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下契合大悟出(즉하계합대오출) 打破千年野狐窟(타파천년야호굴) 只底消息今知旣(지저소식금지기) 何須更問通中天(하수갱문통중천) 직하에서 바로 계합을 해서 깨닫게 되면 천년의 여우굴을 부수어 없애치움이로다. 다만 이 소식을 이제야 알아서 마치니 어찌 다시 훤칠하게 통한 하늘을 묻겠는가?
금일 대중은 아시겠습니까? 만약에 알지 못했다 할진대 다시 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장자를 세워서 보이시고) 이것은 혼연해서 안팎이 없습니다. 또 고르게 융합을 해서 상하가 아주 평화롭습니다. 이것을 가리켜서 '청정법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보셨습니까? 이것은 천태의 천년목(天台千年木)이요 남악의 만년의 칡넝쿨(南嶽萬年葛)입니다. 이것을 일러서 '원만보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주장자를 한 번 다시 치시고) 허공을 한 번 치니 크게 울림 소리가 나고, 나무를 한 번 치니 소리가 없네. 이것을 이름하여 '천백억화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주장자를 내려 놓으시고) 이 세 가지 이름이 한 몸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이것은 가풍이 허공을 의지한 듯한 뜻이 있어서 미흡하여 전부 옳지는 않다고(總不是)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상량해야 10가지를 다 만족할 수 있을고? (주장자를 던져버리시고) 주장자를 던져버리고 나니, 깜짝 놀라서 일어난 나무닭이 밤 자시(子時)에 울고, 풀로 만든 개가 하늘이 밝아옴에 짓는도다.
대중은 아시겠습니까? 고인의 언구를 인용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풍혈(風穴)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如何是佛)?" "어떤 것이 부처가 아닌가(如何不是佛)?"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바다 동쪽에 머물러 사니, 해가 가장 먼저 비춰줌이라(家住海門東 扶桑最先照).“
보녕용(保寧勇) 스님이 거기에 대해서 송하길, 眉間一道白毫光(미간일도백호광)이여 歷劫知將甚處藏(역겁지장심처장)고 永夜寂寥天未曉(영야적요천미효)하니 更須斫額望扶桑(갱수작액망부상)이로다
미간의 한 줄기 백호 광명이여 역겁 동안 어디에 감춰져 있었는지 알겠는가? 긴 밤은 고요한데 하늘은 아직 밝지 않았으니 다시 이마에 손을 대고 동쪽 바다를 바라봄이로다.
제가 1972년도에 선열당에서 정진하고, 위에 퇴설당은 상선원이라고 해서 거기서는 가행정진을 했습니다. 근데 선방에 공부하는 대중 스님 중에 한 스님이 주민등록(도민증)을 고향에 가서 해야 돼서 부득이 정진 중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고향에 다녀와서 큰 방에 와서 통곡을 하고 울어요. 대중이 보고서 한 소식 하면 너무 기쁨에 벅차서 운다는데 크게 깨달았는 모양이다 하고 "뭘 깨달았으면 울 게 아니고 방장 스님한테 찾아가서 점검을 받아야지." "그래서 우는 것 같으면 내가 얼마나 좋겠소?“ "그러면 뭐 때문에 운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가 주민등록 때문에 고향에 갔는데, 낮에는 동네 사람 보기 부끄러워서 밤에 월장을 해서 집에 들어갔답니다. 그래서 밖에서 인기척을 하니 형이 나와서 보는데, 동생이 거지 중이 돼서 왔거든요. 방에 들어오게 해서 왈, "너는 어째서 떨어진 옷을 지어 가지고 입고 거지중이 돼 여기 왔느냐? 참 동네 사람 보기 남사스럽다. 어느 누구는 절에 가서 스님이 돼가지고 주지가 됐다 하던데 너는 주지도 못 됐나? 그 스님은 주지가 돼 가지고 돈도 벌어가지고 집에 땅도 10마지기 사줬다 하던데, 너는 어째서 네 몸 하나도 간수를 못하고 이 모양이냐? 아이고 참 동네 사람 한테 부끄러우니까 도민증은 내가 여기 면사무소 가서 해 줄 테니까 캄캄한 밤이 되거든 아무도 몰래 살짝 나가서 가거라." 하고 밥도 안 주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녀와서 통곡을 하고 운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았다. 나도 생각을 좀 바꿔서 주지를 해보든지 뭘 해봐야 되겠는데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 그래서 유나 보시는 지월 큰스님께 내가 갔어요. "유나 스님, 저 스님이 저렇게 슬퍼하고 의기소침해가지고 그러는데 큰일 났습니다." 그래니 지월 스님을 그 스님을 앉혀 놓고는, "참 좋은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놓쳤네." 그러니까 그 스님이, "지금 무슨 기회를 놓쳤습니까?" "그동안에 선방에 다니고 공부를 했으면 집에 가서 부모님을 제도를 해야 되는데 반대로 제도를 못하고 거꾸로 그렇게 망신 당하고 왔다면 말이 되겠는가? 자네 생각해 보게. 나는 공부를 못해가지고 부모를 제도를 못해서 통곡했다고 하면 '분심이 나서 발심을 했는가 보다' 이런 생각을 할 텐데, 생각이 어째 그렇게 돌아가느냐? 말이 안 되지 않느냐?"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 스님이,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더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그때 그 장면을 보고 선방에 있던 스님들이 크게 한 생각을 돌이켰습니다. '자칫하면 큰일 나겠다. 우리가 출가해 가지고 가사장삼 입은 것이 이것은 아닌데, 잘못하다가는 참 큰일 나겠구나.' 그렇게 크게 뼛골 깊이 사무치고 느꼈습니다. 그와 같이 벌써 결제한 지가 한 달이 됐지요? 이렇게 세월은 화살보다 더 빠르게 갑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빨리 더 분심을 내가지고 참으로 내가 사형대의 작두에 목이 놓여 있는 그 순간이라 하는 걸 생각해 보면 어찌 딴 생각이 날 여가가 있겠습니까? 일초도 딴 생각할 리가 없습니다. 저는 출가한 이후로 한 번도 잠을 3시간을 자본 일이 없습니다. 저는 많이 자면 2시간입니다. 2시간도 안 잘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도 한 번도 옷을 벗고 자 본 일이 없습니다. 저고리 한 번 벗으면 그대로 누웠다가 일어나고, 바지를 벗고 자본 일이 없습니다. 우리 수행자가 수행을 철저히 잘하면 나라가 편합니다. 과거에 나라가 편하지 않고 가뭄이 오고 어려워지고 이러면 큰스님들이 모여 앉아서, "우리가 수행을 잘못해서 이 나라가 이렇게 어렵다. 각 방에서 정진하는 데 더 열심히 용맹정진하고 기도를 붙이고 합시다."
그래서 나라를 태평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붙이고, 스님들이 고행으로 철저히 수행을 잘하면 나라도 편하고 불교도 더 흥왕해집니다. 스님들이 편하자고 하면 모든 게 다 잘못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쨌든 철저하게 이거 하나 해결하려고 들어온 거 아닙니까? 다른 건 다 필요없습니다. 모든 건 이거 하나 이루기 위해서 부수적으로 불사를 한 거지, 이 알맹이 하나 빼버리면 속세나 똑같지 여기가 뭔 소용이 있어요? 그래서 일초 일각이라도 화두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화두를 놓치면 그건 죽은 송장입니다. 나는 절대 그런 일이 없거든. 그러니 철저하게 화두를 정말 일초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런 공부를 지어가야 눈 푸른 안목 있는 사람이 나옵니다.
보녕용 스님이 게송을 붙인 것에 나도 한 말씀 붙이겠습니다.
開眼乾坤黑(개안건곤흑)하니 合眼頭頭明(합안두두명)이라 明暗轉飜處(명암전번처)에 月裏烏豆照(월리오두조)로다 喝(할)! 눈을 열면 하늘 땅이 캄캄하고 눈을 감으면 두두물물이 밝음이라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을 굴려 뒤집어 엎으니 달 속에 검은 팥이 대천세계를 비춤이라 악! 2024-12-15 해인사 보름 포살법회 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