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로 읽는 죽음’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인식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실상 죽음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단어이지만, 또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영원히 살고자 했던 욕망이 ‘불사(不死)’나 ‘불멸(不滅)’이라는 단어에 녹아들어 있지만, 그러한 욕망을 추구했던 자들 역시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은 죽음에서부터 더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의료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오래 살고자 하는 ‘장수(長壽)의 욕구’로 나타나고 있다.
오래 살기만 한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분명 장수라는 조건도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그저 장수라는 형식에 그치지 않고, 사는 동안 채워나가는 삶의 질이 행복을 누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인간이라면 한번쯤 맞닥뜨리는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허망한 욕망에 집착하기보다는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즉 ‘죽음’이라는 주제는 결국 ‘삶’에 대한 철학과 깊이 연관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오래된 ‘신화’에서 다루어진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양한 집단들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죽음이 없다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죽음이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해질 지에 대해서는 무심한’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부터 이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죽음에 대한 다양한 사고가 의례나 신앙을 비롯한 인간의 삶 전반에 투영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신화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사고를 응집한 결정체’이기에 다양한 신화에 나타난 죽음의 문제를 천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신화에 나타난 양상은 대체적으로 ‘태초에는 신이 인간에게 죽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죽음이 없는 세상의 혼란을 가정하면서 신에게 죽음을 내려달라고 인간이 애원하’여 죽음이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신이시여, 죽게 하소서’라는 1장의 내용은 죽음의 원인을 설명하는 다양한 신화들을 사례로 들고 있다. 요컨대 자식들이 계속 태어나지만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늙고 병든 이들이 만연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신화는 신에게 빌어 죽음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죽음을 가져다준 동물’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신화에 등장하여 죽음 혹은 영생이라는 조건을 전하는 신의 심부름꾼으로서의 동물들의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 간혹 신의 명령을 잘못 전달하여 그 대가로 인간에게 죽음이 찾아오고, 다른 동물 혹은 사물들이 죽음을 피한다는 내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끝과 시작, 둘이 아닌 하나’라는 제목의 3장에서는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인간의 운명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신화의 내용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불로불사, 인간의 영원한 꿈’이 불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필사의 노력을 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이어지는 5장을 통해 역시 다양한 신화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죽음의 세계를 상징하며 저승사자와 같이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화소들이 등장하는 신화들은 ‘죽음의 세계를 먼저 경험해 본다면’이라는 제목의 6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에서는 ‘생사를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이라는 제목으로, 죽지 않기 위헤 혹은 오래 살기 위해 꾀를 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내용들이 서술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야 하는 운명이며, 다만 죽음에 이르기 전에 우리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이해하게 되었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