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박서영, 무루, 어크로스, 2020.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읽었던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내고 있다. 나 역시 최근 그림책들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어른이 되어 읽기 시작한 그림책’이 재미있어졌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까마득한 시절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이제는 오롯이 나만의 생각을 그림책들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공감하며 감상하게 된다.
이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로 살고 싶다는 고백을 토로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고 세상의 규율에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이해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조금은 엉뚱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일 것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경쟁과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한 거리두기를 통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서는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책들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러한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대체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토로하면서, 자신이 읽은 그림책의 상황과 연결시켜 소개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스스로를 ‘결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면서 여전히 ‘비혼’이고, 앞으로도 그저 ‘자신을 믿고 매 순간 가장 나 다운 걸음걸이로 걷’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인상적이었다. 스스로에게 ‘당신은 어떤 노인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저자는 이에 대해 ‘좋은 습관을 지닌 노인이 되고 싶다’는 답변을 한다. 역시 그림책의 예시를 들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삶을 소개하고, ‘백발성성한 노인이 되었을 때 내 삶의 습관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노동과 생산에 관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아울러 조카들에게 ‘기왕이면 재미있고 신기하고 이상하고 궁금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는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의 목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낀 바의 결과일 것이라고 이해된다. 저자의 바람대로 ‘세 조카와 언젠가 태어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재밋고 이상한 이모이자 할머니’로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