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잣나무 박 철
28년 전,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아팠다 그리하여 나만 아프고 나만 외롭고 나만 외면당하고 나만 가슴이 텅 비어 있었고 나만 조금씩 늙어갔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벌써 시가 지겨운 지금도 나만 아프고 나만 서럽고 나만 홀로 밤길을 걷고 나만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나만 빠르게 늙어간다 아, 어느 날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오엽송 늙지 않는다
30년이 더 지난다 해도 나는 나다 나는 모를 것이다 나무도 아프고 나무도 슬프고 나무도 때로 별빛처럼 빛나고 싶고 나무도 누군가가 미치도록 그립고 나무도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고 아, 오엽송 섬잣나무도 저렇게 파도를 잊고 육지에서 저렇게 늙어간다는 것을 |
첫댓글 시인은 무엇이 되어야 하지요
모든 만물이 다 시가 되는 것처럼
노송이 되면 그때는 멋진 시 한편 자랑해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