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선언문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눈 떠보니 세상이 보였고 두 발로 일어서자 걸어야 했다.
왜 걸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가장 멋지게, 가장 앞서서 걷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들, 보기 싫은 모습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소원했다.
그게 나란 존재를 지워버리는 일인 줄 몰랐다.
무엇이든 잘하지 못하면 화가 났고 그런 내가 싫었다.
미디어 속의 연예인처럼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나를 좋아해 주고 기억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의 많은 모습을 숨기고 감추느라 남들에게 한눈팔 틈이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마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외롭다고 사랑을 구걸하는 건 내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나는 외로웠고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렀지만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알았고 사람들이 주는 사랑을 깊이 느꼈다.
음악이란 언어를 선택한 것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엔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나와 모두 비교하기엔 벅찰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음악이 내 길이 아닌 것일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음악이 내 길이라고 정해준 것이 아니었다.
피아노를 잘 치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아무것도 잘하지 않는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게 바로 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빛나는 어린아이들처럼
나는 그와 같은 작은 영혼이다.
나는 항상 걸을 것이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두려움 없이 뛰어들겠노라.
유일한 나의 삶을 만들고
스스로의 걸음에 기꺼이 감동하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
나는 항상 경험하기 위해 살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경험할 것이다.
내 모습이 아니라고 느꼈던, 그리고 느낄 모든 순간은
자연스럽게 나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삶이라 부르리라.
나는 항상 전할 것이다.
나에게 찾아오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 자신을, 내 삶을 내어주겠다.
혹 나를 다시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리라.
삼계
1. 자각
2. 변화
3.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