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분들이 자트로파에 대해 블로그를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이를 소개하면서 미래의 에너지원으로서 오로지 자트로파만이 경제성이 있고 대안 인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고 본인이 관련되어있는 카멜리나가 최고로 우수하다고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니고, 올바른 바이오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우선 정부나 농민의 입장에서 올해는 무슨 작물을 재배할까를 놓고 수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시장에서의 호응도, 예상 판매 가격, 타 농가에서 이를 재배하는 지 여부, 만약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는 경우 등 여러가지 변수를 놓고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된다. 그냥 쉽게 판단하고 종자를 선택하고 재배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태국도 4~5년전 자트로파를 재배할 것을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고려했었다. 고유가 시대를 맞으면서 이를 고민하지 않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자트로파를 경작할 것을 권유했지만, (일부 한국의 언론에서 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자트로파 경작에 들어갔다는 오보도 있었다) 농민들이 이를 외면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결국 에너지 한 가지만 놓고 고민하여 선택한 자트로파가 전체적인 경제성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농민들의 선택에서 뒤로 밀린 것이다.
태국의 농민들은 자트로파 대신 고무나무와 포도나무를 선택했고, 치앙마이를 중심으로 북부지역에서는 오렌지와 사과 등 과일 묘목을 심었고, 동북부 지역의 우돈타니와 나콘파놈, 싸완나콘 등지에서는 고무나무 농장을 만들어 최근 이슬람 폭력 사태로 불안해진 빠타니 등 남부지역 대신 고무원액을 생산하여 라텍스폼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고, 포도농장을 만들어서 태국산 와인을 미국,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까탈스럽지 않은 풍미로 대중 속에 파고드는 보급형 와인으로 개발하여 수출 시장을 열은 것이다. 그렇다면 태국은 어떤 기름으로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을까?
우선 제일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튀김 후에 버려지는 폐식용유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해 길거리 노점상에서 요리 후 버려지는 튀김기름까지(태국 음식에는 유난히 튀김 요리가 많다) 버려지는 식용유의 거의 대부분을 사들인다. 그리고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디젤로 만들기 전 일부 해바라기씨 기름과 콩기름, 동물성 유지, 팜 오일 등의 신선유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태국은 진작부터 B5(한국에서 BD5로 부르는 경유 95%에 바이오 디젤 5%를 혼합한 것)를 일반 주유소에서 경유보다 9~10%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 공급하고 있고 태국 국민들도 바이오 디젤을 사용함에 아무 꺼리낌 없이 선택하고 있다.
그럼 자트로파를 태국 농민들이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결론을 내려보자.
바로 자트로파는 바이오 디젤이나 윤활유(재봉틀 기름 등), 브레이크 오일 등의 수요처가 아니라면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이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 문제다. 자트로파의 경우 독성이 강해 식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동물 사료로도 적합하지 않는데다, 자트로파의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인해 주변의 유용한 식물군들에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 농민들의 의견이었다. 물론 자트로파의 기름을 짜고난 Oil Cake로 화석연료를 대신해 발전소 등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수입할 나라는 없다. 자체적으로 소비해야 한다.
그 예로 미국 몬타나주의 경우 대부분의 토지가 황무지에 가까운 곳이다. 물론 연중 강수량도 적다. 서부의 황야를 연상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옥토로 변한 땅이 많고, 바이오 디젤의 원료유로 대두유와 카놀라 오일을 대량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있는 몬타나 주립대학이 최근 10년 사이 주목하고 있는 작물이 바로 카멜리나이다. 카놀라를 심은 뒤 카멜리나를 심어 1년 내내 경작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작물로 카멜리나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카멜리나가 몬타나주 농민들의 주요 작물이 되었다.
순수하게 바이오 디젤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당연히 자트로파를 선택했을 테지만 농민과 대학의 연구소는 카멜리나를 선택했다. 그들의 경제성에 관련된 논문을 살펴보면 카멜리나의 경제성에 대하여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카멜리나는 생명력이 강하고 황무지에서도 잘 자란다. 게다가 생육 기간이 90일로 짧아 휴농기에 카멜리나를 재배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영양이 풍부해 고급의 식용유를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 수익율도 높다. 착유율도 35~40%에 달해 단위 면적 1ha(=10,000제곱미터)에서 1.5~1.8톤 정도의 기름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카멜리나와 카놀라를 계절별로 나누어 재배한다면 몬타나의 경우 1년 중 2달 정도를 제외하고 연중 농사가 가능해진다."
카멜리나가 미국 농민들에게 선택된 것도 바로 이런 경제의 논리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왜 자트로파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유는 비옥한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령 비옥하다 하더라도 카멜리나 또는 카놀라, 해바라기 같은 수익성 좋은 농작물을 심기에는 비가 많다. 이런 유채류는 비가 많으면 농사를 망친다. 곰팡이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중 비가 내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카멜리나를 심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 팜을 심으면 되지 않는가? 팜은 자트로파에 비해 묘목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경상유지비용의 부담이 크다. 단위 생산량이 높아 그나마 경제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후진국으로서는 초기 투자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만약 바이오 디젤 한 가지만 놓고 본다면 한국도 농민들에게 자트로파를 심도록 권유하는 것이 옳을진데 왜 권장하지 않고 있는지, 농민들도 자트로파는 고려하고 있지 않는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에서 대량으로 자트로파를 생산할 경우 분명 자트로파의 국제 유가는 하락하게 될 것이고 수익률도 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해지는 부분이다. 이 때 다른 시장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농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과제에 부딪치게 된다.
환경 단체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에 만들어지는 대규모 자트로파 농장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체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및 미래의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초석 마련과 아프리카 경제 회생이란 점에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자칫 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요소로 인해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일부 약소 부족이 현대판 노예로 전락하면서 인권을 유린 당할 확률이 높고, 영국 및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의 유럽 선진국 자본이 대부분으로 경제적인 부는 유럽이 차지하면서 아프리카는 여전히 값싼 노동력만 제공하는 빈곤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도 오로지 바이오 에너지 생산만 가지고 성공이다 아니다를 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자트로파가 아프리카의 대지를 덮게 될 경우 자연 생태계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모든 것은 균형있는 발전을 이룰 때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이에 반해 카멜리나 또는 카놀라 등의 유채류는 식용으로 제품을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높힐 수 있는 등 여타 시장성이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도 복합적인 경제성을 따져 유채류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바이오 디젤 원료유 수입 문제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바이오 디젤 시장이 초보 단계고 그 소요량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큰 기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부풀려진 바이오 디젤 산업의 허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미래를 위한 장기적 전망이 없이는 바이오 에너지 관련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아직은 시기 상조란 점을 먼저 말하고 싶다. 한국의 경우 토지가 모자라 결국 해외에서 상당량의 원료유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과 미래에서 수입 가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물류비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예로 멀리 파키스탄에서 720달러/톤에 자트로파 기름을 수입할 때, 태국에서 740달러/톤에 시장성이 높은 카멜리나를 수입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이익일까? 운송기간에서도 최소 3~4일 이상 차이가 나고 물류 비용에서 20달러/톤 이상의 격차가 있다면 어떤 것이 유리한지는 금방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수입하는 대상국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인 불안으로 인해 수출업무에 문제가 생긴다면 수입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