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중 선생님의 글) 새로운 발견

새로운 발견(사천중 겸임교사)   우려와 걱정 속에서 사천 중학교 한문 겸임을 맡기로 했다. 이는 거의 한 세기를 교직에 봉직하며 고등학교에만 근무하여 중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적을 둔 경포고 교과수업 시수도 보충수업을 포함 스물네시간으로 버겁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3월 1일부로 정선 임계고에서 강릉 경포고로 부임해 바뀐 교육여건에 적응도 문제였다. 여러 환경으로 보아 무리라고 생각되어 포기하려는 참에 전제일 교감님 전화다. 사천중학교에 근무하였던 전제일 교감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득으로 용기를 얻어 가능하게 되었다. 갈등으로 고민할 때 한마디 조언은 우정을 넘어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따뜻한 안내와 특유의 적극적 뚝심으로 준 자극은 큰 힘이 되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는 결국 마음먹고 행동하기에 따라 천양지차로 나타나는 모양이다.     첫날 약간의 긴장감으로 준비한 공문과 참고자료를 챙겼다. 출근은 일찍 해야한다는 지론에 8시쯤 도착했다. 전교생이 53명으로 조그만 학교다. 규모는 작아도 주위는 잘 정돈돼 있다. 새 환경이라 낯설고 어설프지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짐해 본다. 벌써 등청한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교무실로 안내해 준다. 아담한 교무실 분위기가 포근하고 정겹다. 겸임교사 자리는 올해부터 감원되어 비어있는 교감 선생님 자리라 한다. 중앙집권적 권위를 들어내는 출입구 앞쪽 정면 중앙에 있다. 내가 앉기엔 격이 맞지 않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기에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는 아직도 전교감이 흘린 땀방울 흔적들로 가득하다. 가져간 음료수로 선생님과 함께하는 인사로 대신했다. 여선생님이 주는 따스한 차 한잔의 인정이 처음인 나에게 온기로 다가온다. 교과서 3권을 받아들고 교재를 살펴보았다. 보는 순간 여유와 흥미로 가르칠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었다. 시간표, 수행평가표와 진도표도 받았다.     잠시 후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자며 교장실로 안내한다. 주효식 교장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25-6년 전 태백 황지고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기에 그 분의 두터운 인정과 인간적인 분위기는 익히 알고 있다. 훗날 다시 만나 상하의 조직에서 근무하라는 지중한 인연이리라. 교장실에서 잠시 교장선생님과 정담을 나눈 후 교정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전교감의 흔적은 나에게 잔잔한 충격과 자극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교육 공적으로 받은 포상금이 1300만원이었다고 말씀하신다. 교장님은 전교감 업적을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신다. 열정적으로 근무한 모습은 떠나간 뒤에도 남아있어 후인에게 감동을 준다. 새삼 인간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 시공을 무엇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내느냐에 따라 같은 환경임에도 천차만별의 큰 차이가 남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교과시간은 1교시는 1학년, 3교시는 2학년, 4교시는 3학년으로 짜여져 있다. 1학년은 너무 적고 귀엽다. 아직 때묻지 않은 애띠고 여린 순수와 부끄러움을 간직한 모습이다. 그들도 나같이 아직 새 환경에 낯설고 어색한가보다. 책상이 회의실분위기라 물어보았더니 이것도 전교감이 교육연수원에 근무했던 인연으로 폐기 처리한 물품을 전 교실에 옮겨놓아 또 다른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교실에 설치한 정보화 기기는 단연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작년에 설치한 교탁 속에 넣은 컴퓨터와 프로젝션을 연결한 영사막으로 영상을 바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는 교과 선생님이 교탁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 판서하면 그대로 영사막에 비춰지므로 흑판에 분필을 날리는 고생을 면할 수 있다. 다목적 교탁의 다양한 활용도에 놀랐고 경이롭다. 모든 학년에 비치하여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교육환경의 본보기로 칭송하기에 충분하다. 일선 교육 관리자의 앞선 역량과 기획력이 앞선 교육환경을 만들어가는 현장임을 실감한다. 2․3학년 학생 몇 명은 제법 잘 활용한다고 자랑한다. 열정적으로 교단지원에 공을 들였던 교감선생님께 큰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나의 소개와 언어, 한문 문화와 역사에 대한 내용으로 첫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갔다. 어떤 면에선 교육의 보람과 의미는 이런데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3시간을 마치고 식당에서 맛보는 음식은 소박하고 감미롭다. 대여섯 명 식당도우미 학생들의 움직임이 곱고 아름답다.     다음 주부터는 일찍 출근할 필요가 없다며 다독이는 선생님의 친절이 고맙고 감사하다. 어설픈 첫 출근에서 보고 배운 것은 너무 크다. 비록 일부분을 살펴보았지만 열정적인 교육활동에 큰 찬사를 보낸다. 새 환경에 적응함에 긴장하고 자극받는 기회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아마 겸임교사를 포기했더라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수한 교육환경은 만나지 못했을 것 아닌가. 거듭 잘한 결정이라고 자위하며 가라앉지 않은 흥분을 느낀다. 진더운 우정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누가되지 않는 가르침을 다짐한다. 총총걸음으로 교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2007.3.10.토.새벽 입암 서재에서 전제일 교감! 자그만 부분을 보고서도 자네의 열정적인 교육활동의 족적에 큰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