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정리된 삶
벌써 3월도 7일, 이사한 지도 일주일을 넘긴 날이다. 방금 면사무소의 건강증진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왔다. 이사한 후에 짐정리가 많이 되었고, 새로운 생활용품의 구입도 거의 끝났기에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어제는 가까이에 있는 엄사도서관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교정이 필요한 곳을 찾았다. 오늘도 가려고 했으나 아내와 쇼핑을 하고 차 청소를 한 후에 인터넷으로 세금 자동납부 처리를 하고,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급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갈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다. 수요일이라서 교회에도 가야 하는데 더구나 3월엔 내가 당번이라서 6시 10분쯤에 출발을 하려고 하니까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기는 무리라고 생각되어서 집에서 정리를 한다.
학교에 가는 생활을 28년 이상을 하다가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아직은 정착되지 않았다. 책상을 비롯하여 소파와 세탁기 등을 사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고, 순천의 삶을 계룡으로 옮기는 행정 처리를 해야 하는 데도 역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순천에서 사용하던 인터넷을 해지한 후에 다른 회사에 가입하고, 신문 구독을 신청하고, 전입신고를 하고, 아들의 수학 지도교사를 선정하는 등의 일이 다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주문한 커튼이 만들어져서 다는 것과 아들의 의자가 도착하는 것 정도다. 그래서 매일의 생활이 제법 자리를 잡은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성경을 읽고 신문을 읽은 후에 교정을 하기로 맡은「성경에서 가르치는 장로」라는 책을 읽으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어색한 번역 부분을 찾는다. 어제 오후까지 한글 번역본을 다 읽었고, 어젯밤부터는 영어 원서와 대조해 가면서 읽고 있다. 내가 요즘 하는 정규적인 업무는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음으로는 이번 주 안에 원서를 대조하며 읽는 것을 끝내고 싶은데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비상한 마음으로 끝내려고 노력해 보자. 학교에 근무할 때를 생각하면서 의무감을 느낀다면 충분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순천의 26평 생활에 비하여 여기의 31평 생활은 여유가 많다. 거실도 넓고 방도 넓어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책을 읽을 수가 있다. 소파도 있으니까 쉴 때나 신문을 읽을 때에 매우 편리하다. 문턱을 없애고 새로 문을 달아 놓으니 열고 닫기가 너무 좋다. 소리에 민감한 나로서는 열고 닫을 때 조용하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주변에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있어서 움직이기에 대단히 편리하다. 도서관과 면사무소와 농협이 3분에서 5분 정도만 걸으면 갈 수 있고, 홈플러스도 5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바로 옆의 놀이터에는 운동을 하기 좋은 기구들이 많이 있다.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들 또한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차를 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거의 다 할 수가 있다. 재미있게도 화요일마다 아파트 주변으로 큰 시장이 열리니 싱싱한 농산물들을 값싸게 살 수도 있다.
아침에 밖에 나가면 학생들이 등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보면 효천고 학생들 생각이 난다. 그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작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는 놀이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몇 개의 쓰레기를 주워서 버리고 돌아온다. 조금 더 생활이 정리되면 규칙적으로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하고 싶다. 남들이 알든지 모르든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실천해 보기로 하자.
모레는 효천고에 갈 예정이다. 맡겨놓은 도장도 찾고,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장기저축급여 신청도 하고 사은품 신청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발길이니 선생님들을 만나보고도 와야겠지. 아는 학생들이 보이면 많이 반가울 것이고. 그 날만큼은 모처럼 퇴직자가 아니라 현직 교사의 마음을 가져보고 싶다. 2012.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