해서1년이 넘었다니 성공 했네요.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