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사랑함에
이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간다. 이스라엘의 서편, 지중해 가까이 있는 카르멜산(Mt. Carmel)산에 오르기 위해서. 이스라엘의 ‘거룩한 머리산’ (Holy Headland) 이라 불리며, 최고봉이 해발 546m이고, 이스라엘의 3대 도시로서 이스라엘 최대의 공업도시이자 지중해 관문인 하이파시 가까이 있다. 지중해에 접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불쑥 튀어나온 돌출 부분이 바로 카르멜산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카르멜 지역이다. 이스라엘에는 민둥산이 많으나, 카르멜은 유달리 나무가 우거져 아름답다. 바로 이 지역에 물이 많아 예로부터 푸른 나무들로 수해(樹海)를 이룬 명산이다. 카르멜(kerem El 히브리어)이란 산 이름도 풍요를 뜻하는 ‘하느님의 포도원, 정원’이라는 말이다. 구약의 아가서는 여인의 아름다운 머리를 묘사할 때 카르멜 산의 아름다움에 비유하기도 했다.(아가 7,6) 이 지역에서 어느 봉우리가 카르멜 산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하다. 카르멜 산이란 어느 한 봉우리를 이름 한 것이 아니라, 카르멜 산 줄기 전체를 부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즈르엘 골짜기를 따라 남동쪽으로 길이 약 25㎞ , 폭 10 ㎞ 가량 되는 산맥을 가리키는 산이다.
카르멜 산 하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엘리야 예언자가 이스라엘에서 바알 신을 믿는 이들과 아세라 추종자들을 일망타진하여 우리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증거한 사건이 그 하나라면, 두 번째 이유는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헤로데 왕은 유다의 두 살 미만 된 아기들을 학살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헤로데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할 때 요셉 성인과 성모님이 잠시 숨어 쉬었던 동굴이 이 산에 있기 때문이다.
때는 BC 860년 쯤 이스라엘 아합왕 때, 삼림이 우거진 카르멜산에서 역사적인 대결이 벌어졌다. 1대 450의 대결이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 엘리야와 450명의 바알신과 아세라 추종자들의 결판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북왕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번영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종교적으로는 큰 위기를 맞고 있었다. 아합왕의 왕비 이세벨 때문이었다. 그는 원래 시돈(오늘날 레바논)의 공주로 광신적인 바알 종교 신봉자였다. 바알 종교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물질지상주의 종교였다. 이세벨 때문에 이스라엘은 물신숭배의 유혹에 빠져 정신적으로 크게 오염되어 가고 있었다. 이세벨이란 이름도 ‘영광의 부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스라엘은 탈출기의 기적을 경험하고도, 바알과 아세라에게 그토록 유혹을 받았나? 이유는 간단하다. 물 귀한 이스라엘에게 비의 신 바알과 풍요의 여신 아세라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다다익선이라고, 하느님뿐 아니라 이 신들도 조금씩 섬겨 주면 힘이 갑절이 되리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바알 신앙은 모세 시대 이전부터 가나안 땅에 퍼져 있었다.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의 아들도 '바알의 사람'이란 뜻을 가진 '에스바알'(1역대 8,33)이었다. 이스라엘 탈출 사건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이스라엘 민족이 '폭풍과 비의 신'인 바알과 '풍요의 여신' 아세라의 우상에 현혹된 것은 아마도 정착민으로 유목과 함께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풍요를 염원했기 때문일 것이리라. 이런 줏대 없는 태도에 반기를 들고, 예언자 엘리야가 등장한다. 그는 바알 종교와 싸울 것을 선언하고 결판의 장소로 카르멜 산을 택하였다. 바로 그곳이 바알 종교의 온상지였기 때문이다. “엘리야가 온 백성 앞에 나서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절뚝거릴 작정입니까? 주님께서 하느님이시라면 그분을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나 백성은 엘리야에게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1열왕기 18,21) 바알 신을 섬기는 혼탁한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해 엄하게 꾸짖고 나서.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주님! 저에게 대답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 이 백성이 당신이야말로 하느님이시며, 바로 당신께서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셨음을 알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주님의 불길이 내려와, 번제물과 장작과 돌과 먼지를 삼켜 버리고 도랑에 있던 물도 핥아 버렸다. 온 백성이 이것을 보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부르짖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때에 엘리야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바알의 예언자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사로잡으시오.” 백성이 그들을 사로잡아 오자, 엘리야는 그들을 키손천으로 끌고 가 거기에서 죽였다.“ (1열왕기 18, 37-40)
카르멜 산, 무흐카라고 부르는 봉우리가 엘리야가 하느님의 명을 받고 이교도들과 싸워 장쾌한 승리를 거둔 곳이다. 무흐라카(muchlaka)는 ‘불의 제단’, ‘불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이다. 무흐라카 산 위에는 엘리야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석상 받침대에는 라틴어, 아랍어, 히브리어 3개 언어로 “엘리야 예언자가 불처럼 일어섰는데 그의 말은 횃불처럼 타올랐다.”(집회서 48, 1) 새겨져 있다.
석상으로 세워진 엘리야가 잡고 있는 칼이 독특하지 않은가. 칼날이 휘어져 있다. 바알예언자 450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400명을 그 칼로 쳐 죽였으니 칼이 휘어질 만도 하지 않은가? 휘어진 칼을 들고 바알신의 예언자들을 무찌르는 모습은 물질주의로 오염된 현대의 바알 숭배자들을 꾸짖는 듯하다. 그대도 뜨끔하지 아니한가? 대결 당시 바알 예언자 만 450명이었다니 예루살렘 성전이 가장 번창하였던 예수님 당시의 제사장 숫자가 약 480명 정도였음에 비교하면 아합왕 때 바알종교가 얼마나 번창했으며, 반대로 이스라엘 종교가 얼마나 위기에 처해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영국의 신학자 로울리(H.H. Rowley)는 “모세 없이 이스라엘의 야훼종교가 태어나지 못하였더라면, 엘리야 없이 그 종교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4세기 그리스인들은 이 산을 ’거룩한 제우스의 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념 성당 옥상은 경관이 좋다. 울창한 카르멜 숲 너머로 키손천이 지중해로 흘러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비옥한 북부 해안지방의 세 평야를 구분하는 자연 경계가 된 샘이다. 북쪽으로 즈블론 평야, 동쪽으로는 ‘이스라엘의 빵바구니’라고 불리우는 이즈르엘 평야, 그리고 서쪽으로는 지중해 해변의 사론 평야가 시야에 넘친다. 또한 카르멜 산은 사울왕이 아말렉을 이기고 승전비를 세운 곳이다.(1사무 15,12). 그리고 다윗이 사울에 쫓겨 다닐 때, 행실이 악한 나발이 양털을 깎고 있던 곳(1사무 25,7)으로 미칼에 이어 다윗의 두 번째 부인 아비가일을 만난 곳이다. 카르멜 산이 나오는 성경 구절을 찾아본다. ※ (아가 7,6) “그대의 머리는 카르멜 산 같고 그대의 드리워진 머리채는 자홍 실 같아 임금이 그 머리 단에 사로잡히고 말았다오.” ※ (이사 33,9) “ 땅은 슬퍼하며 생기를 잃어 가고 레바논은 부끄러워하며 메말라 간다. 사론은 사막처럼 되고 바산과 카르멜은 벌거숭이가 된다.” ※ (이사 35,1-2)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 뛰며 환성을 올려라. 레바논의 영광과 카르멜과 사론의 영화가 그곳에 내려 그들이 주님의 영광을, 우리 하느님의 영화를 보리라” ※ (나훔 1,4) “그분께서는 바다를 꾸짖어 말려 버리시고 강들을 모조리 바닥까지 드러내신다. 바산과 카르멜이 시들고 레바논의 초목이 시든다.” ※ (예레 46,18) “내가 살아 있는 한 ─ 그 이름 만군의 주님이신 임금님의 말씀이다. ─ 산들 가운데에서는 타보르 같고 바닷가에서는 카르멜 같은 자가 반드시 쳐들어온다.“ ※ (아모 9,3) “그들이 카르멜 꼭대기에 몸을 숨겨도 내가 거기에서 찾아내어 붙잡아 오고 그들이 내 눈을 피해 바다 밑바닥에 숨더라도 내가 바다뱀에게 명령하여 거기에서 그들을 물게 하리라.
엘리야 기념성당 안에는 열두 개의 돌로 된 제대가 인상적이다. 하얀 제대에는 싸리나무 아래에서 죽기를 간청하는 엘리야를 보호하려고 나타난 천사가 그려진 그림이 보인다. 엘리야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라 성경 구절을 찾아본다. “엘리야는 싸리나무 아래로 들어가 앉아서, 죽기를 간청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엘리야는 싸리나무 아래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에 천사가 나타나 그를 흔들면서, “일어나 먹어라.” 하고 말하였다. 엘리야가 깨어 보니, 뜨겁게 달군 돌에다 구운 빵과 물 한 병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는 먹고 마신 뒤에 다시 누웠다. 주님의 천사가 다시 그를 흔들면서,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하고 말하였다.(상열왕 19,3-7)
엘리야 기념성당 제대 오른 쪽 싸리나무와 천사가 보이지 않은가. 이 장면에 나오는 싸리나무는 로뎀나무(broom tree), 콩과의 관목으로 높이 2~3m, 잎은 바늘모양, 꽃은 백색, 이른 봄에 핀다. 천사를 보내시어 엘리야 예언자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개신교회 이름 중에 로댐 교회라고 이름 붙인 곳이 더러 있다. 이 성경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카르멜 산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보이는 카르멜 수도원이 있다. 12세기 십자군 시대에 이곳을 중심으로 엘리야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하는 카르멜 수도회(Carmelite Oder)가 결성되었다. 전 세계 카르멜 수도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카르멜 산에는 현재 가르멜 수도원에서 관리하는 엘리야 기념 성전이 있다. 성당 안에는 12개의 굵은 돌로 이루어진 제대가 봉헌되어 있다. 이 제대는,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12지파를 상징하며 쌓은 제단을 재현한 것이다. 타락해가던 북왕국에 참신앙의 불을 다시 붙인 카르멜! 이곳은 구약성경에 얽힌 성지이기에, 그리스도인들과 유다인들이 함께 찾아오는 일종의 종교적 화합 장소이기도 하다. 카르멜수도원하면 떠오르는 성인은 누가 떠오르는가? 아무래도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아닐까? 두 분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하고 석양에 물드는 기념성당 옥상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산들 바람에 머리칼이 흐트러진다. 내가 멋진 모델이 되어 한편의 영화를 찍는 양 신이 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을 놓고 있지만 기억해야 한다. 하느님을 욕되게 한 바알사제들을 칼이 휘어질 정도로 엄중하게 처단했던 성지에서 이래도 되나했지만 나도 연신 카메라 셧다를 누르기 바쁘다.
다음 이집트로 피신한 성모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있나. 카르멜 산은 석회암으로 된 산인지라 곳곳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들도 보인다. 예수 아기님을 출산하고 몸이라도 제대로 풀었을까? 마리아는 요셉 성인이 이끄는 나귀를 타고 피난길을 나선다. 갓난아기 예수님을 가슴에 안고서 고된 피난길을 나선 성가족의 행로는 참으로 고되다. 베들레헴에서 이집트로 가기 위해 카르멜 산을 거쳐 지나가시다가 맞춤한 동굴이 눈에 들어왔을 게다. 고된 다리를 쉬고자 동굴에서 몇 날을 쉬면서 무엇을 하셨을까?
이상도 하지. 석양에 물든 하늘이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비가 퍼붓는다. 이스라엘은 12월이 우기라는데 비가 오는 걸 말릴 수가 없잖은가. 가이드는 우리 편이 아닌가보다. 비가 부족한 이스라엘에서 비가 내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흡족하게 내리는 비에 가이드 기분이 좋은지 연상 즐거워하네. 뭐 어떤가, 비 오는 순례도 좋잖은가 말이다. 그래도 아쉬운 거 하나. 카이사리아 성지는 늦어서 생략하기로 했다. 카이사리아(caesarea)는 헤로데가 로마 황제를 위하여 대규모 항구를 건설하고는 황제 이름을 따 ‘카이사리아’로 명명했다. 로마풍의 카이사리아는 팔레스타인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며 로마군사 기지가 된다. 본시오 빌라도(pontius pilatus)가 자기가 관할 하는 식민지의 수도로 정하고 이곳에 주재했다. 그러다가 과월절에는 예루살렘으로 건너가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것에 관련된 성경 구절을 찾아보는 것으로 대신하자. ※ 사도 베드로로부터 이방인 중 첫 번째로 세례 받은 로마군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사도 10장)가 살았던 곳이며, 일곱 봉사자 중 하나로 복음 선포자인 에페소 출신 필리포스의 집(사도 8,40; 21,8)이 있던 곳이다. ※ 사도 바오로가 제2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에페소에서 돌아와 카이사리아 항구를 통해 예루살렘, 안티오키아(당시 로마,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세계 3대 도시 중의 하나, 영화 ‘벤허’ 중 전차경기가 열렸던 곳)로 간 곳이다.(사도 18,22) ※ 에페소에서 고별인사를 끝으로 3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 카이사리아의 필리포스의 집에 머물렀다(사도 21,8) ※ 사도 바오로가 예루살렘 소요에 이은 유다인들의 암살 음모에서 구출되었던 곳(사도 23,23-35)이며, 2년 간 감옥생활 했던 곳(사도 24,27)이다. 또한 로마 시민으로서 황제에게 상소한 곳이며, 아그리파스를 비롯한 고관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거한 곳이기도 하다(사도26장).
카이사리아를 건너 뛴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 같다. 일행이 그러더라고 ‘다음에 다시 안 올 거냐고?’
이제 예루살렘 입성이다. 내일부터 예수님의 수난과 영광, 그분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찾아볼 수 있는 현장, 천상의 성도 예루살렘으로 간다고 하니 가슴이 뛴다. 그야말로 우리 순례의 절정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숙소는 예루살렘 신시가지, 이스라엘쪽에 자리한다. 그런데 어쩌지, 깊은 묵상으로 예수님을 만나야 하는 거룩한 밤인데 즐거운 술판이 벌어지다니. 어리석은 것 같으니. 카나의 혼인잔치 기념성당에서 혼인갱신식을 올린 두 쌍의 부부가 와인으로 뒷 풀이를 하자니 어쩔 건가? ####################################################################
사실 순례기가 차일피일 시간을 끈 것은 더위 탓이 아니었습니다. 이곳 카르멜산과 바다의 별, 스텔라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은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봤던 기억을 살려 올려봅니다. 내용은 그대로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우리는 성모님을 기리는 노래를 부릅니다. 벗님들은 어떤 노래를 즐겨 부르시나요? 그 노래 중에 241, 242번 "바다의 별이신" 어떤가요.
십자군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은 다시 이슬람 수중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카르멜 산의 수도원은 적진 한가운데 남게 되는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철수를 결심하고 밤중에 카르멜 산을 내려와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기도를 바칩니다. 풍랑이 거칠게 배를 흔들 때도 어머니 성모님께 의지하며 배를 저어갔을 테지요. 잔잔한 바다에 보름달이 둥실 뜬 밤이면 수사님들은 성모님의 보살핌에 감사기도를 드렸겠지요. 이들의 마음을 표현한 게 바로 246번 "창파에 뜬 일엽주"가 아닐까요. "창파에 뜬 일엽주/ 풍랑에 시달리듯 이 세상 온갖 시련 그치지 않으니/ 폭풍이 닥치거든 더욱 보호하소서/ 마리아 마리아 성마리아여...." 카르멜 수사님들은 오랜 항해끝에 무사히 바다를 건너서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고향이 아니고 유럽에 새로운 수도원을 개척하느라 동분서주했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수사님들은 아침저녁으로 바치는 기도 안에서 성모님의 자애로우심을 새삼 감사드렸답니다. 그리고는 벅찬 가슴을 어쩌지 못해 기도와 찬미로 어머님의 사랑을 되새겼을 테고요. 그들의 입을 빌려서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과 기도를 노래로 부른 게 바다의 별, 스텔라가 아닌가요?
음 음~ 어느 해인가, 본당 기도회에서 조촐하게 성모의 밤을 가졌어요. 그때 성모님게 바치는 헌시를 제가 낭독했고요. 솜씨랄 것도 없지만 제 마음 전부를 바쳐 쓴 헌시입니다. - 마리 스텔라(mari stella) 십자군 전쟁 때 예루살렘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은 이슬람에 의해 정복되었다. 갈멜산의 수도원의 수사님들은 유럽으로 피신하기로 결정하고 뱃사람을 설득하여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떠나기로한 밤이 되었다. "그래요 어머님, 그날은 바람이 몹시 불어 막막한 밤이었대지요 아마. 거센 빗방울, 신음처럼 바다가 몹시 울었더래요. 선창가에서 한 남정네가 하늘 쳐다보고 바다에 눈 한번 주고서 땅이 꺼질듯 한숨을 쉬더래요. 풍랑이 거칠어서 뱃사람도 고개를 저었다지요. 망연한 표정의 갈색, 갈멜 수사복에 해풍이 손톱을 세우고 할키려 달려들었대지요. 이제, 사라센의 병사들이 야훼 하느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을 도륙한 터라 엘리야 선지자가 주님의 불을 내려 거짓예언자를 몰살시켰던 거룩한 땅 갈멜, 기도하던 이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수사들 마음이 이렇듯이 황량했을거예요 그래요. 몹시도 울어예는 파도소리와 지중해 넘어로 불어오는 해풍이 돛을 찟는 소리 돌연 밝은 빛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눈부신 빛무리에 둘러싸여 한 귀부인이 수사들에게 나타나셨네. "염려하지 마라, 내가 뱃길을 인도해 주리라" 푸른 망토를 걸친 부인 하시는 말씀, 멀고먼 항해길에 위로의 말씀 주신 그 여인이 누구신지 그들은 알았네. 갈멜의 수사들은 벅찬 감동으로 도망친 뱃사람 대신 돛을 올리고 노를 저었다네 거친 바다에 굴하지 않고서. 어느새 풍랑은 잠들고 불어오는 해풍은 밤이 새도록 돛을 부풀게해서 쏜살같이 바다를 건너게 했다 하네. 밤이면 그 부인은 별이 되어 수사들을 위로했고 파도가 고개를 고추 세우려 하면 심술맞은 물길을 얼래고 달래서 잠들게 했다지. 바다의 별이신 모후여! 멀고먼 바다길 나선 갈멜의 수사들을 지켜주셨듯이 우리도 보호해주소서. 간단치 않는 세상사, 거친 풍랑에 휩싸여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저희에게 환하게 빛나는 별이 되어 비추어주소서, 그리고 지켜주소서." (본당 기도회 성모의 밤에서 낭송했던 시)
오늘 아침 톡방에 딸아이가 내 외손녀 유아세례 날짜를 잡았다고 해요. 그리곤 세례명을 스텔라로 정했다고 하는 걸 보고선 서둘러 순례기 카르멜 편을 올립니다. 자꾸만 이 핑게 저핑게 대며 꾸물거리는 절 꾸짖는 걸로 알아들었습니다. 6월에 태어난 제 외손녀 "노하윤 스텔라" 세례식은 10월 1일입니다. 기억하시고 축하 기도 쏴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