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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 우리의 삶은 현실과 가상을 끊임없이 넘나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현실의 삶을 즐기기보다, 가상의 세계에 접속해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작동시키고, 길을 가면서도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의 액정에 시선을 고정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잠시 멈춤>을 제안하고,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나 역시 디지털에 접속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의 장점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다들 수긍하면서도 실천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우연한 기회에 디지털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실험을 한 이후,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했던 디지털 기기와 기능들을 하나씩 멈추고 나서 얻은 깨달음의 과정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자신을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고 익혔던 얼리어답터로 살아왔음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기'로 그 필요성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로부터의 거리두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일정 기간을 설정해서 하나씩 실천해보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느껴진 바를 곧바로 커뮤니티에 올렸으며, 해당 글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공감에 힘입어 책으로까지 출간했다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과의 거리두기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어야만 다음 단계의 실천으로 향할 수 있다.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가 시도하는 방법은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정신적 고도 비만증에 걸려 있다'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광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습관을 짚어보고 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거대 플랫폼 회사가 설정한 알고리즘의 지시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검색을 하고 가는 장소마다 사진을 찍지만, 정작 그 결과물을 일시적으로 소비하고 다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실에 있는 시간조차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게 느끼는 현상이 바로 디지털 중독의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바로 2부의 제목으로 제시된 '뇌에 필요한 다이어트, 디스커넥트'이며, 저자 자신이 직접 실천했던 방식들을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이 생활에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에, 일시적으로 그 습관을 단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을 계기로 하루에 사진을 3장만 찍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대신 노트를 들고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동안 무제한으로 사진을 찍던 습관이 있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주변의 풍경을 보다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음을 자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습관이 어느 정도 몸에 익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간을 줄이고 다시 검색하는 횟수를 줄이거나 혹은 검색 결과를 노트에 기록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익숙하던 것을 그만두었을 때 나타나는 '금단현상'을 겪기도 했지만, 디지털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오히려 생생한 감각과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수시로 접속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시간을 정해서 들어가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줄이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가족 혹은 일행들과 대화하거나 음식의 맛을 즐기는 것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실상 이러한 방식은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이미 익숙하지만, 디지털 중독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엄청난 결심과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라 여겨진다.
마지막 3단계는 디지털에 거리두기를 하는 대신, '내 삶에 필요한 것에 커넥트하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3부의 제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쯤에서는 대부분이 짐작할 수 있듯이, 그것은 디지털 접속을 줄이면서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생활 습관을 변경하는 것이다. 평소에 생활하면서 긴요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에는 전화기를 비행기모드로 바꾸어 접속 시간을 줄이고, 연필이나 필기구와 노트를 챙겨 글을 쓰거나 그림을 통해서 보거나 생각한 것을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그림과 함께 그에 관한 기록을 노트에 남기는 것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내 주위 사람들도 각자 자신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그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 그렇게 할 뿐, 실제의 삶에서는 이미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으로 인해서 스마트폰과의 거리두기가 실천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자신도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집착하는 습벽이 있기에, 최소한 디지털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지금도 휴대폰은 2G폰을 지니고, 어떠한 앱도 사용하지 않고 전화기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인터넷 접속은 데스크탑 컴퓨터로만 하고 있으며, SNS나 카톡조차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때는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불편하다고 호소한 적도 있으나,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금은 '느리고 불편하게 살자'를 삶의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고 생각이 떠오르면 노트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저자가 제시한 삶의 방식은 스마트폰이 안겨주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겨야만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조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수동적인 '스마트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와 꼭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패턴으로 디지털 거리두기를 하나씩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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