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 치과병원 주차장에서 오전 8시 정각 출발(지각도 안 하는 모범생들)!
회장님의 성품 그대로 부드러운 운행으로 운악산을 향해 가는 동안 차안에서 유경샘이 준비한 고구마, 주먹밥,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하며, 이런저런 일상의 이야기도 하다가 혜성님이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는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의 감상후기도 들려주시고, 현순님의 불교에 대한 심오한 말씀 또한 감동 그 자체.
다음에 저도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를 꼭 읽고 함께 호응할 수 있도록 하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 있는 사이 운악산 도착!
배려의 아이콘 유경샘이 혹시 몰라 여분의 장갑을 준비했다는데 저같이 준비성 없이 몸만 움직이는 덜렁이에게
요긴하게 쓰이고
(쇠줄, 로프잡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어찌나 많던지 유경샘 아니었으면 저 손바닥 닳아 없어질 뻔… ^^;),
또한 회장님의 스틱 양보로 1년 여 만에 험산을 오르는 무모함을 상쇄해 보고자 했으나…
빼어난 절경은 정상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넋 잃고 바라보다 또 남는 건
사진뿐이지 하며 찰칵! 찰칵!
포즈의 여신 유경샘이 포즈를 취할때 그 순간 표정이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
현순님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한 곡조 뽑으실 때 어찌나 우아하게 부르시던지
저는 한순간 가곡인줄 착각했지요. 산철쭉조차 현순님의 노래에 반해 볼이 발그레해지고
잔잔한 바람을 핑계 삼아 사그작사그작 춤을 추더이다.
햇살은 어찌나 곱든지, 연분홍 산철쭉은 어찌나 단아하든지.
수줍음에 살포시 고개 숙이고 잔잔히 웃는 모습으로 산철쭉은 우리를 반겨 주더이다.
유경샘, 가오리 대장님, 혜성님
세 분이 돌아가며 찍사(속어 죄송 ^^;) 노릇을 해 주시고,
다른 팀 찍사 품앗이해주고 여섯 명이 함께 앵글 속에 들어가기도 하며,
이 분들과 함께 함이 즐거워 사진 찍기를 싫어했던 사실조차 잊고 앵글 속에서 함께 빙그레!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오르고 또 올라도 정상은 어드메인지… ^^;
헉헉대는 저를 위해 등반의 고수님들은 발을 멈추고 쉬는 사이 먹을 것을 계속 내 입 속으로 날라 주시던 유경샘,
늘 제게 먼저 양보해 주신 현순님. 더러운 내 등산화 아랑곳없이 쥐가 난 발 잡고 풀어 주신 가오리 대장님.
내 배낭 속 짐 빼앗아 본인의 배낭으로 옮겨 넣은 혜성님.
바닥에 방석매트 깔아주시고, 스틱 사용법 알려 주시며 실상 본인은 힘들게 올라가신 회장님.
등산 초보라고 무수리를 공주 대접해 주시니 이 황송함을 어찌하오리까!
뭐야 왜들 이렇게 멋진 거야. 제가 작은 것에 감동을 잘 받는 걸 다들 어떻게들 아셨지?
무슨 바위인지 아시겠죠? 아시리라 믿고 넘어가겠습니다. ^^;;
가까스로 정상 도착!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빼어난 절경과 멋진 동반자들 덕분에 무릉도원에 도착한 듯,
플라톤의 선의 이데아를 경험한 듯! 이현복 교수님께서 들으시면 떽∼ ^^;
키작고 못난 제가 있음으로써 다들 더 커 보이시고 더 멋져 보이시네요. ㅠ.ㅠ
이제 맛있는 거 먹을 차례
두릅나물, 짠지, 김장김치, 돌산갓김치, 골뱅이무침, 과일, 기타 등등
가오리대장님이 얼려 오신 막걸리. 입안에서 막걸리 알갱이가 사르르 씹히며 맺혔던 땀방울 순식간에 달아나고
신선이 된 듯한 기분에 젖어들게 하고 막걸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가오리대장님이 얼리는 과정에서 혹시 꿀을 넣어 조제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이 순간 스치고 지나가고. ^^
6명이서 막걸리 두 병에 만족해하는 절제의 미덕을 가진 모범적인 산꾼들.
* 사진은 유경샘, 가오리대장님, 혜성님 세 분이 찍어 주셨습니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박귀희 샘, 사진과 에세이가 넘 좋습니다.
5월 산행의 추억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사진은 유경샘, 가오리대장님, 혜성님 솜씨고요.
글은 우리가 나눴던 얘기 그대로 적은 것뿐....
그 날 재미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