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셋 대로”
영화 감상평을 써 보자 결심 한 직후 가장 먼저 생각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썬셋 대로”(Sunset Boulevard 1950년 흑백)이었다.
영화 감상평에 들어 가기 전에 나의 영화 성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음 안 될 것 같다. 나는 재미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철저히 헐리우드 스타일이다.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이며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얼마전 돌아가신 “의천도룡기”의 작가 “김용” 선생님이다.
학창시절에도 “터미네이터”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좋아하고 가장 효율적 창작 행위는 B급 영화의 대부 “존 카펜터”의 창작물이다라고 했다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성향이 그러하니 정통 헐리우드 룰대로, 영화 시작 후 15분 내로 하고자 하는 영화 내용이 무엇이며 그 내용으로 나를 홀딱 반하게 해서 영화 속으로 끌어 들이지 않음 가차 없이 씹어 제낀다.
내 영화 성향을 먼저 이야기 한 까닭은 지금 소개 할 영화 “썬셋 대로”는 나의 이런 영화 성향과는 정반대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썬셋 대로”는 너무나 유명한 영화이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다. 오래 된 흑백 영화지만 “전함 포템킨”이나 “국가의 탄생” 등 지루하기 짝이 없는 초기 무성영화를 그냥 영화사적 발자취를 공부하기 위해 볼 때 가져야 하는 그런 인내심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1950년 작품이 맞나 할 정도로 정교하고 파격적인 Dramaturgy를 사용하고 있고 무성 영화 시대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이 만들어낸 한 여배우의 이상 심리를 충격적이고 심리학적으로 그려낸 수작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충분히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마를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 "7년만의 외출" 등을 연출한 거장 빌리 와일더가 메가폰을 잡았다.
개인적으로 빌리 와일더하면 "제17포로 수용소"가 먼저 떠오른다. 내가 전쟁영화광이라... ㅎㅎ
역시, "제17 포로 수용소" "콰이강의 다리" "타워링" 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윌리암 홀든이 주인공을 맡았다.
이 영화는 1950년 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영화적 장치들을 대거 채용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수영장 위에서 총에 맞아 죽은 윌리엄 홀든의 시체가 보이고 특이하게도 죽은 윌리엄 홀든의 나레이션이 이어지면서 네러티브가 플래쉬백 된다.
자신이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던가를 설명하면서 점차 당시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던 과도기적 시대에서 잊혀져 가는 한 퇴물 무성영화 여배우의 Psychodelic 한 모습과 그녀를 지키는 지고 지순한 무성 영화 감독의 순애보가 가슴을 울리게 한다.
무성 영화 시대 최고의 배우였던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 하지만 그녀는 이제 새롭게 열린 유성 영화 시대에 밀려나 퇴물 신세가 된다.
역시 헐리우드 3류 작가 조셉 길리스(윌리암 홀든)는 자동차 할부를 못 내, 차를 가지고 도망치던 중 퇴물 배우 “노마 데스몬드”의 대저택으로 숨어 들면서 사건이 시작되게 된다.
돈이 없던 관계로 이 퇴물 여배우 집에 머물게 된 윌리엄 홀든은 점차 이 여배우가 편집증과 과대망상, 그리고 집착으로 정상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녀는 지나치게 화려 했으며 아직도 자신이 최고 배우라는 착각과 망상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과대망상을 표현 하려는 듯 그녀는 항상 첫 음절에 강세를 주고 끝을 흐리는 똑같은 톤의 악센트의 반복으로 섬뜩한 대사를 난사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매주 수통의 팬레터를 받고 있었으며 당대 최고 영화 감독 드밀의 전화까지 받고 있었다.
그렇게 3류작가 윌리엄 홀든은 퇴물 여배우의 집착 어린(?) 사랑까지 받아 가며 풍족한 생활을 즐기지만 그 달콤함은 얼마 가지 않아 깨지게 된다.
윌리엄 홀든에게 새 애인이 생기고 또 매주 받는 팬레터와 파라마운트에서 걸려 오는 전화까지도 모두 집사인 맥스가 퇴물 여배우가 자살할까 두려워 꾸민 자작극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사인 맥스 또한 과거 이 퇴물 여배우를 발굴해 스타로 만든 감독이자 그녀의 첫번째 남편으로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며 퇴물 여배우를 지켜 온 것..
윌리엄 홀든은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서 벗어 나려 한다. 자신을 잡는 퇴물 여배우에게 사실 섞인 독설을 날리며 짐을 들고 나오지만…
절규하며 윌리엄 홀든을 부르던 노여배우의 총에 가슴과 배를 맞으며 수영장 안으로 쓰러진다.
나는 이 영화를 25년 전에 봤다. 당시 내가 받은, 특히 여주인공 글로리아 스완슨이, 운집한 경찰에 의해 잡혀갈 때 마지막 모습의 충격은...
마치 전혀 예상치 못 한 채 넋 놓고 관중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핀포인트 스팟 라이트를 받았을 때의 당혹감 같다고나 할까?
단순히...관람객의 입장에서 보던 나를 세차게 밀어 제껴 허구의 세계로 뛰어 들게 만드는 그런 충격이었다.
보시라, 세기의 명작을…
마지막 글로리아 스완슨이 경찰에 연행되어가며 계단 내려오는 씬 하나만 보더라도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를 위해 소비한 한 시간 오십 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썬 셋 대로 (Sunset Boulevard) 였습니다.
첫댓글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퇴물 여배우 같은 편집증적 과대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 수록 이루어 놓은 것은
보잘 것 없고 시간만 쏜 살 같이 날아가
버릴 때...
우리는 퇴행과 자기 부정에 맞서 자기만
의 세계에 펌프질을 합니다. 퇴물 여배우
처럼요.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네요.
그런 방어기재라도 없으면 너무 피폐하게
무너져 버릴 지도 모르잖아요?
제가 스스로 너무 찔려서 고른 영화
였습니다.
언제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웅장한 대저택의 모습과 여배우의 기괴한(?) 표정은 기억나는군요.
주말의 영화를 통해 닥치는대로 보던 중,고딩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잠깐의 백수 생활 때 봤던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줄거리를 읽으니 장면들이 기억 저 편에서 이것 저것 솟아 나네요.
좋은 글을 통해 잠시 추억에 빠져봅니다.
ㅎㅎㅎ
어 꼭 봐야겠어요.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