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의 지역구심주의의 틀 짜기

[소향 강은혜]

             새로운 문화의 지역구심주의의 틀 짜기

                                              엄창섭(관동대 교수·아세아문예 주간)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상이지만, 태백의 등줄기 뻗어내린 산자락에 어둠의 휘장을 찢은 동해의 일출은 실로 장엄하다 할 것입니다. 모름지기 비정하고 치열한 지식·정보화 사회에 몸담고 있는 극소수의 창조자들은 오늘, 하나 같이 불안·초조로 공동의 세계가 무너져 내린 시간대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격랑의 세월 속에서도 새로운 삶의 가치 추구와 신념을 위하여 분명한 좌표를 응시하며 젊지 않은 연륜임에도 불구하고, 시 창작을 축으로 한 글쓰기라는 창의적인 정신작업에 4~5년을 몰두하고 있는 관동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문학창작반 권정남 시인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에게 그간의 헌신적인 열정이 너무 놀랍고 눈물겨웠기에, 신선한 감동을 받았음을 글의 모두에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화인식의 확장이 더없이 요구되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비열한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을 뿐 아니라 안타깝게도 ‘교육의 부재, 존경받는 어른이 없는 혼돈의 사회로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양상은 21세기의 화두인 공동체인식을 망각한 데서 비롯되는 단적인 현상임을 지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의 사회가 ‘영어몰입 교육 정책’에 의해 모국어가 위기를 맞고 있는 현상을 주시할 때, 질서를 회복하려는 자성과 신뢰성의 회복, 그리고 화합을 위한 자발적인 의지가 더 없이 요청된다고 생각합니다. 차지에 뼈 아픈 기억이지만 1997년의  IMF로, 절망의 끝을 예측할 수 없던 시간대에서도 지혜로운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보여준 감동의 역전 드라마나 한·일 월드컵의 하나된 그 열광을 위대한 민족혼으로 다시금 재연시켜나가는 시대적 소임을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소박한 기대입니다만, 그간에 한국문단에 많은 문인을 배출시킨 관동대학교의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이 모름지기 문향 강릉을 지탱하는 현대문학의 산실이 되어준 점에도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는 저마다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을 오래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민족적으로 이 시대의 고통을 함께 한다는 결집된 인식을 모국어의 속살로 새롭게 변형시키며 문화의 지역구심주의를 눈부시게 꽃 피울 때 비로소 국가적 위기가 발전과 성장의 기회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 같은 중차대한 시점에서 회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악보 없는 노래』를 묶어내는 순수한 열정은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는 천상의 선율이 되어 줄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중자애, 견인불발의 의연한 자세로 아직은 혼탁한 시대적 상황이지만, 밝아 올 빛된 조국의 미래를 응시하며 새로운 실험·도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작게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상시켜 문향 강릉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인자因子가 될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모름지기 글 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일체감으로 머뭇거림 없이 당당하게 문화의 지역구심주의를 주도할 때, 새삼스럽게 인과율을 거론하지 아니하더라도 정녕 영광된 조국의 밝은 미래는 신선한 감동을 충격적으로 안겨 줄 것입니다. 인간은 실존적 한계에 직면하면 새로운 통로를 되찾고 삶의 본질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초월을 갈망하는 실체이기에, 이 같은 정황에 미루어 인간의 심리는 초월적 힘이 작용되는 처소며, 동시에 어떤 힘이 발현되는 역동적 공간임을 항시 기억 흔적에 담아두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여러분의 불굴의 투지와 신념 곧, 은근과 끈기에서 발아된 저력이 인류에게 한화韓禍를 안겨주는 힘의 동력임을 확인하면서 ‘사회 표면에 분열이 있을 때에는 그 밑바닥에 반드시 혼의 분열이 있다.’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역설을 항시 기억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저마다 엄숙한 생의 물음 앞에 자신을 놓아 보아야 할 뜻 깊은 시간대에서 의미 심장하게 한번쯤 곰씹어 보면서, 창조적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을 위해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는 말아야 할 것 입니다. 아울러 조급함 속에서도 ‘조금은 천천히’라는 여유로움과 느림의 미학 위에서 20세기의 좌절은 21세기의 긍지로 전환되어야 할 시간대와 직면해 있음을 기억하고 진정 행복하고 보람찬 삶의 공간을 함께 가꾸어 갈 것도 조심스럽게 당부드리며, 축하의 말씀을 가름합니다.

       세월

                         엄 창 섭*

흑암의 비늘 쪼그만 부리로 톡톡 쪼아내며

새벽잠 깨우는 검정 물총새 암컷,

청색이 선명한 부초浮草의 엽맥은

일제히 수면 위로 하얗게

실타래의 뿌리 잘잘 풀어낸다

한 올 바람은 수면에 파장을 긋고

아침 공기는 풍선보다 가볍게 퉁겨 오른다

금빛 화살처럼 빠르게 못가를

낮게 비행하는 한 떼의 해오라기,

저마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날개를 접고 수직으로 하강한다

물의 주름살보다 자잘하게 떨리는 심상心象

바람이 젓고 간 뒤, 산정山頂 오르는

구름에도 고개 까닥 흔드는 풀꽃

초침보다 잽싸게 기상하고

부챗살로 뻗어나는 가시광선에

눈부셔 졸린 듯 감기우는 눈

목숨의 바다에서 새처럼 자유롭게

무한공간을 향해 비상하고 싶은

충동은 천근千斤처럼 무겁다

오늘도 뒤뚱거리며 운명처럼

분홍의 맨발로 물가나 맴도는 오리

언제부터 강의 흐름 같은 세월의 징표로

황홀한 일몰에 손톱이나 키우는

흔들리는 고독한 그림자가 되었나

              * 시인, 현재 관동대 교수, 아세아문예 주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이경주]

좋은 가르침 고맙습니다

[정랑]

문화의 21세기를 맞아 보다 더 문화의 지역구심주의라는 말의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문화인식의 안목과 확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참 종을 글 고맙습니다

[정랑]

우리님. 존엄한 삶에 있어 나(자아)의 존재는, 삶의 주체자로서 열린 사고와 긍정적 자세로 항시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는 정신작업에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