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로 에스키모마을 북극해에서..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시애틀(Seattle), 캐나다 록키(Canadian Rockies), 알래스카(Alaska), 하와이(Hawaii)를 다녀온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서울↔시애틀 간의 요금으로 앵커러지를 포함(cover)했다. 동경과 하와이를 경유 체류할 수 있는 노스웨스트(North West Airlines)를 택했다. 여행 일정에 따라 비행기 좌석은 출국 전 O.K를 받았다. 캐나다 록키의 밴프와 제스퍼 국립공원은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그레이하운드(Greyhound Lines) 7일 pass를 서울에서 샀다. 숙소는 Y.H.(Youth Hostel)의 주소록을 참고하여 출발 전 지도로 대략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사정에 따라 현지의 관광 투어에도 참가할 계획을 세웠다.
1) 시애틀(Seattle)
첫날 시애틀에 도착하여, 공항에서 매트로(Metro)174번 시내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쉽게 이동했다. 길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Y.H.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Y.H에는 지도와 안내책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시내 관광지도를 참고 하니 시내버스와 스트리카(Street Car)를 이용하면 관광 명소를 쉽게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과 식당이 넓고 깨끗한 Y.H.은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우면서도 해안에 인접해있어 관광하기가 편했고 주위의 시장이 있어 식품을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유스호스텔에는 앞서 빅토리아 섬과 캐나다 록키를 다녀오는 여행객에게서 정보를 얻어 도움이 되었다.
시에틀 시내구경을 걸어서 전망대도 오르고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쇼핑센터와 마켓을 구경하고 파오니어 지하 광장에서 그 옛날 항구도시의 번창한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켐퍼스로 알려진 와싱턴 대학은 건물 하나하나가 특징있는 건축물로 넓은 잔디밭과 나무로 꾸며졌고 멀리 태평양이 내려다보였다. 그곳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3박4일간 시애틀에 머물면서 스트리카를 몇 번 타고 왔다갔다 하니 주위의 길이 눈에 익었다. 맑은 날씨만큼 밝은 표정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러 거리 구경을 하면서 첫 여행지에서 여행을 익혔다. 시애틀은 다운타운의 빌딩과 숲이 있는 주택가가 조화된 아름다운 도시였다.
2) 빅토리아 (Victory)
두번째로 찾은 곳은 빅토리아였다. 시애틀에서 페리(Ferry : u.s$55)로 2시간 이동 후 간단한 입국절차를 거쳐 미국에서 캐나다로 국경을 넘은 셈이었다. 각국의 여행객과 어울려 은은한 음악을 들으며 태평양으로 나가는 여객선 안의 분위기는 일상을 떠난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세계적 휴양지로 대중화된 하와이에 비하여 노부부가 손잡고 꽃 가로등 아래를 한가롭게 거닐고, 해변 가에는 스코트랜드 민속 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악사, 무용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각종 묘기를 자랑하는 마술사 등이 관광객의 눈길을 끌려고 열심이었다.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해안선과 동네 통과하면서 도시 전체가 공원화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었다.
리틀 영국이라 부르는 빅토리아, 주의사당 안에는 영국 왕실의 사진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있었다. 튼튼하고 짜임새 있는 주의사당 건물과 넓은 잔디밭은 관광객들에게 개방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잔디밭에서 군악대가 관광객을 위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밤에는 전깃불로 의사당 건물전제를 꾸민 야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주립박물관, 밀랍인형관, 석탄왕이 세운 크레이더로크성 등 볼거리도 많아 빅토리아는 관광천국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석회석 채굴로 황폐화된 땅에 각국의 꽃으로 꾸민 인공 정원 부챠드 가든(Butchart Garden)은 부부의 정성 어린 생각과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또 관광 수입을 올리는 재원을 마련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그의 두 아들은 식당과 선물가게의 운영권만 주었다는 이야기에 감동되었다. 넓은 잔디밭에서는 저녁 때 일정하게 펼쳐지는 쇼는 화려하면서도 푸르름과 어울려 라스베가스(Las Vegas) 쇼 무대 보다 재미있었다.
빅토리아서 잊을 수 없는 일은 한 주택가를 방문했는데 집집마다 정원을 꾸며 갖가지 꽃을 피워 풍요로롭게 살아가는 여유를 보았고 동네 안의 조그만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동네 대항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주민들이 열열한 응원을 하고 있었다. 교문에서 만난 교민으로부터 캐나다의 교육 제도와 학교의 지역 사회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교육개혁 방향과 학교운영 위원회의 운영을 이곳에서는 이미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학교를 구경할 때 한 교실에서 학부모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음 학기 학습내용에 대한 토의를 한다는 교민의 말을 듣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호협조체제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았다.
3) 벤쿠버(Vancouver)
세번째로 찾은 곳은 벤쿠버. 빅토리아 버스 터미널에서 타고 온 버스를 배에 실고 바다를 건넜다. 큰 여객선 안에는 어린이 놀이터, 독서실까지 마련 되있었다.(U.S.$27) 빅토리아에서 벤쿠버로 나오는 뱃길을 간판에서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이었다. 벤쿠버는 산업화 도시로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살아가는 캐나다의 제2 도시 다웠다.
태평양에 인접되어 있어 시애틀과 비슷한 도시 형태로 Sky Train의 환승권을 이용하여 버스와 Sea Bus를 편리하게 탈 수 있어 시내 구경이 한층 쉬웠다. 캐필라노(Capilano) 계곡에서는 태고적의 숲속 같은 정적이 있었고 계곡을 이용한 양어장이 있었다. 드넓은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은 벤쿠버의 명물로 10Km의 쾌적한 드라이브 길이있고 인디언 7부족의 토템 폴이 그 옛날 이 땅의 주인이 인디언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중국가게에서 닭을 사서 Y.H.의 찜통으로 요리해 잔디밭에서 먹는 푸짐한 식사는 여행의 재미 중에 하나였다.
돌아오지 않은 강 밴프에서
4)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다음 행선지는 캐나다 록키 구경. 7일간 그레이하운드 버스 pass를 이용하여 0시 30분에 벤쿠버 터미널을 출발해 다음날 오후 4시경 밴프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그 긴 이동시간 운전기사는 리레 식으로 이어 받으며 안전 운전에 신경썼다. 차창에 비치는 록키산맥의 위용에 홀린 듯 바라본 추억은 잊을 수 없다. 중, 고등학교 지리시간 배운 록키산맥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가슴 부풀게 했다. 밴프는 산속에 자리잡은 작고 조용하며 깨끗한 도시였다. Y.H.은 경치 좋은 곳에 깨끗한 시설이라 값비싼 호텔보다 더 좋아(1인 1일 15$)며칠 푹 쉬고 싶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 장소인 볼강(Bow River)가의 숲, 야생사슴이 거리를 다니며, 설파산(Sulphur Mt) 정산에서 내려다 본 밴프 시의 풍경과 야외 온천을 즐기는 기분은 싱그러운 여름날의 초저녁 같았다.
pass는 7일간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다. 나는 티켓을 이용하여 루이스 호수를 두 번이나 찾았다. 세계 10대 배경 중 하나라는 이 호수는 빅토리아 빙하를 머리에 이고 주위의 산들에 둘러 쌓였으며 샤텔호텔(Chateay Hotel)의 건물과 어울려 산속 조용한 관광지 다웠다. 빙하의 물이 모여 이루어진 호수는 햇볕의 각도에 따라 물의 색이 달라지는 아름다움을 나는 이틀을 즐길 때 우리나라 관광객을 실은 차가 도착하며 모두 사진 찍고 급히 떠나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웠다.나는 호수를 돌고 빅토라아 빙하까지 올라갔다.
밴프 국립공원에 인접한 요호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은 현지 선택 1일관광 투어에 참여했다. 각국의 여행객과 어울려 타카카우 폭포(Takakkaw Fall)의 물보라와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의 아름다움 등을 즐기게 되었는데 짧은 시간 많은 명소을 둘러볼 수 있었다. 더 여유가 있었다면 렌트카를 이용해 곳곳에서 쉬어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5) 재스퍼 국립공원(Jasper National Park)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하이웨이는 대 자연속을 관통하는 록키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310Km인 이 도로는 아이스 필드 파크 웨이(Ice Field Park Highway)라 하며, 각종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고 호수와 울창한 삼림은 넓은 국토, 때묻지 않은 자연을 즐기게 해 주었다.
나는 밴프와 재프퍼 간의 이동과 컬럼비아 빙하투어(Columbia Glacier Tour: U.S.$60)에 참여했다. 스노모빌(Snow Mobile)을 타고 빙하 위를 거닐 수 있어 한 여름에 얼음 바위 위에 서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재스퍼 국립공원은 밴프국립공원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휘슬러 산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험준한 록키 산맥의 산들, 인근에 흩어져있는 많은 호수, 이 모두가 자연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여행하는 동안 마음이 아늑했다.
나는 이곳에서 민박을 했다. 목사네 부부의 자상하고 친절한 가이드로 산길이 너무 굽어 대형버스로는 갈수 없는 천사빙하(The Angel Glacier)를 구경할 수 있었다. 영국의 종군 간호원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오는 천사의 날개 모양을 한 빙하 아래 형성된 만년설의 얼음 동굴은 너무 신비해 할 말을 잊게 했다. 푸르름이 깃든 얼음 지층을 볼 수 있었다. 높이가 대략 7-8m 폭8-10m로 큰 얼음 동굴은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였다. 빙하 옆 바위틈에서 싹튼 식물은 낮은 기온 탓으로 그 성장 속도가 아주 느려 오랜 기간 자라 온 작은 식물이 신의 능력이며 섭리 같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 솦속에는 엄마 곰과 아기 곰이 저녁 산책을 나온 듯 어슬렁거려 록키 산중임을 실감케 했다. 많은 빙하가 있어 많은 호수가 생겨났고 그래서 물이 풍부여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는 록키는 때묻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자연보호 의식을 갖은 사람들, 각종 야생동물이 어우러져 산속에서 보낸 7일은「산소」같은 느낌의 나날이었다.\
빙하동굴속에서...
6) 알래스카(Alaska)
7일간 버스 승차권(pass)을 완벽하게 이용하고 시간 맞춰 다시 시애틀로 돌아왔다. 시애틀 공항에서 앵커리지(Anchorage)행 비행기를 탔다. 3시간 30분가량 비행 후 공항에 도착하니 북극에 가까워서 춥고, 에스키모(Eskimo)가 살고 있는 얼음 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어릴 적 생각과는 달리 잘 가꾸어진 넓은 잔디 공원, 무성한 숲, 꽃바구니로 꾸민 가로등이 있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로 조용했다. 교민 집을 방문하니 텃밭에 상치와 열무를 가꾸고 있어 조금 어리둥절했다.
알라스카 공항
난류의 영향으로 앵커러지 시내는 여름의 최고기온이 30°C를 넘을 때도 있고 1월의 평균기온이 -10°C의 날씨이다. 시내는 넓지 않아 걸어서 지진공원, 캡틴 쿡(Captain Cook) 동상, 박물관 등을 둘러 볼수 있었고 박물관의 아이맥스 영화는 에스키모의 생활과 알래스카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7월 독립기념일을 즈음하여 빅 세일기간으로 앵커러지에는 텍스가 붙지 않아 모피와 물건이 거래되고 여름철 성수기의 관광객으로 활기가 찼다. 1박 2일 코스의 프린스 윌리엄만(Prince William Sound) 투어는 거대한 컬럼비아 빙하를 보기 위해 열차, 버스, 여객선을 번갈아 타고 항해했다. 바다에 접한 얼음절벽에서 떨어진 빙산 조각 위에 물개가 쉬고, 바다표범, 해달들이 낮잠을 자는 모습은 알래스카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닌가 싶었다. 배가 얼음 조각을 헤치고 절벽 가까이 도착하여 선장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선원들이 바올린을 연주했고 여행객 모두가 축하 건배를 들었다. 여행객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환호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발데즈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북극권의 겨울철에 부동항으로 유명한 작은 항구다. 이곳 시냇물에는 연어가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다음날 유전을 수송하는 파이프 라인(Pipe Line), 마타누스카 빙하, 워싱턴 빙하를 차례로 구경하고 버스로 다시 앵커러지에 돌아왔다. 알래스카의 관광투어는 값이 비싼 편이라 관광객 중에 노부부가 많았다. 나는 노부부가 다정히 손잡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모습, 8시간의 호화로운 항해, 빙하절벽의 자연등 새로운 경험과 감격, 느낌들을 가졌기에 내 형편에 조금은 과한 지출이지만 아깝지 않았다.
알래스카의 내륙에 위치한 페어뱅크(Fairbanks)로 가는 길은 곧고 시원하게 뚫렸다. 도중에 해발 6,194m의 데날리 국립공원(Denali National Park)이 있다. 이 산은 너무 높아 먼 거리에서 바라보아야 눈을 이고 있는 봉우리를 볼 수 있었고 인디언들은「위대한 자」란 뜻으로 데날리라 불렀다. 북미대륙에서 가장 높고 완전한 자연상태로 보존된 공원으로 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했다.
나는 공원안 트레킹에 참여할 계획이었는데 허가증을 받으려면 며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기상태)Hotel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하는 1일 투어에 참여했다. 공원 내 전망대에서 갖가지 식물과 야생동물을 관찰했다. 공원 관리소에 비치되어 있는 방명록에는 며칠 전 다녀간 우리나라 관광객의 시가 적혀있었다. 벼루고 고대하며 찾아온 데날리 산이 너무 높아 정작 가까이에서는 낮은 산등성이 같다는 느낌을 표현하면서 뉴질랜드 쿡 산과 비교하여 적은 시였는데 그 글을 적은 분의 심정에 공감하고 나도 몇 줄을 적어 넣었다. 언제나 새로운 곳을 찾아간다는 것은 희망이라고.
옛날 주도인 패어뱅크(Fairbanks)는 알래스카 제2의 도시로 골드러쉬 때 번창한 도시로 여름에는 30°C를 넘는 더위와 겨울에는 -50°C까지 내려가는 대륙성기후로 알래스카 철도의 끝 부분이 위치하고 있었다. 나는 여름에 갔기 때문에 싱그러운 숲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공해의 요인을 찾아 볼 수 없는 깨끗한 환경에 감탄했다.
강 옆에 조성된 공원에는 에스키모 일 가족과 개를 조각한 동상이 자연 환경을 이기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곳에도 놀이랜드의 현대식 기구들이 갖추어져있었고 쇼핑센터에는 각종 공산품들이 가득 했다. 작은 마을의 가정 집을 개조한 Y.H의 주인 할머니는 고운 피부에 조용한 미소로 친철했다. 짬짬이 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편지를 쓰고 있는데 그곳을 다녀간 여행객에게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마당에는 여러 나라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태극기도 있었다. 할머니는 오래 전 다녀간 한국 배낭객을 기억하고 칭찬했다.
7) 배로(Barrow)
페어뱅크에서 1시간 30분 비행으로 닿은 곳이 배로곶(Point Barrow : 북위 71도 23부)이다. 툰드라(Tundra) 지역으로 육로로 갈 수 없는 곳. 북미 대륙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앵커러지나 페어뱅크에서 교통수단이 항공기뿐이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요금은 비싸다. 관광회사의 투어에 참여하면 요금이 엄청나 우리는 항공권만 구입하여 떠났다.
에스키모(Eskimo)의 얼음집, 백야현상, 개 썰매, 머리 땋은 에스키모 여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찾은 땅! 공항에 내리니 눈발이 휘날리고, 수상가옥 같은 구조의 보잘 것 없는 집들과 아무렇게나 뒹구는 문명의 산물인 쓰레기(비닐, 플라스틱 완구, 건 자재의 쓰레기 등)를 보며 얼떨떨했었다. 깨끗한 백설의 세상을 예상했던 나의 기대가 빗나가고 비 온 뒤 달동네 같다고 생각했다. 눈과 얼음이 녹아 물이 고인 공동묘지에는 묘비까지 삐뚤게 꽂혀있어 스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패여 지저분한 거리 끝에 'Top of the World' 이라는 Hotel만은 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최북단 배로(Barrow)에 걸맞게 관광객으로 붐볐다.
우리는 교민이 경영하는 음식점에 민박을 정했다. 이런 곳에도 우리나라 교민이 몇 명있다니 놀라웠다. 그들은 LA에 살다가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노라며 배로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나는 자연환경을 이기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 할 수 있었다.
불모의 땅 밑에 매장된 지하자원(원유, 가스 등)으로 에스키모 개인에 배당금이 매월 지급되어, 현재 에스키모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어 게을려 근로와 교육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 했다.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사냥과 자연과 싸워 이겨내는 정신이 약해지고 편리한 전자제품의 사용으로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에스키모들은 외지로 나가 빈둥거리며 술로 세월을 보내고 타락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앵커러지와 페어뱅크에서 본 에스키모인들이 생각났다.
개 썰매 대신 일본 혼다 제품의 스노카(Snow Car)가 쌩쌩 달리며, 겉으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집 내부에는 가스를 이용한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기후조건 때문에 도로를 포장은 할 수가 없고, 길거리의 흙과 자갈은 모두 비행기나 배로 실어온 것이며, 언 땅을 잘라 내고 집을 짓고 모든 것은 비행기로 날아 와야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보통 보다 몇 배가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교생 300여명이 공부하는 초등학교를 짓는데 560억원이 들었다니 상상할만 했다.
대형의 쇼핑센타에는 열대 과일과 각종 공산품이 풍부했다. 주민들을 위해 버스가 무료로 운행되고 있었다. 좌석은 텅텅비어도 시간 맞춰 노선을 달리고 있고 정유소에는 TV와 소파등이 마련되어 있는 복지시설에 감탄했다. 2박 3일 동안 빙하가 떠 있는 북극해에 손을 담그며 심 호흡으로 북극 바람을 마셔 보았다. 관광객을 위한 민속공연에 같이 춤추며, 낮과 같이 밝은 백야에 나는 민박 아주머니와 인생살이에 대한 이야기로 보냈다. 옛날 미해군 기지로 사용한 배로 곶의 최상단 지점에 서서 "이 순간은 나는 지구에서 가장 위쪽에 서 있다"고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절하게 보이는 주위환경에 이해가 가고, 그들 나름으로 자연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지구촌의 이웃이라는 정이 갔다.
세상의 발달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여 편리한 생활은 필연이지만 그 속에서도 에스키모 고유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면서 주어지는 경제적 혜택이 나태와 타락이 아닌 발전의 도구로 사용되어 소수 민족으로도 이 땅의 주인답게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랬다
내가 만난 아주머니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이민생활로 갖은 고생을 다 겪고 배로까지 오게 된 인생역경을 이야기 하며 버리는 것과 주는 것의 차이를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와 밤을 새며 나눈 이야기가 내 생활을 되돌아 보게 했고 알래스카의 최북단 배로를 뜻 깊은 여행지로 만들어 주었다.
8) 하와이(Hawaii)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의 분위기는 달랐다.(알래스카를 찾을 때와 비교) 공항에 내리니 가볍고 밝은 색의 상큼한 옷차림에 발랄한 관광객들의 모습이 몇 시간 전의 알래스카와 비교되었다. 극과 극의 지구촌의 삶을 동시에 눈에 보는 듯 했다.
하와이 오아후섬은 두번 째 오는 곳이라 길이 눈에 익었다. 알라모 센터(Alamo Center)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진주만과 파인애플 농장을 거쳐 섬을 일주도 하고, 와이메아 계곡(Waimea Valley)에도 가고, 카피울라니공원(Kapiolani Park)에서 산책도 즐겼다.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의 분화구에도 올라가 하와이의 진수인 푸른바다를 맘껏 보며, 와이키키 해변에서 수영으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었다.
Y.H.이 와이키키 해변(Waikiki Beach)에 인접해 있어 밤늦게 해변을 거닐며 여유를 즐길 때는 배낭여행의 궁색함도 다 떨칠 수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는 빅아일랜드에 다녀오기로 하고 하와이 에어라인으로 힐로 공항에 내렸다. 8개의 섬들 중에 가장 큰 섬으로 7개 섬 면적을 합친 것 보다 더 넓다. 이 섬은 아름답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Sea Side Hotel은 요금도 저렴하고 풍광이 좋아 마음이 넉넉해졌다. 원주민이 여는 재래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사먹고 박물관에서는 이민의 역사관에 한국 코너도 보았다. 나는 쿡 선장의 탐험 항해도를 보면서 그의 열정과 용기에 감탄했다.
빅아일랜드(Big Island) 관광은 렌드카가 효과적일 것 같아 서울에서 버젯(Budget)회사에 1일 U.S.$55로 계약했다.힐로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사무소에서 차를 인계 받으려니 국내면허증이 없다고 랜트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Hotel 벽보에 1일 U.S.$22라는 렌트카 소개가 있었다. 호텔 직원이 가져온 차는 같은 버젯회사 차이며 신형이었다. 한국에서 계약한 값 보다 싼 이유는 수요 공급에서 여분의 차를 값싸게 호텔 등 숙소에서 알선해 주는 것이라 했다. 운전자 좌석이 우리나라 차와 반대쪽인 관계로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운전연습을 하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 섬의 경치, 맑은 날씨 속에서 편하고 효과적이며 절약된(교통비 ,시간)여행을 즐겼다. 무거운 짐을 지고 걷는 여행 후의 렌트카는 상쾌함을 더했다. 하이웨이를 달려 오색 무지개 폭포(Rainbow Falls), 활화산으로 유황과 김이 솟아오르고 거대한 분화구와 용암이 흘러내려 대지를 덮어 만든 볼케노 국립공원(Hawaii Volcanes National Park),
조용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검은 모래의 흑사해안(Black Sand Beach). 힐로 반대편, 코나(Kona)의 다운타운과 아름다운 주택가를 거쳐 미국내에서 제일 큰 파커 목장(Parker Ranch),아카카 폭포(Akaka Falls)를 끝으로 다시 힐로공항에 도착하여 섬 일주가 끝났다.
캐나다 록키의 산행과 알래스카의 자연환경, 배로의 끝점 도달(북극점)-빅토리아, 하와이의 휴양을 겸한 한달간의 여행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나는 어느 도시이고 처음 찾는 곳은 박물관이다. 조사연구가 목적이 아닌 관람으로 세밀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고장의 특징적인 것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어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와 다른 자연조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재발견하게 되고 깨끗한 자연의 혜택을 짧게나마 누려 본 것이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다.
곳곳에서 느낀 감정과 많은 관광명소에서 본 것들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