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24) 새들이 와서
유자효 시인
새들이 와서
조동화(1948∼)
오늘 저 나무들이 파릇파릇 눈 뜨는 것은
이 며칠 새들이 와서 재잘댔기 때문이다
고 작은 부리로 연신 불러냈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랬었구나. 이 봄에 저 나무들이 어떻게 파릇파릇 눈뜨는가 했더니 이 며칠 새들이 와서 고 작은 부리로 연신 재잘대며 불러냈기 때문이구나. 대자연께서는 작은 생명의 부름까지도 깊이 듣고 저렇게 감응하시니 우리가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생명을 주신 자연을 인간이 감히 훼손하다니, 부디 겸허히 깊이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나 하나 꽃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결국 다른 방식으로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아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왜 남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내가 먼저 변하면 그 변화를 보고 남도 변하여 마침내 세상이 모두 변하는 것을······.
고마워라. 아름다운 봄날 아침, 이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시인이시여.
유자효 시인
출처 : 중앙일보, 2024.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