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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진료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심리 가운데 ‘여섯 가지’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서술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정신건강을 다루면서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체로 자신을 찾아온 모든 사람들이 ‘환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주변 혹은 자기 스스로 정신적 문제를 인정하자 않았다면, 정신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면서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에, 때로는 누군가와의 상담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의학과에 근무하는 의사들 역시 매일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문제를 들을 수밖에 없기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민도 상당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마흔살 무렵에 고향으로 가서 정신의학과 병원을 차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개별적 존재들이 지닌 복잡한 측면들을 ‘얼굴’이라는 표제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표제로 선정한 <마음의 여섯 얼굴>은 누구에게나 보이는 감정일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인간이 지닌 감정의 보편적 성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이해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사람의 감정을 ‘얼굴’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가 뽑은 여섯 가지 얼굴 가운데 첫 번째는 바로 ‘우울’이라는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만나는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우울’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때로는 그 정도가 심해서 ‘우울증’ 진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체로 우울이라는 감정은 불안과 상실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야기되는 것이며, 사람마다 그 원인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주변의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쿨함’을 드러내는 것이 멋진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쿨함’은 상실에 대한 부인이고, 마음의 상처를 느끼는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미리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또한 ‘외롭다는 감정은 미성숙의 지표나 우울의 일부이기 이전에, 우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분노’, 무엇엔가 집중하면서 탐닉하는 ‘중독’이나 순간적인 분노가 표출되는 ‘광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저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특정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불안이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일이 아니’라고 단언하면서, 오히려 ‘불안해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타오르는 불이 저절로 꺼지도록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물론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분노’라는 감정 역시 ‘어떤 감정을 감당하기 어려워 나도 모르게 그 감정을 지우고 덮기 위해서 동원하는 대체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깊이 빠지는 ‘중독’이라는 현상도 ‘나에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 즉 ‘결핍감’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간혹 사람들을 ‘광기’로 이끌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이러한 모든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즉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끌림은 중독자가 느끼는 강박적 허기와 구분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느끼는 상실의 고통을 우울과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어떤 하나의 감정만이 돌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오히려 ‘지나친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지니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해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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