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언니, 아우님들!
정초니까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 해요.
왜 내가 하하의 고운님들과 만났을까? 어떤 인연의 끈이 있어 우리를 이렇게 좋은 장 속에 머물게 하는 걸까요?
‘오비이락’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우리 토종 속담입니다. 다 들어 봤지요? 까마귀가 나니까 배가 뚝 떨어졌어요.
어떤 사람이 절에 활을 하나 들고 쫓아 뛰어 들어온 겁니다. “스님, 여기 혹 활 맞은 멧돼지 한 마리 안 들어왔나요? 내가 절에서 이런 얘기 하기는 그렇지만 나는 직업이 사냥꾼이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멧돼지는 내가 잡은 겁니다.” 그러자 스님이 하는 말이 “아, 조금 전 활을 맞은 멧돼지가 들어왔지요. 그런데 지금 절 뒤로 가 있는데 절 뒤는 담이 무척 높아서 절대로 못 빠져나가니까 당신이 잡은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음 푹 놓고 내 이야기나 한 번 듣고 잡아가시오.” 그러면서 오비이락이란 얘기를 해 줬습니다.
까마귀가 배나무에 앉아 있다가 푸드득 날아가자 배가 툭 떨어졌어요. 그 밑에 똬리를 틀고 있던 뱀 머리를 딱 때린 겁니다. 뱀이 죽으면서 쳐다보니까 까마귀가 날아가거든. “아, 저놈의 까마귀가 나를 죽이는구나!”하고 죽은 거예요.
죽고 나서 세월이 얼마 지나가지고 그 까마귀는 꿩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죽었던 뱀은 멧돼지로 태어나고요. 그래서 멧돼지가 되어가지고 산에서 막 뛰어 놀다가 몸에 돌이 하나 탁 부딪혀가지고 대굴대굴 굴러내려 갑니다. 그런데 밑에서 꿩이 알을 품고 있다가 그 돌에 머리를 탁 맞아버린 거예요. 그래서 그 꿩이 죽으면서 보니까 멧돼지가 거기 있거든. “저 놈의 멧돼지가 나를 죽이는구나.”하고 죽은 거예요.
그러고 나서 죽은 그 꿩이 다시 사람이 돼서 태어난 겁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어릴 때부터 사냥을 좋아하는 거라. 활을 들고 사냥 다니면서 차츰차츰 장성해 갔습니다. 이제는 제법 이름 있는 사냥꾼이 된 거예요. 근데 하루는 사냥 다니다 보니까 멧돼지 한 마리가 삭 지나가는데 등에 털이 수북이 난 거예요. 털이 아니라 풀이 수북이 날 정도로 오래된 멧돼지라. 활을 겨눠가지고 탕 당겼어요. 그랬더니 활에 맞았어요.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뒷다리 어디를 맞고 절룩거리며 막 도망을 갑니다. 한참을 뒤쫓아 가니까 이놈이 산을 하나 넘고, 또 넘어 도망을 가거든요. 보통 때 같으면 쫓아가다 아이고, 포기도 하겠지만 이거는 보통 멧돼지가 아니라. 이 놈만 잡으면 정말 유명한 사냥꾼이 된단 말이에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죽어라고 막 쫓아갑니다. 또 산 고개를 넘고, 넘어가지고 그 핏자국을 따라 가보니까 절 안으로 들어 간 거예요. 그래서 절로 들어가다가 그 스님을 만난 겁니다.
그 스님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당신이 지금 사냥꾼이 되어 있고, 이 절 뒤로 간 멧돼지와는 당신과 전생에 이렇게 이렇게 된 관계라고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얘기를.
“자, 내 얘기를 들었으니까 이제 잡아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오. 당신이 마침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소. 당신이 죽어서 나중에 또다시 무엇으로 태어날지 모르오. 다른 것으로 태어났을 때 어찌 이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겠소. 내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에 전생에서 현생으로 얽혀온 이 원한 관계를 풀 것이냐, 안 풀 것이냐 하는 거는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그러니 어떻게 했겠습니까? 잡아갈 수 있었겠습니까? 그 사람은 거기에서 크게 눈이 떠져서 수도를 해서 크게 대각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하하님들과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도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지는 어떤 인연으로 해서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직접 만나서 또는 이런 글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인간이고 또 우리가 지금까지 같은 이 땅에 우리말을 쓰면서 살아오고, 또 서로가 무엇이가를 찾다가 이러이러한 관계로 어우러져서 지금 하하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지요. 바람처럼 스쳐지나 갈 수 있었는데 양지바른 하하의 터전에서 만나 소담스런 얘기 나누고 있는 거지요. 대각들 하십시오.
하하하, 하하하하!
첫댓글 잘은 모르지만 인연이 있어 하하에서 만나고,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고 오래도록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거라는 생각은 합니다.그냥 막연히요. 기회있을때마다 경만쌤의 말씀에 귀 기울리기를 고대합니다.이쯤되면 각별한 만남이 아니어도 인연이 아닐런지요. 봄을 알리는 홍매화가 피는날 버선발로 뛰어갈 준비를 해두고 건강을 다지고있을께요~~
그러시지요. 3월 천연기념물 홍매화가 피는 곳으로 봄나들이 청하겠습니다. 그 때 고운님들 함께 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