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중학교 시절 한문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 유명한 문구의 출전이 <대학>이라는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유교 사서삼경의 사서(四書)가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라는 것은 배웠지만, <예기>에서 두 편을 떼어내서 <대학> <중용>을 별도의 경전으로 만든 주희(朱憙)가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읽으라고 했다는 것은 더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삼강령(三綱領) 팔조목(八條目)’으로 이루어진 <대학>의 경전 본문은 별도의 책으로 보기에는 너무 짧아서 이 내용을 가지고 김경윤 선생님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강의장에 들어갔습니다.
강의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공부에 관한 공자의 어록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 학이편)
*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게 된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논어 위정편)
*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논어 위정편)
이어서 <대학>의 첫 문장이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의 세 가지 기본 목표인 삼강령 -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止善) -을 가장 쉬운 말로 풀이했습니다. 즉, ‘명명덕은 내 안의 착한 마음 키우기, ’친민‘은 다른 사람들도 좋게 만들어 주기, ’지어지선‘은 최고로 좋은 사람이 되는데 지나치지 않는 ’딱 좋은 상태‘에서 멈추기로 말이죠. 다음으로 삼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팔조목 – 격물(格物), 치지(治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濟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을 풀이한 후,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현대 민주주의 혹은 생태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강의의 마무리는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여러분의 가장 큰 공부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저는 바로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 강의가 끝난 뒤에 김경윤 선생님의 신간 소설 <노자, 가파도에 가다> 출간 기념 저자 서명회가 열렸습니다.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 철학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첫댓글 후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